
자연경관을 보전하며 목축업의 기반이 됐던 마을공동목장이 사라지거나 방치되고 있지만 행정당국은 팔짱만 낀 채 수수방관하고 있다.
23일 양 행정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도내 마을공동목장은 44곳·4611㏊으로 6년 전인 2014년 57곳·6530㏊와 비교해 13곳이 줄었다.
면적으로 보면 마라도(29.8㏊)의 64배에 달하는 목장 부지가 사라진 셈이다.
본지 취재 결과, 마을공동목장은 한 번에 넓은 토지를 확보할 수 있어서 골프장이나 대규모 관광개발 사업으로 팔려나갔다.
실제 신흥2리목장(해비치골프장), 서김녕마을목장(세인트포골프장), 상명마을목장(라온골프장) 등 중산간 목장마다 골프장이 들어섰다.
아울러 서광서리마을목장(제주신화월드)과 위미1리목장(백통신원리조트) 등에는 대규모 개발 사업이 이뤄졌다.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마을목장을 잠식하고 있다. 가시리와 김녕리에 풍력단지가 설치되는 등 현재까지 7곳의 목장 부지에 풍력과 태양광 발전시설이 들어섰다.
특히 소고기와 조사료(건초) 수입량이 늘면서 일부 마을목장은 소와 말이 방목되지 않는 등 황무지로 전락했다.
조천읍 대흘2리마을목장(21만㏊)의 경우 20년째 소와 말을 키우는 농가가 없어서 초지가 자라야 할 목장에 사람 키 높이의 잡풀이 자라고 잡목만 무성한 상태다.
고임성 대흘2리장은 “넓은 목장 부지가 장기간 방치되면서 마소가 다녔던 길조차 사라졌고, 가시덤불이 우거져 개간을 하기에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더구나 마을회는 농지를 소유할 수 없는 법령 때문에 경작은 물론 지목 변경도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마을공목목장이 매각되거나 방치되고 있지만 제주도는 2003년 관광목장 육성 등 특성화 대책을 수립한 이후 현재까지 손을 놓고 있으며, 양 행정시는 축산농가와 조합원 수를 파악하는 기초조사만 되풀이 하고 있다.
안경아 제주연구원 박사는 “1980년대 소고기 전면 수입 등으로 도내 마을공동목장은 소와 말이 점차 사라지고 기반시설만 남게 돼 목장 활용과 축산업 육성은 한계에 봉착했다”며 “질 좋은 건초를 재배하고, 탄소 흡수, 산불 등 재해예방 등 목장의 공익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마을의 역량을 키우고, 행정은 장기적인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도내 44곳의 마을공동목장 중 방목된 소가 없는 목장은 3곳이다. 아울러 소 사육두수가 100마리 미만인 목장은 17곳(38%)이다.

좌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