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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어둠이 내리면 깨어나는 마을…청도 프로방스 산타마을 빛축제

 

 

배불뚝이 산타클로스가 선물 보따리를 매고 철로 한가운데에 서 있다.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기 위해 올해는 기차를 타고 여행을 다녀온 것인가. 알록달록한 장식이 다양하게 매달린 파란 크리스마스 트리도 보인다. 이곳은 경북 청도군 청도프로방스의 ‘산타마을 빛축제’ 현장이다. 크리스마스는 지났지만 환상의 빛 여행을 즐기기에 부족하지 않은 곳이다.

 

낮엔 산타 반겨 주는 포토 존 100여 곳

밤이 되면 꼬마전구로 뒤덮인 빛의 나라

사계절 정원·아치형 터널서 추억 사진

연인들에게 이곳은 아직도 크리스마스

 

■빛축제 카운트다운

 

먹구름이 잔뜩 끼어 흐리고 스산하던 날 내비게이션에 ‘경북 청도군 화양읍 이슬미로 272-23’를 치고 부산-대구고속도로를 따라갔다. 오후 4시 30분 무렵 청도 용암온천을 지나 맞은편 언덕에 자리 잡은 청도프로방스에 도착했다.

 

산타마을에는 아직 불이 밝혀지지 않았다. 오후 5시 30분이 돼야 마을 전체에 조명을 밝힌다. 1시간이나 일찍 온 것은 조명이 없는 상태의 청도프로방스를 한 번 둘러보고, 나중에 불이 켜진 뒤에 그 모습을 생각하면서 맛을 비교해 음미하기 위해서였다.

 

청도프로방스는 1996년 문을 열었고, 2012년 현재 이름으로 재단장했다. 낮에는 100여 가지 포토 존과 아기자기한 소품, 예쁜 집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어둠이 내리면 눈부시게 화려한 빛 축제로 변신한다.

 

입구 매표소에서 체온을 재고 연락처를 기재한 뒤 산타마을로 들어간다. 평일이어서 이곳을 찾은 관람객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남 눈치 볼 필요 없이 편안하게 곳곳을 둘러보기 좋은 상황이다.

 

조명이 밝혀질 경우 어디에서 사진을 찍으면 좋을지 미리 곳곳을 살펴본다. 다양한 모습의 산타클로스는 이미 옷을 갈아입고 화장도 진하게 한 채 손님들을 맞을 준비를 다 마친 상태다. 집에서 내린 따뜻한 드립커피 한 잔을 들고 산타클로스 옆 벤치에 앉아 방송에서 들려오는 카운트다운을 함께 센다.

 

“셋, 둘, 하나! 빛축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다양한 산타클로스의 미소

 

산타마을 입구에는 ‘프러포즈 로드’가 설치돼 있다. 철골로 만든 아치형 터널을 수많은 꼬마전구가 뒤덮고 있다.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가지 무지개 색의 전구다. 터널 위에는 별과 꽃 같은 장식품이 매달려 있다. 아직 주변이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은 탓에 터널 밖으로 잎이 모두 떨어져 앙상한 나뭇가지가 추위에 떨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프러포즈 로드 맞은편에는 노란색 꼬마기차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작은 운동장 트랙 모양 철로 가운데에는 분홍색 조명으로 둘러싸인 나무가 화려한 빛을 발산하는 중이다. 겨울인데다 코로나 탓에 기차를 즐기는 손님은 거의 없다.

 

산타마을 한가운데에는 철길이 설치돼 있다. 입구 쪽 끝에는 노란색 열차 한 칸이 서 있다. 열차 앞에서 산타클로스가 어린이 두 명과 함께 손님을 환영하는 노래를 신나게 부르고 있다.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달리는 기분….”

 

철길을 따라가는 인도에는 나무들이 서 있다. 나무 아래에는 차를 마시며 쉴 수 있는 벤치가 길게 이어져 있다. 여름에 잎이 무성해져 시원한 그늘이 생기면 더위를 피해 편안하게 쉴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잎이 떨어진 나무를 하얀색 꼬마전구가 에워싸고 있다. 마치 넝쿨에 감싸인 것 같기도 하다. 나무 사이에 서서 사진을 한 장 찍어본다. 먼 과거의 추억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멋진 사진 한 장이 나온다.

