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어깨에 테왁망사리를 걸친 여인이 환하게 웃고 있다. 그녀의 얼굴에 거친 파도를 헤치며 생업을 이어온 해녀의 강인한 삶이 느껴진다. 배 위에서 수경을 머리 위로 제친 후 웃음꽃을 피우고 있는 해녀들은 목표치보다 많은 소라와 전복을 잡아 너무 기쁜 나머지 카메라 앵글을 의식하지 못했으리라. 제주 여인들의 삶을 주제로 50여 년 가까이 흑백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는 현을생 사진작가가 사진전을 연다. 현 작가는 오는 10일부터 21일까지 제주시 산지천갤러리에서 열리는 사진전 ‘나의 어머니, 제주해녀’를 준비하기 위해 1980년대와 1990년대 찍은 네거티브 흑백필름을 정리해 수천 컷의 필름 중 54점을 가려 뽑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당시 물질할 때 쓰던 도구인 태왁, 대바구니, 불턱의 모습, 이동의 수단 등 삶의 모습과 해양문화의 모습 등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작가가 가장 왕성하게 작업을 하던 20대와 30대 찍은 사진들이다. 그는 지금까지의 사진 작업을 정리한다는 마음으로 50여 년 전 기록해 둔 흑백 필름들을 꺼내 새로운 기술로 다시 저장하고 인화하는 작업을 했다. 현 작가는 “하루 물질 끝에 등이 휘도록 해산물을 잡고 집으로 향하는 발길은 세상을 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오영훈 도지사 공약인 ‘제주 역사문화기반 구축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칭 ‘제주생태역사문화공원’ 조성 사업에 690억원이 필요하다는 용역 결과가 나왔다. 사업비도 만만치 않지만 ‘생태·역사’보다 주차장 조성 등 토목공사 위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14일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개최한 제주생태역사문화공원 조성사업 기본계획 수립 용역 최종 보고회를 가졌다. 용역진은 이날 기존 제주시 신산공원 일대 21만5776㎡에 추진하는 제주생태역사문화공원 기본계획을 공개하며 “삼성혈과 탐라의 유구한 역사를 배경으로 제주 특유의 자연을 벗사아 제주 사람들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제주 대표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용역진이 제시한 사업 시행계획 일정표에 따르면 오는 10월 ‘역사문화권 정비사업 국비 공모 신청’을 시작으로 ‘역사문화권 정비사업 예비선정(2025년 12월)’→‘공원조성계획 결정·변경(2026년)’→‘역사문화권 정비 시행계획 수립(2026년 10월)’→‘역사문화권 정비사업 최종 선정(2026년 10월)’→‘국비 교부 및 1단계 사업 착수(2027년)’ 등이 진행된다. 용역 과정에서 주차장 확대를 요
은은한 묵향(墨香)을 통해 서예술(書藝術)의 멋과 감동을 전하는 ‘2025 제주서예문화축제’가 오는 26일부터 31일까지 제주문예회관 1·2·3전시실에서 열린다. ㈔한국서예협회 제주도지회(지회장 오장순)가 마련한 이 축제는 ‘제32회 제주도서예대전 입상작품 전시회’(1전시실), ‘제주도서예대전 초대작가 강시호 초청전’(2전시실), ‘2025 제주서협전’(3전시실)로 나눠 진행된다. 제주도서예대전 입상작품 전시에는 지난 5월 1일부터 6월 5일까지 공모를 거쳐 6월 17일 발표한 일반부 입상작 87점과 학생부 특선 이상 작품 24점 등 총 111점이 내걸린다. 제주도서예대전 초대작가 초청전에서는 서귀포시 법환동 출신으로 대한민국서예대전 초대작가, 전국서화예술인협회 초대작가,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초대작가를 지낸 강시호 작가의 작품 30점이 선보인다. 강시호 작가는 30년 넘는 세월 동안 필묵을 벗하며 한결하게 걸어 온 내공을 펼쳐보인다. 3전시실에서 열리는 ‘2025 제주서협전’은 한국서예협회 제주도지회 회원 44명이 출품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다. 행사 기간 27일 ‘제주서예문화 탐방’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탐방은 오전 9시 제주문예회관을 출발해 추사기념
