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인천 16.9℃
  • 구름많음원주 17.5℃
  • 맑음수원 17.4℃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맑음포항 19.5℃
  • 맑음대구 19.0℃
  • 맑음전주 19.1℃
  • 맑음울산 20.0℃
  • 맑음창원 20.6℃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순천 17.8℃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김해시 19.6℃
  • 맑음구미 20.0℃
기상청 제공
메뉴

(광주일보) [광주가톨릭박물관] 순교자의 고귀했던 삶과 신앙을 돌아보다

광주대교구 최근 축성식 거행
‘한국 103위 순교 성인화’전
전국 신자 화가 63명 참여
2021년 2월 4일까지 전시

 

한국천주교회는 순교자들의 신앙을 토대로 꽃피웠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의 고귀한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의 한국 천주교회가 존재한다. 오랜 박해와 탄압에 굴하지 않고 신앙을 지켰던 이들은 온몸으로 ‘소중한 것’을 증거한 사람들이다.

우리나라 순교성인 103위가 시성된 것은 지난 1984년이었다. 그해 여의도 광장에서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103위가 성인품에 올랐다. 시성식이 열린 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많은 분들의 성인화가 확정되지 못했다.
 

한국 103위 순교 성인화전이 열려 ‘눈길’을 끈다.

 

 

천주교광주대교구(광주대교구)는 최근 준공된 광주가톨릭박물관(박물관)에서 ‘한국 103위 순교 성인화전’을 개최한다. 2021년 2월 4일까지 ‘지친 세상에 기쁨과 희망을’ 주제로 열리며 광주대교구 순교자현양회, 평신도사도직협의회가 주관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2021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사태로 야기된 신앙생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 복음화의 열정을 북돋운다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성인화 제작은 지난 2017년 2월 주교회의에서 기획 추진했으며 미술계의 심사위원을 위촉해, 전국의 신자 화가 63명을 엄선해 진행했다. 그 결과 새로 제작된 작품 77점과 기존 제작된 작품 26점(대여 15점, 영인본 11점) 등 모두 103점이 이번에 선보인다.

 

 

특히 대여 작품 중에는 문학진, 김태, 박득순, 임직순 등 뛰어난 화가들이 그린 작품 등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순교 성인화전은 지난 9월 순교자 성월을 맞아 명동성당 ‘갤러리 1898’에서 처음 공개됐으며, 지방에서는 처음으로 광주대교구 주최로 열리게 된 것이다. 전시가 열리는 박물관은 광주대교구 주차장에 건립됐다. 올 11월에 별세한 남화토건 최상준 회장이 건물을 기증해 오픈했다.

박물관은 광주대교구 역사적 발자취를 담아낼 뿐 아니라 광주의 민주화 역사도 기억하는 의미도 지닌다. 또한 남도의 다양하고 풍부한 문화를 살뜰히 기록하고 보존하는 역할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인 박물관 외관은 흰색의 단아한 구조로 차분한 분위기를 풍긴다. 2층 건물로 1층, 2층 모두 전시실로 이루어져 있다. 앞서 박물관 건립을 위한 TF가 꾸려져 꾸준히 유물을 접수 받았다. 향후 전문가로 구성된 기증 심의 위원회가 구성되면 정밀한 검증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천주교의 역사와 아울러 순교 성인들의 면면을 볼 수 있다. 일반적인 미술사에서의 ‘초상화’와 구별되는 의미를 지닌 ‘성인화’는 ‘영적 차원의 그림’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비록 순교자를 마주할 수 없지만 작품을 통해 대면한다는 느낌 때문에 옷깃을 여미게 된다.

전시는 기해박해(1831년), 병오박해(1839년), 병인박해(1866년), 파리외방전교회 등 네 구역으로 구분돼 있다. 작품과 함께 보게 되는 성인 관련 기록, 사진 등의 자료는 성인들이 어떻게 신앙을 받아들였고 지켰는지 보여준다. 눈에 띄는 것은 순교 성인 가운데는 부모, 형제, 부부 등 가족 단위가 많다는 점이다.

한국인 최초 신부였던 성 김대건 안드레아의 모습은 인자하면서도 신실한 분위기가 감돈다. 1846년 새남터에서 국문효수 절차에 따라 진행된 처형 직후 “큰 뇌성과 함께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고 전해진다.

정약종의 둘째아들 정하상 바오로는 신유박해로 아버지가 순교하자 숙부인 정약용 집에 기거하며 교회 일을 도왔다. 성 정국보 프로타시오는 미천하게 살았지만 천주교에 입교 후 많은 이들을 도왔다. 성녀 김아기 아가타는 천주교 서적을 숨긴 죄로 체포됐으며 1839년 서소문 밖 형장에서 참수형으로 순교했다.

김희중 광주대교구 대주교는 축사에서 “이번 전시를 통하여 이 시대의 많은 사람들이 순교자들의 고귀한 삶과 신앙을 돌아보고 순교 정신을 함양하며 참되고 올바른 길을 걷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