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조금강릉 15.6℃
  • 맑음서울 16.1℃
  • 맑음인천 15.2℃
  • 맑음원주 14.5℃
  • 맑음수원 14.9℃
  • 맑음청주 15.5℃
  • 맑음대전 13.7℃
  • 구름많음포항 16.2℃
  • 맑음대구 17.7℃
  • 맑음전주 14.4℃
  • 구름조금울산 16.3℃
  • 구름많음창원 18.1℃
  • 맑음광주 14.5℃
  • 맑음부산 16.7℃
  • 맑음순천 11.9℃
  • 맑음홍성(예) 14.7℃
  • 맑음제주 15.1℃
  • 구름많음김해시 17.4℃
  • 맑음구미 15.3℃
기상청 제공
메뉴

(부산일보) 지금 봐도 신선하고 도발적인 50년 전 부산 미술

 

1960~70년대 부산 미술을 조명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만나는 작품 속에는 2020년에 봐도 신선하고 새로운 실험 정신이 빛난다.

 

9월 8일까지 부산시립미술관서

‘1960-70년대 부산미술’전

다락방 뒤지고 설치작품 재현해

도전적인 부산 현대미술 이끈

원로·작고 작가 34명 작품 전시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1960-70년대 부산미술: 끝이 없는 시작’전은 한국 사회 격변기에 사회 변화의 속도만큼 미술계에서 다양하게 표출된 새로운 ‘조형 언어’를 한자리에 모은 전시다. 1960~70년대는 부산에서 현대미술이 정착하던 시기로 작가들은 장르 간 경계를 넘나들고, 다양한 매체를 사용해 새로운 조형 이념에 도전했다.

 

‘1960-70년대 부산미술’전에는 권달술, 류무수, 서상환, 성백주, 오영재, 전준자 등 작가 34명의 작품 150여 점이 전시된다. 회화, 드로잉, 목가구, 설치작품에는 실험, 변화, 도전의 정신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전시는 구상으로부터, 표현 추상, 기하 추상, 물성과 행위, 개념의 전복, 실재적 환영이라는 주제로 나눠 진행된다.

 

‘구상으로부터’ 섹션에는 노웅구의 ‘허실’ 우흥찬의 ‘누드’ 등이 전시된다. 섹션 속 특별코너로 작고 작가 김수석과 이용길의 판화 작품을 전시한다.

 

강선보, 김종식, 김해성, 이수의 작품을 만나는 ‘표현 추상’과 김인환의 단청 시리즈 등을 소개한 ‘기하 추상’ 섹션을 거쳐 ‘물성과 행위’ 섹션에서는 김종근, 허황, 김홍석의 작품을 만나게 된다. 로비 쪽으로 따로 빼서 마련된 공간에 걸린 김홍석의 ‘개폐’ 시리즈는 바늘구멍을 통해 실이 들락거린 흔적이나 실을 빼내고 늘어뜨리는 등 여러 형태로 변주되는 ‘소통’을 보여 준다.

 


 

‘개념의 전복’ 섹션 작품들은 세월이 지나도 바래지 않는 ‘관념적 형식에 도전하는 작가정신’을 보여 준다. 탁구공을 표본하고 밥그릇 뚜껑을 붙이는 등 일상적 사물을 예술 안으로 끌고 들어온다.

 

특히 김정명의 설치작품 ‘풀밭 위의 식사 이후’는 1975년 작품을 재현한 것이다. 마네의 ‘풀밭 위의 식사’를 참조해 먹다 남은 김밥, 기타, 휴대용 가스버너, 카세트 등 평범한 일상 속 오브제를 미술에 도입했다. 김정명 작가는 “리어카에 풀을 싣고 가서 미화당 백화점 위에 있던 화랑 바닥에 쫙 깔았다. 도회지 콘크리트 안에서 나는 풀향기가 좋았던 기억이 난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번 작품에는 70년 대의 재료와 비슷한 것을 찾아 고물상에서 구한 소품들을 사용했다.

 

‘실재적 환영’ 섹션에서는 회화라는 평면과 오브제라는 입체를 결합해 삶의 경험을 노출한 작품들이 소개된다. 김원의 ‘사주’ ‘방석’ 등의 작품에는 대중문화의 이미지가 녹아 있다.


 

 

이번 전시는 구상에서 추상으로의 전이, 실험적 시도들로 부산 미술사에 중요한 한 시기를 조명한 전시로 원로 작가에 대한 기록과 작품 발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새기는 계기가 되고 있다. 1960~70년대는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아 작품 회수가 어렵고, 보관 장소가 없어서 전시를 마친 뒤 작품을 폐기하기도 했다. 오랜 시간이 흘러 작품이 훼손된 경우도 있었다.

 

전시를 담당한 조은정 학예연구관은 “혁 동인 같은 경우 단체로 그림을 태웠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이번 전시도 원로 작가분들과 작고 작가의 유족이 자신들의 다락방을 뒤져서 작품을 찾아내고, 설치작품을 재현해 주시는 등 협조를 해 주셔서 가능했다”며 “누락된 작가에 대한 연구와 지속적이고 체계적 부산미술 조명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부산시립미술관이 직접 촬영한 원로작가 인터뷰 자료 영상과 과거에 개최된 전시 포스터도 같이 감상할 수 있다. ▶‘1960-70년대 부산미술: 끝이 없는 시작’=9월 8일까지 부산시립미술관 2층. 전시 관람 사전예약제. 051-744-2600~1.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