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찬반 논쟁이 이어진 사실적시 명예훼손 제도가 폐지 가능성이 거론되며 도마에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폐지 검토를 지시하며 법무부와 여당이 관련 논의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공익적 목적의 폭로를 막는 악법이란 여론이 높은 반면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어 실제 폐지까지 이어질지에 대해 이목이 집중된다.
13일 법무부에 따르면 사실적시 명예훼손 관련 조항인 형법 제307조 1항 등의 폐지에 대한 검토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정성호 장관에게 검토를 지시했고, 여당인 민주당도 법 개정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관련 조항인 형법 제307조 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한 경우 위법성이 없어진다는 예외 규정이 있지만, 내부고발과 미투 등 부조리 폭로자에 대한 보복성 조치의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비판이 줄곧 제기됐다.
실제 자녀의 양육비 미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신상 등을 공개하는 시민단체 ‘양육비를 해결하는 사람들’(양해들·구 배드파더스)의 운영자인 구본창 대표는 2018년 개설 후 현재까지 총 29건의 고소를 당했다.
그중 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6건이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해 1월 대법원이 벌금 100만원의 선고 유예를 내린 항소심의 판결을 확정했다. 이후 신상정보를 공개한 관련 사이트는 폐쇄했다.
구 대표는 “제보를 받고 여러 절차를 거쳐 피해자임이 확인되면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피해 사실을 세상에 알리는 공익적 목적임에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신상정보 공개 활동은 중단돼 활동이 위축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폐지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목소리도 제기된다. 악의적 폭로에 대응할 법적 보호망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최근 유튜브 사이버 레커들이 유명 연예인 등을 상대로 사생활 등을 폭로하거나 이를 빌미로 협박·갈취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2021년 합헌 결정을 내릴 당시에도 진실 폭로보다 사생활의 비밀과 명예 침해 방지가 더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유엔 시민·정치적 권리규약위원회 등 국제사회는 미국과 독일 등 여타 민주주의 국가들의 사례를 거론하며 여러 차례 폐지를 권고하기도 했다.
이에 법무부 관계자는 “대통령 지시 이후 현재 검토 중에 있다. 추진 과정과 절차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검토 중인 사안이라 공개하기 어렵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