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0일 오후 찾은 평택시 고덕면 해창리 지식산업센터단지. 이곳에는 총 8개의 지식산업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전체 호실만 3천467호. 중소·벤처기업 재직자들의 활기 대신 적막감만이 감돌았다.
한 지식산업센터는 복도 불이 모두 꺼진 상태였다. 입주 기업들의 사무실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게시판에는 어떤 기업명도 적혀있지 않았다. 단지 내 다른 지식산업센터에는 텅 빈 사무실 문 앞마다 ‘임대·매매·분양’이 적힌 공인중개사 홍보물이 붙어있었다. 지식산업센터 한 개 층에 있는 88호실 중 무려 56개 호실의 현관문에 같은 안내문이 부착된 상태였다.
높은 공실률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고 했다. 단지 내 한 지식산업센터 관리자는 “4년 가까이 됐는데 입실률은 50% 수준이다. 그나마도 지역 내 지식산업센터 중에선 높은 편에 속한다”며 “주변 지식산업센터는 보통 공실률이 60~80%라 문제가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공실 문제는 비단 지식산업센터 건물에만 한정되는 게 아닌, 지역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였다. 단지 내 한 공인중개사는 “단지 전반의 대략적인 공실률은 65% 정도다. 입주를 문의하는 업체가 거의 없다”며 “부동산 거래가 없으니 수입도 적어, 야간에는 물류센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식산업센터 공실 문제는 비단 평택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4일 오후 방문한 수원 영통구 원천동의 한 지식산업센터는 2022년 분양 당시만 해도 3일 만에 400여개의 호실이 모두 분양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기대감이 커진 상태로 지난해 10월 입주를 시작했는데, 현재 공실률은 약 60%다. 이 지식산업센터 한 개 층에는 총 42개 호실이 있었는데, 절반 이상인 27개 호실의 도어락 포장이 뜯기지 않은 상태였다.

경기도 곳곳에서 지식산업센터 공실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중소기업·스타트업의 산실로, 수익형 부동산의 대표 주자로 주목 받았지만 실상은 수원·평택 지식산업센터들처럼 텅 빈 복도와 꺼진 불빛이 일상이 된 지 오래다.
그럼에도 신규 건설은 지속되고 있다. 현재 수원 원천동에만 7개의 지식산업센터가 운영 중이다. 공실률이 대체로 높은데도, 인근엔 내년 준공 예정인 500여개 호실 규모의 지식산업센터 공사가 한창이었다.
원천동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새롭게 짓고 있는 지식산업센터 분양률은 70%가량 된다. 신규 지식산업센터들 중에선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2~3년 전 지식산업센터 열풍이 불었을 때와 비교하면 저조하다”며 “공실이 계속 늘어나도 공급은 끊이지 않는다. 분양자들은 임대를 통해 수익을 보려고 했는데 공실 문제 등 때문에 대출 이자도 못 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