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불편한 노인의 일상을 돕는 요양보호사는 ‘생의 마지막 벗’이라고 불린다. 노인 인구 1000만의 초고령시대에 돌입한 만큼 이들을 돕는 요양보호사의 증원도 시급해지고 있다. 그러나 열악한 처우와 저임금 탓에 요양보호사 유입이 적어 노인이 노인을 돕는 ‘노노(老老)케어’ 또한 심화되고 있다. 7월 1일은 요양보호사의 날이다.
인력 배치·연차 등 처우 열악
지원자 적고 퇴사도 부지기수
“호봉제·표준임금제 도입하고
돌봄 가치 인정 제도 마련해야”

◇요양보호사 찾기 힘들다= 경남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는 매년 소폭 증가하고 있지만,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노인의 수를 따라가지 못한다. 경남도에 따르면 경남지역에서 근무하고 있는 요양보호사는 2022년 9월 기준 4만1958명, 2023년 12월 기준 4만5626명, 2024년 9월 기준 4만9088명이다. 반면 경남 노인 인구는 2025년 70만명을 돌파했다. 도에 따르면 12월 말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22년 63만8801명, 2023년 66만9646명, 2024년 70만 4330명으로 집계됐다. 매년 30만명 이상 늘고 있는 추세다.
창원에 위치한 한 요양원 관계자는 “시설에서 모집 공고를 띄워 놓아도 지원자가 없다. 작은 시·군일수록 더 심하다고 들었다. 들어왔다가 자신과 생각하던 일과 다르다며 하루 만에 나가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라고 밝혔다.
◇야밤 30여명 홀로 케어… 재가 요양보호사는 연차도 없어= 오영숙(62)씨는 하동의 한 요양시설에서 노인을 돕는 11년 차 요양보호사다. 하루 8시간, 근무표에 따라 평일과 주말, 주간과 야간을 병행한다. 올해부터 시설을 기준으로 요양보호사 한 명이 맡을 수 있는 수급자 수는 2.1명이지만, 유예기간을 통해 대부분의 시설에서는 아직 2.3:1의 인력을 배치하고 있다. 거기에 연차를 쓰거나 병가 등 휴가를 쓰는 요양보호사의 몫도 대신하기 때문에 오씨를 비롯한 요양보호사들은 하루 6~8명의 대상자를 돌본다.
요양원 시설에 입원하는 노인 대부분은 치매를 앓거나 지병이 있어 거동이 힘든 와상((臥牀)환자다. 몸을 씻기고 기저귀를 가는 것부터 식사를 수발하고 자세를 고쳐주며 손톱 발톱을 깎는 작은 것까지도 보호사의 일이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축 처진 노인 환자들을 한 번 들고 나면 온 몸이 땀으로 젖는다. 밤이 되면 30여명의 환자를 요양보호사 한 명이 돌본다. 낙상과 질식, 경기, 호흡곤란 등 온갖 돌발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최저임금 노동자다.
남해 이순미(55)씨는 시설에서 10년간 일을 하다가 지금은 재가(가정 방문) 요양보호사를 하고 있다. 많으면 4명까지 대상자 집을 찾는다. 재가 대상자는 시설 입원자보다 몸 상태가 좋은 편이기에 대개 간단한 식사와 집안 청소, 병원 이동, 관공서 업무, 산책 등을 돕는다. 개중에 목욕과 식사 수발 등을 도와야 하는 장기요양 1등급 대상자도 배정된다. 이씨는 연차를 써 본 적이 없다. 연차 제도가 따로 없어 재가 요양보호사들에게 유급휴가는 꿈이다. 이씨는 “다른 어르신은 몰라도 1등급 어르신은 하루 케어를 못하면 대체인력이 투입되지 못해 오랜 시간 기저귀를 하거나 식사도 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생의 마지막 벗… 가치 있는 돌봄 위해= 요양보호사들은 돌봄노동의 가치가 인정받기 위해서 호봉제와 표준임금제를 도입하고 인력배치 기준을 조정하는 등 제도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촉구한다. 임현아 돌봄서비스노조 경남지부장은 “근속연수에 따른 호봉제 실시, 요양보호사 표준 임금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이 요양보호사의 전문성과 돌봄의 가치를 인정하는 처우 개선의 첫발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현행 2.1:1인 인력배치 기준도 1.5:1까지 낮춰야 현재의 과중업무도 개선될 것이라 보고 있다. 공백이 생긴 돌봄을 지원하는 대체인력제도를 마련해 달라는 요구도 있다. 경남은 경남사회서비스원에서 사회복지시설 공백에 대처할 수 있는 대체인력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요양보호사는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돌봄’이 가진 가치는 오랜 시간 보호사 일을 유지한 동력이다. 이씨는 “대상자 어르신들로 인해 행복한 기억이 많다. 그들과 울고 웃으면서 힘들지만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