 

철로 옆에 서 있는 고풍스러운 건물 모양의 레스토랑은 주홍색으로 빛나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손님은 드물어 보이지만 내부에도 은은한 조명이 밝혀져 있다. 레스토랑 앞에서는 반 고흐 인형이 의자에 앉아 혼자 중얼거리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 옆에 선 산타클로스는 한 손에는 주걱을, 다른 손에는 하얀 생크림 위에 초컬릿을 얹은 케이크를 들고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다.

 

철도 건널목은 산타마을의 중심지다. 안경을 쓴 산타클로스가 환하게 웃으며 방금 들어온 손님을 반겨준다. 그 뒤에서는 신나는 표정을 한 루돌프 사슴이 하늘로 높이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사슴이 끄는 썰매에 탄 산타클로스는 신나는 여행을 앞두고 들뜬 듯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거울 미로 앞에서는 산타클로스가 요정을 무동 태우고 있다. 뾰족한 귀를 가진 요정들이 여러 가지 선물을 품에 안고 반가운 표정을 지으면서 역시 노래를 부르고 있다.

 

하얀색 전구로 장식된 계단 터널을 따라 위로 올라간다. 사계절 빛 정원으로 가는 길이다. 언덕은 온통 초록색, 분홍색, 흰색 빛의 잔디로 덮여 있다. 그 위에서 백조는 느긋하게 헤엄을 치고, 학은 물고기를 잡느라 여념이 없다. 사슴은 사람이 다가오는 걸 경계하느라 귀를 쫑긋 세우고 눈을 둥그렇게 뜨고 있다.

 

알록달록한 날개를 가진 나비는 조심스레 날개를 펼치고 팔랑팔랑 날아오를 준비를 한다. 그 옆에 숨어 있던 도깨비들이 갑자기 나타나더니 두 팔을 앞으로 또는 위로 들어 올리며 왁! 하며 지나는 어린이들을 놀라게 한다. 무서운 모습에 기겁한 어린이들의 울음소리가 귀에 선하게 들리는 것 같다.

 

빛 정원 정상에는 다시 빛 터널이 나타난다. 이번에는 아치형이 아니라 정사각형 터널이다. 터널 천장에는 날카롭게 눈을 부릅뜬 작은 도깨비 우산이 거꾸로 매달려 있다. 바람이 조금 부는 날에는 도깨비 우산이 흔들리며 지나가는 사람을 놀라게 할 것 같다.

 

휴게 벤치 옆에서는 오른손에 횃불을, 왼손에 12월 25일이라는 날짜가 적힌 책을 높이 든 산타클로스가 브라보를 외치고 있다. 옆에는 추위를 달래려 목도리를 두른 눈사람 둘이 나란히 서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다른 쪽 휴게 벤치에는 온 몸에서 하얀 빛을 발산하는 루돌프 사슴이 왕관 모양 수레를 매단 채 같이 하늘로 날아오를 용기 있는 사람을 기다리는 중이다.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린 걸 보니 사슴은 어서 날고 싶어 속이 타는 모양이다.

 

빛 정원에서 내려오는 길에 ‘프로방스 셀프 스튜디오’가 나타난다. 스튜디오 앞 공간에는 많은 그림이 세워져 있다. ‘세계 명화 100선 빛 축제’라는 안내가 붙어 있다. 하지만 큰 인상을 주지 못한다. 다만 빨간색 그림으로 전체를 꾸민 ‘마티스의 집’과 ‘귀걸이를 한 소녀의 집’에 들어가 사진을 한두 장 찍으면 재미있는 결과를 낳을 것 같다.

 

스튜디오에서 다시 철길로 돌아온다. 다양한 옷을 입은 루돌프 사슴이 식당 직원으로 변신해 철길에 서서 지나는 손님을 부르고 있다. 성격이 급한 산타클로스는 루돌프 사슴이 끄는 썰매를 기다릴 수 없는 듯 스키를 타고 선물을 나눠주러 갈 참이다.

 

철길 끝에는 하트 모양 아치가 길게 늘어서 있다. 연인끼리 온 손님이 사랑을 다짐하는 기념사진을 찍으라고 설치한 시설물이다. 나가는 길은 들어올 때 보았던 프러포즈 로드다. 이미 날은 상당히 어두워 터널의 조명은 아까보다 훨씬 눈부시게 아름답다. 크리스마스는 지났지만 캐럴송이 귀에 아른거린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