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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126년 역사' 인천 애관극장 매각설…"공공이 매입하라" 목청 커진다

우리나라 최초 실내극장, 코로나 장기화로 운영난
최근 민간 매각 소문에 "공공차원 활용해야"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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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관극장 현재 모습./경인일보 DB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운영난으로 매각설이 나오는 우리나라 최초의 실내극장인 '애관극장'을 공공 차원에서 확보해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 중구 싸리재에 있는 애관극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부터 관람객이 급감한 상황이다. 5개 상영관 중 가장 큰 1관은 운영비를 줄이기 위해 문을 닫은 지 1년이 넘었다고 한다. 애관극장 운영난이 심각해지면서 최근에는 건물이 민간에 매각될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126년 역사가 서린 애관극장을 지역사회가 보전해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우리나라 첫 실내극장·공연장 '애관극장'

애관극장은 우리나라 근대 공연·영상문화 역사의 산실이라 할 수 있다. 개항기 인천 최고 부호로 불렸던 정치국(1865~1924)이 1895년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실내극장 겸 공연장인 '협률사'(協律舍)가 현 애관극장 자리다. 협률사는 '박첨지' '흥부놀부전' 등의 인형극, 창극, 신파연극은 물론 남사당패 공연까지 있었다고 한다. 협률사는 개항장을 반영한 '축항사'(築港舍)로 개명했다가 1926년 '보는 것을 사랑한다'는 의미인 '애관(愛館)'으로 다시 이름을 고쳤다. 이때부터 애관은 연극·영화 상설관이 됐다.

애관극장은 2000년대 멀티플렉스 시대가 도래하기 전까지 인천의 수많은 단관 극장과 함께 전성기를 누렸다. 인천의 대표적 정치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죽산 조봉암(1899~1959) 선생도 애관극장을 애용했다. 1940년대 조봉암 선생은 인천 도원동 부영주택에서 살았다. 조봉암 선생의 딸인 조호정 여사는 2016년 경인일보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바쁜 와중에도 틈만 나면 집 근처 애관극장이나 표관극장에서 영화를 봤는데, 유독 로맨틱한 영화를 좋아했다"며 "겉으로는 강인한 모습만 보였지만, 실제로는 정도 많고 눈물도 많은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다시 나온 매각설

애관극장은 2018년에도 매각설이 나왔다. 인천 지역 문화계와 시민들이 '애관극장을 사랑하는 인천시민모임'(애사모)을 만들어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활동을 벌였고, 인천시가 극장 매입을 위해 극장주와 협의하기도 했다. 극장주가 매각 의사를 철회하면서 다시 운영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더 이상 극장주의 노력만으로는 애관극장을 유지하는 데 한계에 부딪친 것이다.

최근 애관극장 민간 매각설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자 지난 20일 시민들이 '애사모' 2기를 발족하고, 인천시에 애관극장을 공공 문화유산으로 보전해 활용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애사모 관계자는 "인천시가 애관극장을 문화유산으로 접근해 매입하고 시민을 위한 문화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애관극장에서 영화 보기 운동', 토론회, 시민 모금 운동 등의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이 매입·활용해야

인천시는 다시금 애관극장을 매입해 공공 목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극장주와 접촉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인천시 등록문화재 지정을 극장주에게 제안하기도 했지만 성사되진 않았다. 인천시도 애관극장의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천시는 민간 소유 건물을 소유주가 원하는 수준(시세)에 매입하기엔 제도적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애관극장을 매입할 경우 어떻게 활용할지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지자체는 감정평가 등을 기준으로 매입해야 하기 때문에 극장주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천에 기반을 둔 대기업 등 민간 영역이 매입해 인천시에 기부하는 방안도 애관극장 보전·활용의 대안 가운데 하나로 제시되고 있다. 인천의 한 문화계 인사는 "지자체가 매입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 방안이 지지부진할 경우 인천의 기업들이 나서주는 것도 애관극장을 살리는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우선 인천시민들의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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