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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자가격리 산모·아기 살려라” 193㎞ 거리 달려 16시간 사투

코로나 때문에 동해~춘천까지 긴박했던 출산 순간

 

 

산통 시작된 동해 여교사
인근병원 음압시설 없어
강원대병원까지 긴급후송
3.74㎏ 아기 무사히 출산
“눈물난다 … 의료진에 감사”
네티즌 격려 댓글 줄이어


27일 저녁 동해시에 거주하는 박용현(34)씨는 발을 동동 굴렀다. 임신한 부인이 심하게 산통을 느끼기 시작했지만 정작 병원으로 갈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교사였던 부인이 근무 중이던 학교에서 7월 중순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자가격리 대상자가 됐던 탓에 음압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있던 인근 병원에서는 산모를 받을 수 없다고 밝힌 것이다.

병원 갈 수 없는 상황=박씨는 고통을 호소하는 부인을 위해 어떤 방법이라도 써야 했다. 병원으로의 이송이 어렵게 되자 그는 동해시 문을 두드렸다. 동해시보건소는 강원도 방역대응팀에 이 상황을 전달했고, 방역대응팀은 강원대병원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에 연락했다. 강원대병원은 긴급 회의를 통해 산모를 받기로 했다. 산모와 아이를 살려야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어 산부인과, 감염내과, 소아과, 마취과와 중환자실을 비롯한 의료진 30여명이 팀을 이뤄 음압시설 등을 세팅했다.

시간과의 싸움=문제는 시간이었다. 동해시에서 춘천 강원대병원까지 거리는 193㎞였고, 양수까지 터진 산모에게 차 안에 있어야 할 2시간은 위험한 순간이 될 수도 있었다. 강원대 의료진은 일단 산모를 싣고 오는 119구급대원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이송 과정에서부터 산모의 상태 등을 체크했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산모와 배 속의 태아 모두 양호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다행인 것은 산모의 자가격리 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의료진은 음압시설보다 일반 수술실이 안전하다고 판단하고 일단 기다렸다.

16시간의 사투=마침내 28일 낮 12시, 산모의 자가격리 해제 시간이 끝나자마자 강원대 의료진은 곧바로 제왕절개 수술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로부터 1시간 정도가 지난 후에 남편 박씨는 갓난아기의 우렁찬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부인도 무사했고, 특히 3.74㎏의 건강한 아들이 간호사의 품에 안긴 모습을 본 남편 박씨는 흐르는 눈물을 막을 수 없었다.

박씨는 “많은 고생을 해 주신 30여명의 의료진에게 감사 드리고, 12시간 넘게 고통을 이겨내 준 아내도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사명감으로 대처”=이송부터 수술까지 모든 과정을 주도한 황종윤 강원대병원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장과 30여명의 의료진은 힘들었던 출산 과정을 되새기며 산모와 아기에게 축복의 인사를 전했다. 황종윤 센터장은 “30여명의 의료진이 자가격리 산모의 수술을 준비하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공공의료기관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대처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강원도내 산모들이 보다 안전한 출산을 할 수 있도록 영동지방과 강원 남부지역에도 안전한 출산 인프라가 확충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소식이 강원일보 네이버 모바일 뉴스를 통해 속보로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100여건의 댓글을 통해 “기사를 읽는데 눈물이 났다”, “의료진에게 감사드린다”, “산모와 의료진에게 박수를 보낸다” 등의 축하를 보내면서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박서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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