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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틀 깬 ‘K뮤직’의 진화…방송가 강타하는 국악 열풍

MZ세대 ‘핫한 음악’에 빠지다
발라드·록과 국악의 크로스오버
독창적 콘텐츠 결합하며 인기
흥과 멋 녹여내는 퓨전국악 무대
대중문화 새 주류로 자리매김
유튜브 등 콘텐츠 유통 창구 확대
콘텐츠 양산·스타 발굴 이어져야

 

 

#1. 박애리의 ‘쑥대머리’와 ‘동초제 춘향가’를 혼합한 세련된 국악을 들려준 젊은 소리꾼 정초롱과 이선희의 ‘인연’과 ‘춘향가’ 중 ‘이별가’를 접목한 애절한 퓨전국악을 선보인 중견 국악인 김산옥,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와 ‘흥보가’ 중 ‘흥보 박 타는 대목’을 매시업한 신나는 크로스오버곡을 내세운 국악 밴드 경로이탈의 무대가 펼쳐졌다. “국악 대중화의 가능성을 높였다”라는 판정단 심사평과 “국악의 매력을 만끽했다”라는 시청자 의견이 이어졌다. 결승에 오른 5개 팀이 경쟁을 벌여 김산옥이 최종 우승을 차지한 MBN ‘K-소리로 싹 가능, 조선판스타’의 10월 30일 방송이다.
 

#2. 국악 스타 고영열이 매력적인 저음과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임희숙의 ‘진정 난 몰랐네’를 절창해 진한 울림을 안겼고 국악계 프린스 김준수는 절정의 고음과 판소리의 진수를 드러낸 창법으로 두 번째 달의 ‘어사출두’를 열창해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산했으며 ‘조선팝 밴드’를 표방하는 서도밴드는 트렌디한 감각을 극대화한 판소리와 R&B의 크로스오버 자작곡 ‘사랑가’를 가창해 무대를 압도했다. “‘우리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를 입증한 무대다”라는 심사위원 찬사와 “국악에 호감을 갖게 됐다”라는 시청자 반응이 쏟아졌다. 2라운드 조별 경연이 벌어진 JTBC ‘풍류대장-힙한 소리꾼들의 전쟁’의 11월 2일 방송이다.
 

3~6%의 시청률을 보인 ‘조선판스타’와 ‘풍류대장’은 매회 화제의 출연자를 배출하고 참가 팀의 퓨전 국악과 크로스오버곡이 유튜브에서 수백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는 등 반응이 뜨거웠다.

이처럼 국악 프로그램이 이슈가 되고 열기가 고조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국악 프로그램 자체가 적은 데다 방송되는 국악 프로그램마저 외면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 TV의 국악 프로그램은 KBS가 1986년부터 내보내고 있는 ‘국악 한마당’과 MBC가 2010년부터 월 1회 방송하는 ‘우리가락 우리문화’가 있지만, 국악·국악인의 변화와 트렌드 수용 부족, 진부한 포맷, 토요일 낮 12시와 새벽 5시 편성으로 0~1%대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간간이 방송되는 KBS의 ‘국악 대경연’과 MBC의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같은 단발성 특집 프로그램도 시청자의 관심 밖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들어 새로운 국악 프로그램이 등장해 높은 인기를 구가하며 화제의 중심에 자리했다.

KBS는 설 특집으로 2월 11일 ‘조선팝 어게인’을 내보냈다. 이날치, 악단광칠, 김영임, 송가인, 송소희, 신유,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출연해 국악과 트로트, 힙합, 댄스음악, 클래식, 팝이 어우러진 트렌디 한 조선팝을 선보여 7.5%라는 높은 시청률과 함께 많은 화제를 낳았다.

KBS는 이어 7월 31일부터 8월 4일까지 3회에 걸쳐 ‘조선팝, 드랍 더 비트’를 방송했다. 명창 방수미와 래퍼 넉살, 가수 에일리와 국악인 고영열, 트로트 가수 신유와 소리꾼 박애리의 장르를 넘어선 콜라보 무대와 이희문, 하윤주, 고래야, 잠비나이, 억스의 창의적인 퓨전 국악 공연이 펼쳐져 4%대 시청률과 함께 대중과 전문가의 호평이 잇따랐다.

특집 프로그램 ‘조선팝 어게인’과 ‘조선팝, 드랍 더 비트’에 관한 관심과 화제, 인기는 퓨전 국악 오디션과 경연 프로그램의 방송으로 이어졌다.

‘발라드부터 힙합, 댄스, 록까지 다양한 장르와 국악의 크로스오버를 통해 흥과 멋을 녹여내는 한국적이면서도 글로벌한 퓨전 국악 오디션 프로그램’을 지향하며 8월 14일 시작해 10월 30일 막을 내린 MBN ‘조선판스타’는 지원한 1000팀 중 예선을 통과한 재즈국악 밴드 뮤르, 국악계 아이돌 유태평양, 민요 신동 신예진 등 50팀이 출연해 112곡의 신선한 퓨전 국악 무대를 보여줬다.

