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정치권과 자치단체들이 "전북을 친환경 에너지 산업의 메카로 만들겠다"며 호언장담하고 있지만, 정작 올해 국정감사에선 이와 관련한 구체적 청사진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다만 전북 정치권은 이달 말 종합감사 등에서 새만금과 도내 각 지역의 특성을 기반으로 한 재생에너지 사업을 부각시킨다는 방침이어서 어떤 방식으로 현안이 대두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19일 정치권과 전북특별자치도 등에 따르면 전북은 RE100 산업단지와 신재생에너지 단지, 태양광 사업 활성화를 통한 경제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실상은 다르다. 우선 새만금의 경우 RE100 중심이 되겠다는 계획이 문재인 정부 때부터 나왔으나 실제 성과는 전무한 수준이다.
특히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전북이 어떤 기업을 유치하고, 어떤 경제유발 효과를 얻을 것인지에 대한 로드맵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다.
여기에 국회 상임위와 정부 부처마다 다른 생각과 입장을 드러내면서 '친환경 에너지 중심 전북'이 선거용 구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를 극명하게 나타내는 건 새만금 수상태양광 사업과 연계한 SK의 전북 투자 건이다.

도에 따르면 1.2GW 규모의 수상 태양광은 2028년 말부터 RE100 기업에 전력을 공급할 예정으로, 향후 RE100 기업들의 전력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충분한 공급 능력을 갖추게 될 계획이다.
그러나 기업 현장의 반응은 달랐다. 최소 5년 전부터 정부와 지자체 정치권의 청사진만 나올 뿐 실제 투자와 연결할 수 있는 가시적인 해결책이 부족해서다.
이 사업이 정상 추진되기 위해선 대규모 전력계통 연계가 전제돼야 하는데, 그 핵심인 ‘345kV 계통 연계’ 사업은 주민들과 시민단체, 일부 정치권의 반발에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마디로 전북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한쪽에선 신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외치고 있으나 또 다른 한쪽에서는 주민들의 수용 없는 계통 연계나 송전설비는 불가하다고 맞서는 등 모순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 국감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한 국감에선 국가 전력망 확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으나, 기후에너지환경부 국감에서는 주민들의 의사나 환경을 무시한 전력망 확충 추진에 속도를 늦추라는 주문이 있었다.
업계는 이 같은 정치권의 행태에 직접 건의사항을 개진하고 있으나 전북을 비롯한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은 선거용으로 구호만 나부끼면서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약에는 에너지 중심의 전북이 포함되지만, 주민과 시민단체의 반대 의견을 외면할 수 없는 지역구 정치의 한계 때문이다.

반도체와 데이터 관련 기업들은 이들 산업에 대한 전 세계적인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발전설비와 송전선로 건설에는 최소 5~7년이 소요돼 전력 '병목 현상'이 구조화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함완균 솔루션스트레트지파트너스 대표는 지난 9월 한국경제인협회와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대한전기협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AX시대 급증하는 전력수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세미나에서 “AI, 데이터센터 등 예측이 어려운 수요에 대응하려면 민간기업이 송전선로 계획과 투자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비데 담브로지오 IEA 부문장은 “에너지 없이는 AI도 없다”며 “2030년에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한국의 연간 전력 소비량 2배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번 국감에선 RE100을 위해 생산되는 신재생에너지를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답이 나오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정치권은 표를 위해서 재생에너지 발전단지 착공 계획만 우후죽순으로 발표하고 있다”면서 “정작 착공이 지연되는 일도 다반사 인데다 일부 신재생 발전 방식으로 생산되는 전기 중 상당수가 전력망 연계가 제때 되지 못해 팔지 못하거나 버려지는 신세가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