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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두바퀴로 달리는 경북도 명품길 2천km] ③ 대한민국 재발견 1번지, 영양

삶의 부족한 영양을 채우려 오지를 누빈다
조지훈 문학관 보고 시비 따라 걸으면 흥이 절로
30여채 고택 어우러진 두들마을 문학 향기 물씬
일월·검마산 계곡 천지…때묻지 않은 청정 유혹

 

◆대한민국 3대오지 BYC(봉화,영양, 청송)중 2번째 영양(Y)

 

영양은 오지다. 속속들이 오지다. 전체 면적의 73%이상이 온통 산과 밭이다. 살아가는 인구도 적다. 16,000여명(2020년 통계)에 불과하다. 경북에서 맨 꽁무니다. 강원도 보다 더 척박스럽다. 영덕으로 향하는 당진영덕 고속도로가 생겼다지만 여전히 큰 맘먹고 떠나야 한다. 가는길도 험하다. 지루하다. 하지만, 그 보상은 크다. 진정한 의미의 '쉼'과 '틈'을 준다. 코로나 시대에 새롭게 부각되는 천혜의 자연 보물단지같은 쉼터다. 이제, 오래동안 간직해 왔던 스토리들이 하나둘씩 허물을 벗어가고 있다.

 

◆ 대한민국 재발견 일번지, "별 볼일 많은, 별거 많은 영양!"

 

"별 볼일 없는 세상"이다. 무료하고 복잡다단한 세상이다. 게다가, 이놈의 코로나는 우리의 숨구녕까지 턱턱 치고 온다. 세상은 점점 재미 없어지고 갑갑증에 휘둘린 우리들! 뭔가 탁!하고 신나는건 없을까? 유레카처럼 휙하고 우리들 뇌리를 시원스레 뚫어 주는 것은 없을까? 이 답답증에 영양은 딱 해답을 준다. 영양을 향해 떠난다.

 

삶의 영양(營養)을 살찌우기 위해 영양을 찾는다. "별 볼일 많은 영양" "별거 많은 영양" 속살 속으로. 이제 두바퀴 자전거는 맘 단단히 묵고 그 오지 속을 파헤쳐 볼 기세다. 밖으로 나가는 길이 꽉 막힌 사람들은 대한민국 우리의 땅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자, 우리네 땅은 파면 팔수록 숨겨진 비경들을 차곡차곡 드러내준다. 코로나는 대한민국 재발견이다. 그중 단연 일번지는 영양이다.

 

 

◆골라먹는 재미가 쏠쏠한 영양의 네가지 맛

 

▷ 영양 첫번째 맛, 영양은 문학의 향기가 온 동네에 진동한다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

 

.....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올린

 

외씨버선이여 ..." (조지훈의 승무)

 

 

청록파 대표시인 청파 조지훈(1920~1968)의 본향은 영양 주실마을이다. 그의 생가인 호은종택을 비롯하여 옥천종택, 월록서당등 운치높은 고택들이 일월산 자락을 따라서 자리하고 있다. 마을 초입에 빗장을 친 울창한 숲들이 주실마을의 깊이를 말해준다. 조지훈의 문학관을 둘러보고 그의 시비를 따라서 걷노라면 절로 흥겨워진다. 조지훈의 시 '승무'에 등장하는 "외씨버선"은 영양을 명명하는 또 다른 이름이다.

 

일도 오병희(1901~1946) 시인이 나고 자란곳은 이곳 영양의 감천마을이다. 선바위 남이포에서 약10분거리, 외씨버선길 제5길에 자리잡은 약60호 정도의 아담하고 정갈한 마을이다. 항일시인이기도 서정시인이기도 한 오일도의 흔적은 그의 대표작인 '저녁놀' 마냥 영양의 또 다른 한켠을 물들인다. 그의 시 흔적들이 남겨진 길을 약 11 Km 걷노라면 이윽고 영양 전통시장에 도착한다.

 

 

 

주실마을에 맞서는 또 하나의 영양의 전통마을, 두들마을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소설가 이문열의 오늘이 숨쉬는 곳이다. 소설가의 고향이고 문학연구소가 자리한다. 석계고택, 석천서당, 석간고택등 약 30여채의 고택들이 고풍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마을앞에는 화매천이 흐른다. 우리말의 언덕을 의미하는 '두들'마을은 한층 다채롭다. 최초의 한글 조리서인 장계향 음식디미방도 이곳 두들마을의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조지훈, 오일도 그리고 이문열의 문학의 향기는 영양을 살찌운다.

 

 

▷영양 두번째 맛, 영양은 끝장 계곡천지다. 암때나 걸터 앉아도 계곡이 발아래 흐른다.

 

약 30여리에 걸쳐 펼쳐진 수하계곡, 청정 보호 수역인 왕피천계곡 그리고 울창한 숲들과 조화를 이루는 본신계곡이 협곡을 이룬다. 일월산, 검마산등 산자락 아래에 다채로운 물길이 흐르고, 맹동산 자락에는 삼의계곡이 시원함을 충동질한다. 수비마을을 흐르는 송하계곡, 백암산 자락의 신선계곡 또한 영양의 물줄기와 닿아있다. 이윽고 울진방면으로 흐르면 불영계곡과 맞 닿는다. 곧장 동해에 당도한다. 영양은 지천에 계곡천지다.