‘국악과 대중음악의 크로스오버를 통해 국악이 가진 멋과 매력을 선사하는 국악경연 프로그램’을 표방한 JTBC ‘풍류대장’은 9월 28일부터 시청자와 만났다. 국악 밴드 억스, 전주대사습놀이 입상자 오단해, 서울대 국악과 학생 최여완을 비롯해 국악 가족, 국악 밴드, 해외 공연 스타, 국악 콩쿠르 수상자 등 다양한 경력의 국악인들이 참여해 발라드, 댄스음악, R&B, 힙합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국악의 독창적인 크로스오버를 시도했다.

‘조선판스타’와 ‘풍류대장’은 대중에게 친숙하고 인기가 많은 오디션·경연 프로그램 포맷을 취하고 시청하기 좋은 오후 9시대 편성을 했을 뿐만 아니라 최고 인기MC 신동엽과 전현무를 투입하고 신영희 김영임을 비롯한 인지도 높은 국악인, 성시경 박정현 이적 송가인 이수영 김정민 등 스타 가수, 박미선 허경환 같은 유명 예능인을 심사위원으로 기용해 국악 프로그램의 접근성을 높였다.

전통의 철옹성에 갇혀 대중과 유리되며 소수 전공자만의 음악이라는 한계를 드러내며 방송에서 외면받았던 국악이 TV 전면에 등장해 화제의 진원지가 되고 국악 프로그램 열풍이 방송가를 강타한 이유는 무엇일까.

오랫동안 국악의 대중성과 독창성을 제고하기 위한 실험을 시도하고 트로트, 포크, 댄스, 발라드, 팝, 록, 힙합과 국악을 접목하는 작업을 전개해온 국악인과 대중음악인의 노력과 활동이 국악 프로그램 신드롬의 가장 큰 원동력이다.

1980년대 ‘산도깨비’ 같은 국악 민요를 발표한 슬기둥, 1990년대 레게와 판소리를 결합한 국악인 원일, 2000년대 국악의 크로스오버 흐름을 이끈 바람곶, 비빙, 공명, 2010년대 퓨전 국악으로 눈길을 끈 잠비나이, 숨, 블랙스트링에 이어 현재 국악에 팝 감각의 음악 등을 가미해 국내외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이희문, 악당광칠, 이날치, 고래야 등이 국악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이끌었다.

송소희, 이봉근 같은 젊은 국악인들은 KBS의 ‘열린 음악회’ ‘불후의 명곡’ 등에서 발라드나 트로트를 국악 버전으로 편곡해 부르고 ‘미스트롯 1, 2’의 송가인 양지은, ‘팬텀싱어 3’의 고영열처럼 실력이 출중한 소리꾼들이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해 국악과 국악인의 인지도와 화제성을 높였다.

유튜브, 사운드 클라우드를 비롯한 국악 콘텐츠의 유통 창구가 확대되면서 대중도 손쉽게 국악을 접하는 환경이 조성돼 일부 국악인이 스타로 떠오르고 국악과 퓨전 국악이 인기곡으로 부상하는 것도 국악이 TV 방송에 진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국관광공사가 2020년 ‘Feel the rhythm of Korea’ 일환으로 선보인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 수가 4000만 회를 돌파했고 태평소, 꽹과리 등 전통악기와 랩이 어우러진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의 ‘대취타’는 3억 회를 기록했으며 전통 국악기와 브라스 악기가 조화를 이룬 스트레이키즈의 ‘소리꾼’은 발표 2개월 만에 1억 회를 넘었다.

대중문화의 가장 강력한 소비층인 MZ세대의 국악과 퓨전 국악에 대한 인식 변화와 소비 확대 역시 국악의 TV 방송 활성화에 한몫하고 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트렌드에 민감하며 개성을 중시하는 MZ세대는 국악과 퓨전 국악에 대해 촌스럽고 고리타분한 음악이 아닌 경쟁력있는 독창적인 문화 콘텐츠로 인식하며 멜론을 비롯한 음원사이트와 유튜브, SNS를 통해 국악 소비와 확산을 주도하고 있다.

방송가를 휩쓸고 있는 국악 프로그램 신드롬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연속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기 위해 ‘조선판스타’와 ‘풍류대장’처럼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대중성과 독창성을 가진 포맷의 프로그램 개발과 방송이 계속돼야 한다.

또한, 국악 프로그램의 지속과 인기를 위해 동시대적 감성과 트렌드, 변화한 대중의 정서와 취향을 담보한 완성도 높은 국악 콘텐츠 양산과 창의적인 젊은 국악 스타 발굴이 절실하다. 국악에 대한 대중의 인식 개선과 협소한 국악 시장의 확대도 뒤따라야 국악 프로그램 열기가 더욱 고조될 수 있다.

<배국남·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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