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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김천의 100산(山) 100설(說) 〈10·끝〉 기타 단맥과 여맥들(월매산 ~ 새목양지)

김천 100산 100설 연재의 마지막은 그동안 남겨뒀던 단맥과 여맥들에 관한 이야기다. 백두대간과 기양지맥, 수도지맥, 금오지맥에 가려 세인의 관심에서는 다소 멀어져 있지만, 산자락 아래 사는 이들에게는 어머니 같은 푸근함으로 지니고 있는 모든 것들을 흔쾌히 내줬던 산들과 얽힌 이야기들을 돌아봤다.

 

 

◆ 여맥·단맥에 얽힌 이야기들

 

▷천주교 탄압을 피해 모인 신자들의 쉼터 서무터공소

 

석항산 아래 장전리에는 1868년(고종 9년) 천주교 박해를 피해 첩첩산중으로 들어온 신자들이 모여 만든 신앙촌이 형성돼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 마을 주민들은 현재까지도 모두가 천주교 신자로 서무터공소가 마을의 상징이다.

 

서무터란 지명은 '선한 가르침을 굳게 믿고 따른다'라는 의미로 착할 선(善)자에 굳셀 무(武), 터 기(基)자를 써 선무기라 했는데 이후 음이 변해 서무터로 불리게 됐다. 이 마을로 오르는 좁은 길 곳곳에는 신앙을 찾아온 주민들이 새겨둔 십자가 형상의 기념물들이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다.

 

▷절구를 닮은 용추폭포

 

새목양지 들머리에는 무흘구곡 중 하나인 용추폭포가 자리하고 있다. 용추폭포는 모양이 절구를 닮았다고 해 절구 구(臼)자를 써 구폭(臼瀑)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옛 주민들은 무흘구곡 8곡 와룡암에 살던 용이 폭포를 타고 승천했다고 믿었다. 용은 비를 몰고 다닌다고 알려져 가뭄이 들면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전해온다.

 

▷매화낙지(梅花落地)의 명당 화전마을

 

대덕면 화전리는 풍수지리로 볼 때 매화꽃이 떨어진 자리라는 매화낙지형의 명당이다. 이 마을 앞산이 월매산이다. 이곳에는 '박선달 모팅이'가 있다. '모팅이'는 구부러지거나 꺾어져 돌아간 길을 의미 하는 '모퉁이'의 김천지역 방언이다. 밀양 박씨 성의 선비가 번번이 과거에 낙방하자, '매화낙지'의 명당으로 조상의 산소를 이전한 후 과거에 급제했다 해 박선달 모팅이로 불린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 산행기

 

▷금오천상여맥(월출산·755m)

 

월출산 산행 들머리는 증산초등학교에서 지례면 방향으로 약 1㎞ 정도 진행하다가 순복음교회 세움 간판을 따라 우회전해 다리를 건너 약 500m 전방에 있는 빈집 앞이다.

 

지난 밤에 내린 비로 포장된 농로 위로 흐르는 물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곧 비포장길이 이어진다. 잡목 사이로 이어진 가파른 길을 오르면 마루금에 다다른다. 마루금부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키 큰 소나무 사이로 이어진다.

 

가파른 오르막과 다소 완만한 경사를 반복하는 길은 많은 이들이 찾지 않아 실처럼 가늘다.

 

정상에 가까워 지면서 왼쪽으로 수종개량을 위해 나무를 잘라내 확 트인 조망을 볼 수 있지만 맞은편 쪽은 삼방산과 월출산 골짜기에 위치한 마을이 전부다. 정상에 도착해도 사방이 키 큰 소나무로 가려져 갑갑하다.

 

 

▷수도독용단맥(석항산·1,010m)

 

천주교서무터공소 옆 포장된 농로를 따라 300m 정도 걷다 보면 오른쪽이 100산 들머리다.

 

한동안 된비알에 이어 크게 우측으로 휘어지는 오르막 등산로는 참나무와 굴참나무가 군락을 이룬다. 1시간쯤 오르다 보면 석항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만난다. 능선에 오르자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쾌적함을 느끼게 한다.

 

석항산 정상을 300여m 앞두고는 육산이 암산으로 변한다. 바위 틈을 따라 오르다보면 어느새 정상이다. 정상에서는 성주군 방향으로 조망이 트여 있으나 김천 방향은 나무로 인해 가려져 있다.

 

▷수도월매단맥(월매산·1.026m)

 

월매산 산행 들머리는 대덕면 추량리와 대리를 잇는 임도 정상이다.

 

임도 정상에서 오른쪽은 수도산 서봉으로 이어지고 좌측이 월매산 들머리다. 산행은 능선까지 급격하게 고도를 높이다가 능선에 올라서면 다소 완만한 산길이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며 월매산 정상까지 이어진다.

 

소나무 숲길을 걷다 보면 월매산 정상 부근은 활엽수로 수종이 바뀐다. 정상석은 큰 바위로 만들어져 있다. 정상석 주변은 잎이 무성한 활엽수 군락이라 조망을 볼 수 없다.

