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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외국인 노동자들 위험한 ‘비닐하우스 삶’

광주 16명 거주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서 화재…인명피해 없지만 ‘아찔’
환기·소음·화재 취약 등 열악한 주거 환경…안전·인권 ‘사각지대’
고용청은 현황 파악 제대로 못해…비닐하우스 숙소 전수조사 필요

 

 

16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머물던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불이 났다. 노동자들 모두 대피해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불과 1시간 여 만에 길이 50m 가량의 비닐하우스가 모두 탔다는 점에서 새벽에 불이 났다면 자칫 대형 인명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특히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 가건물에서 살고 있던 이들에 대한 열악한 주거 실태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의 무책임한 관리 실태에 대한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해 경기도 비닐하우스에서 숨진 외국인 노동자 사건 이후에도 광주·전남지역 1만1000명이 넘는 외국인 노동자의 절반이 넘는 60% 외국인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실태 파악조차 못하고 있어 외국인 인권·건강권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비닐하우스’에 외국인 16명이 살아도 묵인하는 정부=18일 광주북부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밤10시 50분께 광주시 북구 용두동 한 농원 비닐하우스에서 화재가 발생, 1시간 20여분 만에 진화됐다.

비닐하우스는 캄보디아와 네팔 출신 외국인노동자 16명이 숙소로 사용하는 곳으로,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 3개 동에서 생활하고 있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비닐하우스 뒷편에서 쓰레기를 태우다 불이 번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중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고 있는데도, 광주노동청은 변변한 실태조사도 실시하지 않았다. 컨테이너에 냉·난방, 화장실 등을 갖췄지만 환기가 되지 않는데다, 소음·단열·화재·수해 등에 취약하다.

외국인 노동자 단체에서는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노동부의 적극적인 개선 대책 마련을 요구해왔다.

해당 비닐하우스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컨테이너 건물에 2~5명씩 살고 있었다”면서 “바퀴벌레 등 각종 벌레들이 많이 나온다”며 비닐 하우스 숙소의 고충을 토로했다.

정의당 광주시당도 이날 논평을 내고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면서 “광주노동청이 비닐하우스를 숙소로 제공하는 사업장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1만 1000명 외국인 노동자 중 60%는 어떻게 사는지도 몰라=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아 내놓은 ‘외국인 근로자(E- 9비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비전문 취업비자인 E-9비자를 받아 들어온 광주·전남지역 외국인 노동자는 1만1143명.

비전문취업비자는 고용허가제라는 제도를 통해 국내에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에게 주는 비자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그러나 이들 중 4397명(광주 812명, 전남 3585명)에 대해서만 어디서 어떤 곳에 사는 지 파악하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 직접 찾아가 주거실태를 꼼꼼히 살피고 적절한 주거공간인지 확인한 게 아닌,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가 준 서류만으로 알고 있는 게 전부다. 지난해만 해도 상반기에는 일부 사업주에게 전화로 ‘숙소 이상 유무’를 자가 점검토록 했다. 하반기에 이뤄진 현장 점검은 고작 33곳이 전부였다.

아는 게 없다보니 국회 등의 요구에도 개인 정보라는 이유를 내세워 외국인 노동자 숙소·근무 현황 자료조차 내놓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방치,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만 하다.

고용부는 지난 1월부터 ‘농·어업분야 외국인 노동자 주거환경 개선방안’의 일환으로 농·어업 분야 사업주가 ‘비닐하우스 내 시설’ 등 불법 가설건축물을 외국인 노동자 숙소로 제공하는 경우 고용허가를 내주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기존 비닐 하우스 내 시설은 제외되면서 열악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주거 실태 개선이 요원하다는 게 노동계 시각이다.

광주지방노동청 담당자는 “자율점검 위주로 점검을 실시했다”면서 “구체적으로 이 사업장에 점검이 있었는지 여부는 개인정보사항이라 알려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장은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는 숙소나 집의 공간이 아니다”면서 “사실상 국제 직업소개소 역할을 하는 고용부가 이주노동자의 실태조차 모르고 있다는 것은 노동환경을 개선할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글·사진=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