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의 역사를 함께 해온 공예의 가치를 다각적으로 재해석하고,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나갈지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오는 5월 15일까지 열린다. 대전시립미술관의 첫 번째 현대미술기획전 '불보다 뜨겁게 바람보다 서늘하게'가 바로 그것이다.
이번 전시는 대전·충청지역 공예가 14명의 작품을 통해 '공예는 인간의 삶에서 무엇을, 어떻게 이롭게 하는가'에 대한 메시지와 그 저변에 깔린 마음의 온도를 전한다.
시립미술관 1전시실에서는 '무엇이 손을 사유하게 하는가'를 주제로 인영혜, 김희라, 정은진, 윤지선, 윤상희, 정해조, 조혜진 등 7명의 작가가 섬유·충전재부터 3D프린팅, 옻칠 기법을 사용한 작업들을 선보인다.
인영혜의 '울퉁불퉁한 돌기 의자'는 통해 자의가 아닌 타인에 의해 바뀌는 표정과 함께 실제와 달리 표현되고, 무시되는 감정을 내포한다. 김희라는 기물의 형태나 재질을 전환시켜 일탈의 쾌감과 전복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정은진은 새로운 관계의 모색이라는 물리·관념적 사유를, 윤지선은 '실'을 재료삼아 관계를 이야기한다. 정해조는 자연의 이치와 인간의 본분, 사물의 본질과 같이 삶의 기반이 되는 이치와 같은 원리를 고민한다. 특히 한국의 전통 색상인 오방색을 통해 근원적 아름다움과 울림을 전한다. 2021년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한국실에 전시되며 한국미술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알리기도 했다.
2전시실 '손은 무엇을 사유하는가'에서는 구경숙, 임미강, 최영근, 유은옥, 오치규, 최문주, 송계영의 작업을 만날 수 있다. 구경숙은 수백 장의 종이 위에 일상 사물을 이용한 즉흥적인 자국(marking)을 선택·조합하는 과정 등을 통해 인체 이미지를 새롭게 구축하고, 임미강은 자아의 성취, 혹은 표현의 장이자 매개체로써 도자의 영역을 찾는다. 최영근은 천연질료를 이용해 우주의 질서와 창조의 신비, 시간성과 생명의 본질을 고뇌함과 동시에 일상의 정서와 옻칠의 현대적 조형 가능성을 고찰한다. 오치규는 생명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제한된 삶을 통해 인간의 시간에 대한 철학을 이야기한다. 최문주는 면사를 재료로 해 빛과 색, 그리고 시간과 관련된 작업을 펼쳐낸다. 또, 송계영의 작업은 장소와 시간이 상호 교차하며 변화하는 과정을 통해 심리적 공간을 새롭게 정의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우리원 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현대공예가 단지 기능을 가진 형태 혹은 디자인이 가미된 일상의 도구를 넘어 인간사의 바로미터이자 예술적 발언의 매개임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e_taem@daejonilbo.com 이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