 

 

▷금오가제단맥(가제산·682m)

 

가제산 들머리는 지례면 소재지에서 감천을 건너 성주 방향으로 진행하다가 대율2리 고렴마을로 진입해 버스 회차지에서 시작한다. 잘 포장된 마을안길을 올라 웃터못에서 왼쪽길을 따라 정상까지는 완경사와 급경사가 줄곧 이어진다.

 

활엽수 사이로 이어지던 길은 중턱을 지나며 소나무 숲으로 바뀐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정상에서는 멀리 금오산과 가야산, 단지봉, 수도산, 초점산, 대덕산 등 백두대간을 모두 조망할 수 있다. 가까이는 부항댐과 지례면 구성면이 모두 내려다보이며 시내 방향으로는 혁신도시까지 한 눈에 들어오는 조망 명당이다.

 

▷금오송림단맥(송림산·560m)

 

송림산 산행은 지례면 소재지에서 감천을 건너 성주 방향으로 진행하다가 대율리 팔곡 저수지 방향으로 좌회전해 올라가면 시멘트 포장이 끝난 곳 왼쪽 들머리에서 시작한다.

 

송림(松林)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등산로 곳곳에는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하늘을 가리고 서 있다.

 

산행은 가파른 오르막으로 시작해 봉우리를 하나 넘어 다시 내려갔다가 올라야 하는 길이다. 활엽 잡목 사이로 시작한 산행은 마루금에 올라서면 굵은 소나무 사이로 이어진다.

 

고개를 넘어 내리막이 시작되는 지점에 좌우가 트여 멀리 구성면과 지례면이 눈에 들어온다. 가파른 내리막을 지나면 다시 오르막길이다. 정상에 가까워 지면 활엽수와 소나무가 섞여 있는 산길이 이어진다. 정상의 조망은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여 볼 게 없다.

 

 

▷금오까치여맥(까치산·279m)

 

까치산은 김천의 도심에 있어 지좌동, 덕곡동 주민들의 쉼터로 사랑받고 있다

 

주민들이 많이 찾는 산이다 보니 들머리도 여러 곳이다. 산세도 완만해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다. 무실삼거리에서 출발한 산행은 소나무 숲속 잘 정비된 등산로를 따라가다 보면 주민들이 쉴 수 있는 정자와 운동기구 등이 곳곳에 놓여 있다. 쉬엄쉬엄 걷다보면 어느새 정상이다.

 

등산로가 여러 곳으로 이어져 있어 하산길 방향을 제대로 정하지 않으면 자칫 엉뚱한 곳으로 내려올 수 있다.

 

▷새목양지(985m)

 

용추폭포 주차장 오른쪽 임도를 따라 약 40분쯤 오르면 임도 정상이다. 임도 정상에서 왼쪽 호두농장 방향으로 진행하다 보면 사람 키 높이 억새 사이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호두농사를 위해 나무를 베어낸 곳엔 억새가 무성하게 자라 등산로를 찾기 힘들다.

 

억새 숲을 따라가다 왼쪽 숲으로 스며들어 소나무 사이를 오르다 보면 능선에 도달한다. 능선을 따라 좌측으로 낙엽송 군락이 반긴다.

 

낙엽송 군락지를 지나면 어느새 새목양지 표지판있는 정상이다.

 

 

<박스> '산에 오를 겁니다'

 

올해 3월 초 100산 연재를 위한 첫 산행을 시작했다.

 

오랜만에 산에 오르다 보니 체력이 바닥을 쳐 어떻게 정상을 밟았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다만 내려오면서 '100산을 올해 안에 끝마칠 수 있을까?'란 고민을 한 기억은 선명하다.

 

지난해 말 김천의 100산 연재를 권유받을 때만 해도 100산 정도야 쉽게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아주 달랐다. '100산 쯤이야'란 생각이 '어떻게 100산을 마무리할까?'란 고민으로 바뀌는 데는 첫 산행이면 충분했다.

 

이후 평상시 체력운동과 주말 산행을 병행했다. 한 달, 두 달 산에서 흘린 땀이 쌓이고, 어느 순간 100산의 마지막을 바라보자 이제는 '산꾼'에 절반쯤 다가간 느낌이다.

 

100산의 마지막은 아쉬움으로 표현하고 싶다. 김천은 백두대간과 수도지맥, 기양지맥 등 이름난 산줄기와 산들도 많지만 알려지지 않은 산들이 더 많다.

 

시간과 여건이 된다면 더 많은 산과 산에서 만난 인연, 산줄기 아래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어보고 싶다.

 

연재가 끝나갈 무렵 지인들에게 '100산 연재가 끝나면 무엇을 할 거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난 "올라야 할 산이 많이 남았습니다, 산에 오를 겁니다"라고 답한다.

 

'김천의 100산 100설' 연재를 도와주신 분들이 많다.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김충섭 김천시장님과 연재를 권유한 이규택 경제통상국장님, 그리고 자문, 조언 등을 해주신 모든 이들에게 지면을 통해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참고문헌〉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산경표(신경준 지음, 박용수 해설), 김천의 산(김천문화원), 한글산경표(현진상), 김천의 마을과 전설(김천문화원), 대간 숨을고르다 황악(박용우)

 

〈도움주신분들〉 자문=송기동·강주홍, 사진=박광제·이종섭, 드론=윤삼원, 산행=김삼덕·임상봉

 

 

 

신현일 기자 hyunil@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