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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보) [대일응접실] "세 번 먼저 숙이면 상대도 고개를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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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숭총림 수덕사 방장 달하우송 대종사

 

 

대담=장중식 취재1부장

 

불기2565년 음력 4월8일 부처님오신날. 유난히 긴 코로나19 여파 속에 맞은 '사월초파일'은 말 그대로 온 산하가 부처다.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5월만큼 봄비가 흠뻑 산천을 적셔 신록이 짙어지는 계절,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시기로 1년 중 제일 좋은 날로 전해진다. 과거 성현이 오면 감옥수문을 개방해 맺힌 마음도 다 봄바람에 풀어 버리고 갇혀 있던 새들을 전부 방생해 날려 보낸 날이기도 하다.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충남 예산 덕숭총림 수덕사 방장 달하우송(사진·대종사) 스님을 만났다. 불교계의 원로이자 천년고찰 수덕사 큰 스님으로부터 부처님 오신날의 의미와 사부대중들에게 전하는 화두와 설법을 함께 했다.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 = "초월의 눈동자와 자비의 미소, 초파일에 부처의 미소가 젖어 든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내가 눈을 떴을 때 벌어진 세상이니까, 이 세상은 내 업장이고, 내 책임이다. 내가 뜨거운 가슴으로 세상을 안고, 용서하는 날이 초파일"이라며 말문을 연 달하우송 스님.

 

스님은 최근 코로나19가 지속되는 가운데 자신이 생각하는 상식과 반대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동안거 해제에 들어갔다. '동안거'는 스님들이 한 곳에 모여 외출을 금하고 수행하는 과정이다.

"내가 알고 있는 상식과 주장하는 것 다 이게 죽어 나자빠지는 이 상황에서 무슨 용처가 있을 지를 고민했다"며 화두를 꺼낸 스님은 "바다에 갔을 때 파도에 휩쓸려 밀려온 고기떼들이 숨을 쉬려고, 먹이를 찾으려고 여기 저기 쳐다보면서 입을 뻥긋거리더라. 그러다가 밀물이 밀려오는 바람에 다시 못 들어가고 눈만 쳐다보고. 그 눈동자 속에 마음의 생명자리가 있었다. 거기서 눈의 창구는 틀려도 생명을 쓰는 것, 생명 바다는 똑같다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또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이 훨씬 많지 않냐.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했다"며 "산천의 나무는 이파리보다 (보이지 않는) 뿌리가 더 울창하듯, 우리가 살아있는 생명들보다 살다가 죽은 영혼이 훨씬 많을 것 아닌가"라며 "(코로나19라는) 역병에 무력한 생명들의 처참한 광경을 본 것들을 반추했다. 자기 자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를 돌아본다는 것. "허공에 지구도 있고 별도 있고, 온갖 산천초목도 있고. 허공이라는 틀에 온갖 것이 다 있지 않나. 온갖 것은 변해도 공(空)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며 "이(理)하는 자체로 얼른 돌아와서 만고의 안심처를 봐야 되겠다는 것을 깨쳤다. 그 후로 순풍이 불어서 참선법이 생기게 됐다. 그런데 우리는 스마트폰 등 물질을 보는 자체에 마음을 다 뺏긴다. 자신의 마음자리로 얼른 돌아와야 하는데, 마음자리가 있다는 것은 다 잊어버리곤 한다. 자기 자신을 깨치고, 자신의 마음자리로 돌아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스님은 "원기를 회복해야 한다. 초파일은 어떤 역병도 상관 없는 면역력 자체"라며 "원기가 확실한 사람, 내공이 확실한 사람, 건강한 사람은 역병이 찾아와도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약을 찾아 삼만리를 갈 게 아니라 얼른 자기 자체로 돌아와야 한다. 그래서 몸 구석구석 숨구멍이 열릴 수 있도록 부지런히 움직여 땀을 흘리고, 집안일도 하고, 사람 만나면 웃어도 주고, 한 번 씩 노래도 불러주고, 밤에는 숙면도 취해야 한다"며 몸에 숨구멍이 숨쉴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원기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제시했다.