 

 

◇영양 세번째 맛, 반딧불 그리고 야생화의 고향

 

반딧불은 청정지역의 다른 이름이다. 때묻지 않은 청량함을 상징한다. 티없는 청정 산소지역을 나타낸다. 해마다 여름날 저녁이면 어른 아이 할것없이 자그마한 반딧불을 쫓아서 동심에 몰입한다. 수하계곡 길섶에 위치한 반딧불이 천문대는 여름날 별바라기 반딧불의 본거지다. 경북 최고의 해발 1,219미터의 일월산 아래에 조성된 자생화공원은 또 다른 청정의 유혹이다.

 

◇영양 네번째 맛, 오랜 비밀의 빗장을 열어제친 자작나무숲

 

기름기 많고 껍질이 탄탄한 나무 껍질이 불길에 탈때 '자작~자작'소리를 낸다 하여 이름 지어졌다는 자작나무! 예전의 닥터 지바고 영화속 시베리아 추운 겨울의 흰눈 속에서나 볼 듯했던 자작나무! 누구던 화보속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는 자작나무! 이곳 영양 죽파리 숲속에서 1993년 이후 약30여 년 만에 기지개를 펴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흰백색의 쭉쭉뻗은 나무숲 속에서 너나 할것없이 탄성을 지른다. 국가 명품숲으로도 지정되었다. 축구장 약 100개 넓이만큼 큰 트레일길이다. 볼수록 설레는 비경이다.

 

 

 

TIP: 경상북도의 자작나무숲들

 

경상북도 땅에는 의외로 우리가 모르는 자작나무숲들이 많다.

 

하나씩 수첩에 적어두고 찾아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영양 죽파리 : 약30h에 걸친 국내 최대의 자작나무숲. 최고다. 최근 약30년만에 외부로 알려졌다. 유일한 단점은 약4Km에 이르는 숲길을 걸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보람은 확실하다.

 

김천 수도산 치유의 숲 : 약 해발 1,000미터의 수도산 중턱에 위치한 명품 치유의 숲속에 위치한 자작나무숲. 소나무숲과 군락지를 이루어 치유의 시간을 허락한다. 숲 사이에 놓여진 평상에 누워서 하늘을 응시하면 평화로움 그 자체다.

 

청송 부남리 화장리 : 약25년된 수령의 자작나무숲 군락지가 약 2.5 Km에 걸쳐서 형성되어 있다. 청송 얼음골까지 약6키로 정도 떨어져 있어 한데 묶으면 좋은 트레킹 길이 된다. 약 10 Km에 이르는 자작나무 임도길을 달리면 꽤나 운치스럽다.

 

고령 미숭산 대가야 생태숲 : 해발 733미터 미숭산 중턱에 넓직하게 형성된 자연휴양림 인근에 조성된 자작나무숲. 규모도 적고 수령은 다소 어리다지만 미숭산, 해인사로 이어지는 숲길이 풍성하다.

 

◆영양의 또 다른 멋스러움 : "외씨버선길"

 

조지훈의 향기는 경북 곳곳에 온통 녹아있다. 승무 속 외씨버선 싯구에서 따온 "외씨버선 길"은 경상북도 오지 마을 BYC를 꿰뚫는다. 청송에서 시작하여 영양을 관통하고 봉화로 이어져서 영월에서 매듭짓는 총13길, 약 240 Km에 이르는 장대한 트레일이다. 영양 구간은 제4길 장계향 디미방길, 제5길 오일도 시인의 길, 제6길 조지훈 문학길, 그리고 제7길 치유의 길까지 약64Km에 이르는 구성진 길이 영양의 땅에 닿아있다. 길은 단순하게 걷는것이 아니다. 살풋한 외씨버선의 갸느린 간절함이 절절히 길에 녹아있다. 길은 치유이고 부활이다. 영양의 자전거는 외씨버선길과 함께 나아간다.

 

 

◆ 영양 자전거길 넷

 

곳곳에 켜켜이 새겨진 이야기를 되새김질하며 두바퀴 자전거는 영양땅을 다채롭게 달린다. 때론 거칠게 또는 여유작작하며 나아간다. 아련한 미련이 오래도록 그림자져 진다.

 

 

 

제1코스 : 문학의 길, 약80Km

선바위~외씨버선길 5길(오일도 시인의 길)~영양 전통시장~외씨버선길 6길(조지훈 문학길, 주실마을)~본신계곡~검마산 죽파리 자작나무숲

 

제2코스 : 바람의 길, 약60Km

외씨버선길 4길 (두들마을,이문열 문학관,장계향 디미방길)~삼의계곡~맹동산 풍력발전단지~송하계곡~낙동강 정맥로~죽파리 자작나무숲

 

제3코스 : 끝장 계곡의 길, 약90Km

수비면 행정복지센터~영양 반딧불이천문대~수하계곡~왕피천계곡~울진 불영계곡~통고산 임도~울진 성류굴

 

제4코스 : 백암온천 힐클라이밍 대회, 약40Km

백암온천~백암산~금장산~구주령~백암온천

자전거는 제1코스 문학의 길을 먼저 찾는다.

 

글·사진 김동영 여행스케치 대표

 

특집부 weekly@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