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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사라지는 강원문화]고려~조선 유람문화의 정수…軍 67년간 휴양시설로 독점

⑷ 고성 청간정

 


 
일제강점기 산 위 옮겨진 현재 청간정
1953년·1980년 등 보수 작업 진행
청간정·만경루 주춧돌 한 건물에 섞여
정확한 고증 없이 복원된 '돌연변이

청간역·만경대 위치 휴양소 운영
소수의 사람들만 즐기게 만들어
청간역과 청간정·만경루 복원해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의무'


67년간 군사시설이 독점한 고성군 토성면에 위치한 청간정은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관동팔경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청간정은 수많은 명사가 찾아와 시와 문장 그리고 그림이 남겨진 문화공간이다. 그러나 현재 청간정은 군부대 시설이 1953년부터 독점한 채 휴양시설로 사용되고 있다.

군부대는 청간역과 만경대 위치에 휴양소를 건축해 한여름이면 부대 관련 사람들이 즐겨 찾는 휴가지로 이용되고 있다. 전 국민의 문화공간이던 청간정이 일부 군부대 가족의 휴양시설로 변질돼 있다.

부대 안에는 양사언과 송시열의 글씨가 바위에 암각된 만경대가 있다. 청간정은 유람문화의 정수로 고려 말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기록된 유람기와 그림은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청간정은 만경대와 함께 이곳의 경치를 대표해왔다. 정자 인근에 바닷가를 향해 우뚝 솟아 있는 만경대 그리고 푸르른 동해바다와 설악산에서 흘러나온 천전천이 만나는 해변의 흰 모래사장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경치를 선물했다.

근현대사의 질곡으로 생긴 전쟁의 참화와 근대화의 물결 속에 청간정은 자리를 잃고 방황해왔다.

군부대의 입주로 인해 만경대의 모습이 예전 그대로 보존된 것은 사실이나 청간정 옛터를 복원해 군(軍) 관련 소수의 사람이 즐기는 문화유산에서 국민의 문화유산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현재의 청간정은 일제강점기인 1928년 산 위로 옮겨와 중수됐다.

이후 1953년 이승만 대통령의 정자 보수, 1980년 최규하 대통령의 보수와 정화 작업 등이 진행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금 청간정은 원래 만경대 옆의 건물(청간정과 만경루) 두 채의 주춧돌이 하나의 건물 안에 모여 있어 건축물이 어정쩡한 모습을 하게 됐다.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느낌이랄까. 지금의 청간정은 정확한 고증 없이 복원돼 돌연변이 건물이 됐다.

실경산수화로 그려진 단원 김홍도의 '해동명산첩'에 수록된 '청간정'을 따라 청간해변으로 향한다. 그런데 그림 속의 장소라고 특정할 만한 곳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언덕 위에 올라선 지금의 청간정 위치가 김홍도 작품 속 위치와 다르다는 소리를 듣고 떠났던 터라 과거 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 만경대의 실종(?)이 당황스럽다. “단원이 설악산의 `만경대'를 가상으로 옮겨 놓은 것일까. 그래도 '실경'을 그렸다고 했는데 그럴 리는 없겠지.”

온갖 상상을 하던 차에 현재 청간정 초입, '청간정 자료 전시관'에 들어선다. 청간정에 관한 온갖 정보가 한 보따리다. 전시관 뒤편으로 언덕 너머에 실제 만경대가 있다는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군사시설이라 당장 보는 것은 어렵단다. 청간정에 오르는 길에서 다시 오른쪽 샛길로 접어들면 '해안가 국토종주 동해안 자전거길(해파랑길)' 푯말이 나온다. 여기서 다시 좌회전하면 백사장에 나갈 수 있다. 물론 군사시설은 가려져 있지만 백사장 뒤편으로 소나무를 모자처럼 얹고 있는 만경대의 모습이 보인다. 차단문 사이로 만경대의 아랫도리도 보인다. 놀랍게도 그림 속 그 모습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생각보다 높이가 낮은 것 같지만 특징은 그대로다. 절로 감탄이 나온다. 만경대의 좌표가 확인됐으니 청간정의 위치도 가늠할 수 있겠다.

단원이 그림 여행을 떠난 1788년에 내가 서 있는 이곳 백사장은 바다였다. 항구가 생기고 인공 구조물들이 들어서면서 켜켜이 쌓인 모래톱이 명성 자자했던 '명승' 한 움큼을 갉아먹은 느낌이다.

군부대의 휴양시설로 이용되고 있는 옛 청간정은 하루빨리 국민에게 돌아와야 한다. 청간역과 청간정, 만경루 복원으로 동해안 최고의 경치를 간직한 명승을 후대에게 물려주는 것이 우리의 의무다.

고성 청간정=김남덕·오석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