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주요 이슈가 묻히고 있다.
국민 관심이 코로나에 쏠려 정책 대결은 관심 밖이고 급기야 투표율 저조를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일각에서는 총선 연기론이 나올 정도로 코로나19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총선 전까지 기세가 꺾이지 않으면 역대급 ‘깜깜이 선거’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현역 의원들보다 얼굴을 알릴 기회가 적은 정치 신인들이 상대적으로 더 불리해 애를 태우고 있다.
◇‘코로나’에 묻힌 정책 대결= 이번 총선 최대 격전지이자 정치적 상징이 큰 경남지역 주요 이슈인 김해신공항 문제나 100만 대도시 특례시 지정, 그리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때 경찰이 창원 등 일부 단체장 후보를 ‘표적수사’했다는 의혹, 청와대의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 등은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진해 웅동학원과 연관성이 있는 ‘조국 사태’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분위기다. 나아가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공과, 탈원전 정책에 대한 평가 등 중앙당 차원에서 거론해야 할 대형 이슈도 잠잠하다.
오히려 코로나 사태로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나 취약 계층을 지원하겠다며 김경수 경남지사가 제안한 ‘재난 기본소득’이 공약 대신 논쟁거리로 등장했다. 통합당에서는 재난 기본소득을 총선용 포퓰리즘이라며 파격적인 ‘감세(減稅)’를 내걸고 나왔다.
여야가 내건 총선 프레임은 크게 ‘정권 심판론’과 ‘야당 심판론’ 격돌이다. 결국 코로나 정국에 따른 혼란이 정책이나 인물 대결보다는 보수와 진보 등 이념 선거로 귀결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총선은 정권에 대한 평가적 성격이 강한 만큼 미래통합당이 현 정부의 국정 운영 실패를 중점적으로 부각할수록 더불어민주당은 옛 ‘탄핵 세력’ 심판을 전면에 내걸어 정권심판론에 맞서는 프레임 전략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격렬한 진영 갈등을 불러일으키며 ‘정부 지원론 대 정부 견제론’이 충돌하는 형태로 구현될 전망이다.
◇투표율 저하 우려= 코로나19 사태는 현재 진행 추이로 볼 때 선거가 치러질 4월 15일까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변수가 아닌 사실상 상수로 자리했다. 이는 곧 투표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사람이 몰리는 투표장 감염을 우려한 나머지 투표 참여도 저조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코로나19 감염 불안 증가로 인해 투표 참여가 저조할 것으로 우려하면서 투표 참여자에게 마스크를 지급하고 자가격리자의 거소투표가 확대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기존 선거와는 달리 정당이나 후보자들도 유권자 접촉을 통한 선거운동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무관심은 더하다. 선거가 목전이지만 경남 16개 선거구의 여야 대진표가 확정되지 않은 점도 한몫 한다.
투표율이 낮으면 보수 정당이 유리하고,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정당이 유리하다는 게 역대 선거결과에 바탕을 둔 정치권의 일반적인 평가다. 하지만 보수와 진보진영 간 이념대결이 과거 어느 때보다 첨예해 선거가 임박하면 각 정당 지지자가 결집, 투표율이 올라갈 것이란 전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남지역 최근 투표율을 보면, 2010년 6월 5회 지방선거 61.8%,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 57.2%, 2012년 18대 대선 77.0%, 2014년 6회 지방선거 59.8%,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 57.0%, 2017년 19대 대선 77.8%, 2018년 7회 지방선거 65.8% 등이다. 국회의원 선거 때 투표율이 57%대로 다른 선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여권, 코로나 사태 정부 책임론 방어 부담 =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여야 어느 쪽에 유·불리로 작용할지에 대해선 단정적으로 예상하기 쉽지 않지만 일차적으로 여권이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총선 때까지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으면 정부 책임론을 방어해야 하는 여권은 불리한 구도다. 특히 이번 사태가 경제와 연결된다는 점은 여권으로선 큰 부담이다. 코로나19가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주고 있어 경제적 후폭풍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민생이 어려워지면 선거에서 정권 심판론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지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박근혜 당시 대통령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이듬해 실시된 20대 총선에서 당시 여당인 자유한국당은 막장 공천까지 겹쳐 완패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경남 16곳 가운데 3곳(김해 갑·을, 양산을)에서 당선자를 배출했지만 이번에는 6곳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경우 여당에 악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이에 맞선 통합당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참패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덧씌워진 ‘적폐 프레임’에 따른 결과라는 인식에 따라 이번에는 보수결집을 통해 제대로 된 맞대결을 치르겠다는 각오다. 다만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된 현역 의원들의 무소속 출마 가능성이 나오는 등 적전분열에 따른 지지세 분산이 변수로 지적된다. 이미 고향 선거구(산청·함양·거창·합천)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낙천한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이 지역에서 무소속으로 뛰고 있다.
이번 총선 의미는 크다. 단순히 국회의원 한 명을 뽑는 사실을 넘어 대한민국 정치 지형을 송두리째 바꿀 만큼 파급력이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4년 차에 실시돼 현 정부 평가적 성격과 함께 오는 2022년 실시되는 20대 대통령 선거 전초전이다. 특히 통합당 지도부는 총선에서 승리하면 대통령 탄핵 추진까지 거론하고 있다.
한편 총선 후보 등록은 오는 26∼27일 이틀간이다. 다음 달 2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사전투표 기간은 다음 달 10∼11일 이틀간(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이상권 기자 sky@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