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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 [수해 한달, 산청 가보니] 도움 절실한데… 자원봉사자 발길 끊겨 한숨

하루 1000명 넘다 열흘 전부터 뚝
마을 곳곳 흙더미·잔해 그대로
주민들 “아무리 치워도 복구 막막”

“폭우가 휩쓸고 간 자리는 아직도 그대로인데…, 아무리 치워도 늙은이 혼자 힘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지난달 중순 극한호우로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를 입은 지 한 달, 산청군에는 아직도 수마의 흔적이 역력했다. 수해를 입은 초창기만 해도 많으면 하루 10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복구현장을 찾았지만, 열흘 전부터는 발길이 줄면서 복구에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지난 14일 찾은 산청군 피해지역은 도로 곳곳이 흙과 돌무더기로 뒤덮였고 전봇대는 반쯤 드러누워 있었다. 도로 일부는 균열로 통행이 제한됐고, 산사태로 토사가 흘러내린 경사로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흙 포대가 즐비했다. 굴착기가 도로를 바쁘게 오가며 흙을 퍼 날랐지만 마을을 가득 채운 흙더미와 잔해는 그대로인 듯 보였다.

 

지난달 16~20일 사이 산청군에는 793.5㎜ 폭우가 쏟아지면서 14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1명은 아직 실종 상태다.

 

산청읍 병정마을은 호우에 따른 산사태로 여러 채의 집이 뼈대만 남기고 무너졌다. 마을에서 만난 박찬균(71)씨는 “집 안은 어느 정도 치웠지만 아직도 벽에 흙이 묻어 있고, 마당은 손도 거의 못 댄 상태다”며 “집 뒤편에 있는 나무들은 산사태에 밀려 휘어진 채로 위태롭게 있는데, 가을에 태풍이 오면 또 다른 피해로 닥쳐오진 않을지 걱정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마을 이장 정순조(68)씨는 “한 달 가까이 산사태 잔해들을 치우고 있지만 여전히 마을은 엉망이다”며 “무너진 집에 거주하던 주민들은 대피소 대신 읍내에서 원룸을 얻어 지내고 있다. 많으면 하루에 100명이 넘게 오던 봉사자들도 열흘가량 전부터 발길이 끊겼다”고 말했다.

산청군 등에 따르면 수해복구를 위해 현장을 찾던 자원봉사자들이 이달 중순 들어 크게 줄었다. 수해가 난 직후인 지난달 22~29일에 7251명이 손을 보탰고,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6일까지 2752명, 이달 7~14일엔 1706명이 다녀가며 조금씩 봉사인력이 줄었다. 이달 7일 이후로는 군 인력 지원도 중단됐다.

 

하지만 피해는 여전하고, 도움도 절실하다. 내수마을 주민 정정숙(79)씨는 “피해가 심해 마을 절반 이상 구역은 아직 손도 못 대고 있다”며 “농사를 지을 밭은 흙과 돌로 뒤덮여 있고, 논으로 가는 길은 바위로 막혀 농기계가 들어가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폭염경보가 내려진 이날 산청군의 최고기온은 34℃. 산청군은 지난달 21일부터 이날까지 11일간 폭염특보가 발효됐다. 대다수가 노인인 주민들은 폭염을 이겨내기도 버겁다.

 

산사태로 3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리마을의 집이 있던 터는 흙으로 덮였다. 이날 마당에서 흙을 퍼내던 조찬석(80)씨의 옷은 땀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그는 목에 두른 수건으로 연신 흘러내리는 땀을 닦았지만 잠시뿐이었다.

조씨는 “축사 4개와 집이 산사태에 휩쓸린 후로 여기서 먹고 자며 집터를 덮은 흙들을 치우고 있다”며 “작업이라도 수월하게 할 수 있게 집터로 흘러내리고 있는 물의 방향이라도 다른 쪽으로 틀게 누군가 힘을 보태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