광복 80주년을 맞아 제주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조명하는 뜻깊은 전시회가 열린다. 제주문화예술진흥원(원장 이희진)은 오는 19일부터 24일까지 제주문예회관 제3전시실에서 제주 여성 독립운동가 초상전 ‘그녀들의 얼굴, 역사가 되다’를 개최한다. 윤석남 작가 초청전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에서는 일제강점기 항일의 뜻을 품고 저항에 나섰던 여성 독립운동가 6인(고수선, 강평국, 최정숙, 김시숙, 김옥련, 부춘화)의 삶과 정신을 시각예술로 되살린다. 전시는 ‘기억, 얼굴, 공감, 참여’를 핵심 키워드로 다섯 개의 공간으로 나눠 항일운동의 흐름과 여성 독립운동가의 생애를 조명하는 서사형 콘텐츠, 인물 중심의 초상 회화, 실제 사료와 유품, 관람객 참여형 코너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특히 강평국 지사에게 추서된 건국훈장 애족장 실물, 최정숙 지사가 수감 중 사용한 손수건과 부채 등 유품이 전시돼 각 인물의 서사와 상징을 시각적으로 체감할 수 있다. 제주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초상화와 함께 기억과 저항을 상징하는 설치 작품 ‘붉은 방’도 만나볼 수 있다. 초상화는 한국 여성주의 미술을 대표하는 윤석남 작가의 작품이다. 윤 작가는 1939년 만주에서 태어나 40대 이후 본
오는 14일부터 15일까지 이틀 동안 제주시 조천읍 선흘1리 ‘동백동산’ 일원에서 물, 숲, 새 등 자연을 테마로 한 축제가 펼쳐진다. 주민들이 마련한 올해 축제는 ‘습지&숲! 우리의 생명, 건강한 미래’를 슬로건으로 내세워 탐방객들을 초대한다. 선흘1리 주민들은 지난해까지 이어온 행사 기획에서부터 프로그램 운영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올해에는 더욱 다채롭고 참여형 콘텐츠를 강화해 가족 중심의 힐링 축제로 준비했다. 선흘곶동백동산위원회가 주최·주관하는 이 행사는 제주특별자치도 후원으로 마련됐다. 개막식은 14일 오전 10시40분 동백동산습지센터 야외 무대에서 열린다. 조천읍민속보존회의 길트기에 이어 노래를 통해 제주어를 알리는 제라진소년소녀합창단이 무대에 올라 공연을 펼친다. 오후 11시 개회 선언이 이뤄지면 ‘제주비보이’와 주민들로 구성된 ‘선흘 푸른울림브라스밴드’ 공연으로 무대를 뜨겁게 달군다. 이날 오후 1시30분에는 박순동과 첼리스트 문지윤의 콜라보 팀인 ‘뚜럼브라더스’가 소멸 위기를 맞은 제주어로 만든 창작 노래로 아름다운 하모니를 선사한다. 이어 2인조 퓨전 국악팀 ‘연록’이 가야금과 보컬로 전통과 현대를 잇는 무대를 선보인다. 마임이스트 이경식도 ‘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관장 박찬식)은 오는 30일부터 8월 31일까지 독일 드레스덴민족학박물관과 공동으로 특별교류전 ‘사이, 그 너머: 백년여정’을 개최한다. ‘사이, 그 너머: 백년여정’은 1929년 독일인 탐험가가 제주에서 수집해 독일로 떠난 민속품 62점이 96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오는 의미 있는 전시다. 드레스덴민족학박물관은 1875년 개관해 전 세계 민족문화를 수집·보존·연구해 온 기관으로, 현재 9만 여 점의 유물과 10만점 이상의 사진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소장품에는 독일인 탐험가이자 민족지학자 발터 스퇴츠너(1882~1965)가 1929년 제주에서 수집한 민속품 216점도 포함됐다. 전시는 2부로 구성된다. 제1부는 ‘백 년 전, 어느 독일인이 만난 제주’로 아시아를 탐험한 발터 스퇴츠너의 생애와 1929년 한국 및 제주도 방문 이야기를 다룬다. 발터 스퇴츠너는 1929년 5월부터 약 6주 동안 제주에 머물며 의식주, 농업, 어업, 수공업 등 다방면에 걸쳐 민속자료를 수집했다. 전시에서는 그의 방대한 수집품 구성을 소개하기 위해 드레스덴민족학박물관에서 대여한 62점 원본과 관련 자료 70여 점(민속자연사박물관 등 도내 기관 소장)을 함께 선보인
서귀포시와 서귀포시문화도시센터(센터장 이광준)는 오는 5월 3일부터 17일까지 ‘2025 봄꽃하영이서 페스티벌-귤꽃이서’를 개최한다. ‘2025 봄꽃하영이서 페스티벌’은 제주 최초의 플랫폼형 릴레이 축제로, 지난 3월 29일부터 5월 17일까지 서귀포 전역에서 펼쳐지고 있다. 축제는 민간과 협력해 진행되는 ‘봄꽃이서’, 시민과 마을이 주체가 되는 ‘귤꽃이서’, 마을을 걷는 트래킹 프로그램인 ‘산책이서’로 구성됐다. 봄꽃을 주제로 한 ‘봄꽃이서’는 지난 3월 29~30일 대륜동 ‘한마음 벚꽃축제(부제: 대륜, 호근, 서호에 벚꽃이 오나, 봄)’와 이달 5~6일 서홍동 ‘웃물교 벚꽃구경’ 행사로 진행돼 호응을 얻었다. 5월의 주인공인 ‘귤꽃이서’는 서귀포 시민기획자와 각 마을 주민이 함께 만드는 축제로 진행된다. 일정을 보면 5월 3일 서호동에서 열리는 ‘설문대할망놀이터 귤꽃나들이’를 시작으로 같은달 10일에는 하례1리에서 ‘하례귤꽃별씨축제’가 열린다. 또 5월 10일에는 의귀리에서 ‘귤꽃향기따라 오끼 오소록 축제’, 11일 보목동에서 ‘보목자리별 귤꽃축제’, 17일 토산1리에서 ‘옥토끼마을 달빛향기 야시장’, 위미리에서 ‘뙤미 탐험대 우정캠프’가 이어진다. 한
