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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여전히 위험한 스쿨존]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사고 다발지역 가보니…

불법 주·정차 사이로 들락날락 '아찔한 등·하교'
학교 정문 인근 횡단보도 있어도 주정차 차량에 시야 가려 위험
도로 폭 좁은 곳에도 인도 없어…어린 아이들 차도로 걸어다녀

 

#지난해 7월 오후 2시쯤 대구 달서구의 한 네거리에서 우회전을 하던 운전자 A씨는 보행자 녹색신호에 자전거를 타고 횡단하던 8세 남아의 자전거 우측 부분을 그대로 들이 받았다. 이곳은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차량 속도를 줄이고 전방, 좌우를 살펴야 했지만 이를 게을리했다. 이 어린이는 발목과 발에 찰과상을 입었다.

 

#2019년 5월 24일 낮 12시 30분쯤. 대구 수성구의 한 초등학교 후문 앞을 지나던 승용차 운전자가 우측에서 좌측으로 횡단하던 9세 아동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지점은 어린이보호구역으로 학생들의 통행이 잦은 곳이었으나 운전자 B씨는 전방주시 의무를 게을리했던 것이다. B씨는 아동을 들이받고도 그대로 도주했다. 피해 아동은 허리뼈 부위의 인대가 손상됐다.

 

#2019년 4월 5일 오후 3시 10분쯤 대구 남구의 한 오르막에 위치한 어린이보호구역 횡단보도 인근에서 승합차 운전자 C씨는 가속 페달을 꽉 밟았다. 서행하면서 안전에 유의해야 했지만 오르막에서 바퀴가 헛돌자 C씨는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은 채 앞으로만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차가 뒤로 밀리면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15세, 12세, 13세 아동들에게 충격을 가해 쇄골과 정강이 등에 골절상을 입혔다.

 

이처럼 대구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일어나는 어린이 교통사고는 대부분 운전자들의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이나 전방주시 태만 등 안전운전 불이행이 많았다.

 

게다가 ▷학교 주변에 즐비한 골목 ▷불법 주·정차 차량 ▷폭이 좁은 도로 탓에 인도 미설치 등이 아동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 3년 사이 어린이 보행자 사고가 2건 이상 발생한 스쿨존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모습이다.

 

 

◆ 학교주변 골목, 불법 주정차량 많아

 

학교 정문과 후문 인근에 횡단보도가 여럿 있음에도 대부분 신호등이나 과속단속 폐쇄회로(CC)TV가 없다 보니 길을 건너는 아동들은 차량을 그대로 마주하게 된다.

 

지난달 27일 오후 4시쯤 찾은 달서구 월서초교 스쿨존. 이곳에서 지난해 두 차례 사고가 발생했다. 정문 앞 횡단보도에는 길을 건너기 위해 주위를 살피는 학생들이 수두룩했다. 편도 1차로에다 횡단보도 위로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어 횡단보도를 건너려던 키 작은 어린이에게는 건너편의 차가 보이지 않는 듯했다. 횡단보도에 반쯤 들어섰다 다시 되돌아가는 행동을 반복했다.

 

유모(9) 군은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려면 길을 건너야 하는데 꼭 집에 가는 시간에 차들이 많다. 차들이 밀릴 때가 많은데 건너편에서 오는 차들이 보이지 않아 엄마가 무작정 건너면 안 된다고 일러줬다. 학원 시간에 맞춰 마음이 급한데 무서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신호가 없는데 갈래길이나 교차로가 있으면 위험은 더욱 가중된다. 지난해 4, 8월 수성구 동문초 스쿨존 효행로2길과 화랑로34길로 나뉘는 갈래길에서 사고가 각각 일어났다. 두 갈래길 앞에는 17m가량의 횡단보도가 있지만 신호등이 없어 아이가 한쪽 길만 본 후 건너다 다른 길에서 튀어나온 차량에 부딪힌 것이다.

 

남구 남도초의 경우 지난해 10월 교차로 인근에 위치한 나무와 전봇대가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던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며 횡단 중이던 6세 아이를 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도로 폭이 좁아 인도 설치가 불가능하거나, 불법 주정차로 인해 아동들이 도로로 걷게 되면서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잦다.

 

지난해 10월 남구 대명동 성명초교 인근 두류공원로18길과 대경길이 만나는 교차로 부근에서 6세 아이가 길 가장자리 통행 중 차에 부딪혀 다쳤다. 이 일대는 빌라들이 밀집해 있어 이면도로 양쪽으로 주민들이 세워놓은 차들이 많아 보행자가 주차된 차량들을 피하느라 도로 중앙까지 내몰리게 되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학부모 정모(43) 씨는 "이면도로에 주정차 된 차량들 사이로 아이들이 불쑥불쑥 튀어나는 경우 운전자가 대응하기도 어렵다. 이곳은 주차장도 별로 없어 주민이나 상인들 대부분 이면도로에 주차를 할 수밖에 없다"며 "등교 시간에는 학교에서 교통 도우미가 있어 관리하지만 하교 시간엔 없어 걱정이 크다"고 했다.

 

 

◆ 사고 나도 도로 좁고 교통 혼잡해…신호등 설치 어려워

 

학부모들은 통학로 안전 대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경찰은 고개를 내젓는다.

 

사고 지점 대부분은 편도 1차로만 있어 직진과 좌회전 차로를 분리할 수 없어 신호 운영이 힘들고, 좌회전 전용 대기공간이 있으면 좋지만 이 역시 2차로 이상이어야 가능한 얘기라는 것이다.

 

대구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왕복 1차로라도 근처에 주거지가 있는 경우 출근 시간대엔 한 방향에만 교통량이 집중되는 경우가 많아 신호등을 운영하면 출근 차량들의 대기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 이런 경우 되레 교통량이 많은 차로의 신호 위반이 증가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 역시 보행자 대기공간이 있어야 하지만, 길가 전봇대나 주정차 차량 때문에 대기공간 확보가 어려운 경우도 많다. 대기공간이 없어 횡단보도는 이용률이 떨어져 사고가 잦고, 보행자들의 피해가 클 수 있다고 경찰 측은 설명한다.

 

대구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대기공간이 없으면 오히려 보행신호를 기다리지 않고 빨리 건너려 무단횡단을 하는 경우가 생긴다. 결국 무단횡단을 하다 사고가 나면 오히려 보행자 입장에서 불리한 경우가 생길 수 있어 신호등을 함부로 설치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배주현 기자 pearzoo@imaeil.com 윤정훈 기자 hoony@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