 

◇혼탁한 사회, 신뢰 회복이 관건 = 최근 여야를 막론한 혼탁한 정치 상황에 대해서도 해결책을 제시했다. 스님은 "만인이 공감하는 상식이면서 올바르다고 하는 것에 맞춰 진행하는 사람은 하루하루가 발전"이라며 "그런데 편법을 행하는 쪽은 처음엔 되는 것 같아도 결국엔 망하곤 한다"고 질타했다. 이어 "국민들이 나아갈 방향을 바로잡아 그들을 위해 내가 봉사할 마음이 일어나다면, 너무 단세포로 생각하지 말고 공명정대한 대원칙을 갖고 많이 공감하고 꾸준히 하다 보면 발전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취업문제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20-30대에게도 조언을 건넸다.

 

스님은 "5월이다. 산천이 싱그럽고, 하늘도 시원하게 탁 트이고, 땅이 든든하게 만물을 소생시키고, 집도 짓고 그런 계절이다. 근데 지금 딱 내가 태어났다면, 여기서 다시 출발하면 되지 않냐"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변소 청소하는 자리라면 기꺼이 함으로써 기회를 만들면 된다"고 역설했다.

 

특히 기회가 주어지는 한 최선을 다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갖가지 경우에 대비해 자기를 축소시키면 안 된다. 가다가 쓰레기 떨어져 있으면 줍고, 누가 날 욕하면 인자한 형님 같은 미소를 지어 다시 생각하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며 "너무 급해서 자기를 축소시키는 사고는 적절하지 않다"며 진단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우리 사회가 나가야 할 길에 대한 당부도 아끼지 않았다.

 

모든 것은 사랑으로 시작해 사랑으로 끝난다. "인도에 갔을 때, 부처님 오비구를 설법한 장소에 있는 문을 열어야 할 일이 있었다. 꼼짝도 하지 않아 한 바퀴 돌리니 문이 덜컹덜컹 했다. 세 바퀴를 돌리고 나니 문이 열리며 여기 저기 다 보이더라. 이 때 노크는 3번 하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더불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노크를 3번 하는 것도 방법이다. 노크를 한 번 하면 들은 척 하다가 두 번째 노크 땐 조금씩 신경 쓴다. 마지막으로 진심을 담아 세 번째 노크를 하면 필경 듣게 돼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미운 상대라도 내가 먼저 고개를 숙이면 상대 또한 스스로 고개를 숙일 것이라는 메시지로 겸손과 배려의 의미를 다시금 일깨웠다. 살아 숨 쉬는 것은 저마다의 향이 있듯, 사람 또한 향이 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첨언은 또 하나의 선물이다.

 

정리=이태민 기자

 

 

* 달하우송 (대종사) 스님은

1959년 세수 17세의 나이에 수덕사에 입산. 같은 해 정혜사에서 원담 스님을 은사로, 인규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63년 범어사에서 혜수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받았다. 1963년 묘관음사, 망월사, 동화사, 통도사 극락암, 상원사, 정혜사 등 30년 가까이 선방을 다니며 최소 56안거 이상 정진했다. 동년에 수덕사에서 원담스님께 사집과를, 1965년 용주사 대강백 관응스님 밑에서 대교과를 수료했으며 1984년 경희대 경영대학원 연구과정을 수료했다.

 

1973년 충남 홍성 오서산 정암사 주지를 시작으로 제8대 중앙종회의원을 역임한 후, 1988년부터 덕숭총림 수덕사에서 15대 주지를, 1992년 정혜사에서 능인선원 선원장을 지냈다. 1999년 수덕사 유나 스님으로 절에서 재(齋)의 의식을 지휘했으며, 2012년에는 수좌 스님으로 정진했다. 2019년 대종사 법계를 품수한 후 덕숭총림 5대 방장으로 추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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