㈔한국연극협회 제주특별자치도지회(지회장 정민자)가 주최·주관하는 ‘제30회 제주연극제’가 16일부터 오는 24일까지 설문대여성문화센터 공연장에서 열린다. ‘제43회 대한민국연극제 제주대회’를 겸해 마련된 이번 연극제에는 제주에서 활동하는 4개 극단이 참여한다. 먼저 16일 오후 7시에는 예술공간 오이가 작품 ‘괴’(연출 오상운)를 무대에 올린다. 닭이 달걀을 낳지 않는 세상을 맞아 세계가 혼란에 빠지고 달걀을 낳을 수 있는 유일한 ‘골드치킨’을 돕는 심봉사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어 18일 같은 시간에는 퍼포먼스단몸짓의 ‘만선’(연출 하영화)을 감상할 수 있다. ‘만선’은 치매에 걸린 노인, 의족을 단 아버지, 종교에 심취한 어머니, 가족의 생계를 위해 비리 경찰로 전락한 아들, 방에 처박혀 공상과 책에 빠져 지내는 지체장애 딸의 이야기다. 세 번 째 작품은 23일 오후 7시에 선보인다. 극단세이레가 준비한 ‘오사카에서 온 편지’(연출 정민자)다. 4·3 당시 남편과 갓난아기, 시아버지를 잃고 일본으로 밀항해 오사카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며 생활하는 여든을 훌쩍 넘긴 할머니의 생애를 담은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25일 오후 7시 극단가람이 ‘인생배달부’(
제주 청소년 축구 최강자를 가리는 결전의 날이 밝았다. 제주일보가 주최하고 제주특별자치도축구협회(회장 윤일)가 주관하는 ‘2025 제주일보 백호기 전도 청소년 축구대회’(이하 백호기 축구대회)가 4일 오후 1시 제주종합경기장 주경기장에서 제주제일중학교와 제주중학교 경기로 스타트를 끊는다. 오후 2시에는 이호운동장에서 남초부 첫 경기로 서귀포초등학교와 중문초등학교가 맞붙는다. 이 경기가 끝나면 오후 3시 같은 장소에서 외도초등학교와 화북초등학교가 준결승 진출 티켓을 놓고 격돌한다. 이날 오후 3시 제주종합경기장 주경기장에서는 제주제일고등학교와 서귀포고등학교가 만나 승부를 가린다. 제주도민들의 화합과 축제의 장이자 제주 청소년 축구의 산실로 자리잡은 올해 백호기 축구대회에는 남자 초등부 6개 팀, 여자 초등부 2개 팀, 중등부 5개 팀, 고등부 5개 팀이 출사표를 던졌다. 여자 중등부에서도 1개 팀이 참가했다. 올해도 동문OB부 4개 팀이 참가해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누비며 대회 열기를 더한다. 단판 승부로 준결승, 결승 진출이 결정되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경기가 진행됨에 따라 선수의 심리적 부담이 큰 만큼 매 경기 각 팀 감독들의 전략과 전술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제주 근·현대 생활사가 담긴 역사·문화 관련 자료 기탁 및 기증이 이어지고 있다. 26일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관장 박찬식)에 따르면 최근 서귀포시 용흥마을회(회장 김영주)가 일제강점기부터 200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마을회가 보관한 각종 문서 6000여 점을 기탁했다. 마을회가 기탁한 문서는 일제강점기 용흥동의 인구 구조와 가족관계를 보여주는 ‘민적부’와 ‘호적부’를 비롯해 1950년대 마을 공동목장조합 관련 문서 등 귀중한 자료가 포함됐다. 용흥리 공동목장조합 관련 문서에는 일제강점기 설립된 이후 4·3사건으로 폐장됐다가 1950년대에 부활한 마을공동목장 활동 상황을 알 수 있는 회의록 등 각종 내용이 담겼다. 또 농가 지붕개량, 퇴비 생산, 인구 조사, 화입(火入) 허가, 감귤 묘목 구입, 고구마 거래 단속, 쥐 퇴치 사업, 마을 회의록 등 1960년대 마을사를 알 수 있는 문서들도 포함됐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 과정에서 시멘트 수급, 도로 포장을 위한 노동력 지원, 지붕 및 변소 개량 사업 등을 확인하기 위해 마을회와 관공서(중문면) 간 오간 문서들도 기탁됐다. 특히 기탁 문서에 과거 용흥마을에서도 해녀들이 활동 했음을 유추할 수 있는 자료인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