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지역화폐’가 2019년 경기도 전역에 정착한 지 어언 5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이름 그대로 발행된 지역 내에서만 쓸 수 있는 지역화폐는 사용 장소를 한정해 지역 내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입됐다. 이후 긴급재난지원금, 청년 기본소득 등 갖가지 공공 정책 지원 수단으로 활용되며 도민들에게 친숙함을 쌓았다. 골목 상권을 살리고 민생도 지원한다는 취지 아래 경기도에서만 발행액이 연간 5천억원대에서 많게는 5조원 가량에 이를 만큼 급성장했지만 크고 작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어느새 정치권 갈등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지만 정작 본질은 주목받지 못했다. 과연 지역화폐가 어디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정말 본 취지대로 골목 상권과 민생 모두를 살리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는지, 숱한 논란에도 왜 지역화폐는 성장세를 거듭하는지 진단과 분석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이에 경인일보는 모두 5편에 걸쳐 경기지역화폐 5년간의 성장사를 되짚으며 그 가치와 의미, 논란과 문제점을 면밀히 살핀다. 명암을 모두 조명해 향후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 편집자 주·그래프 참조·관련기사 3면
4조4천117억원. 지난 한 해 경기지역화폐가 발행된 규모다. 수원시 1년 예산(3조1천898억원)보다도 1조원 가량이 많은 금액이다. 경기도민들은 이 지역화폐를 어디에 가장 많이 쓰고 있을까.
더불어민주당 염태영 국회의원실이 확보한 최근 3년간의 도내 시·군별 경기지역화폐 사용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지난 202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경기지역화폐 결제액 상위 4개 업종은 일반음식점, 학원, 유통업, 음료식품 순이었다. 유통업은 슈퍼마켓·편의점·농축협 직영매장 등을 일컫고 음료식품은 제과점, 정육점 등 농축수산품 업체 등을 의미한다.
평균적으로 가장 많이 쓰인 곳은 역시나 식당·카페 등 일반음식점이었다. 경기지역화폐는 통상 연 매출이 12억원을 넘지 않는 곳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도민들이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인 만큼, 연간 경기지역화폐 실사용액 30% 수준이 일반음식점에서 쓰였다. 총 결제액만 1조원대다.
두 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 학원 결제액 비중은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경기지역화폐 전체 결제액 중 4분의 1 이상은 학원 결제를 위해 쓰이고 있다.
학원 결제액은 2022년 19.49%(9천244억원)에서 2023년 22.98%(9천687억원), 지난해에는 26.73%(1조376억원)까지 증가했다.
일반음식점 결제액 비중이 2023년에 비해 지난해 오히려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주목할 만한 점이다.

도내 시·군별 결제 실태를 보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니, 지역별 특성이 업종별 사용 패턴에도 일정부분 반영됐다. 수원·용인시 등 인구 100만명 이상의 대도시에선 학원비 결제액 증가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수원의 경우 2022년 22.5%를 차지했던 학원 결제액이 2024년에는 28.5%까지 올랐다. 용인에서도 2022년엔 전체 지역화폐 사용액 중 25.1%가 학원에서 쓰였는데 이 비율이 2024년엔 31.1%까지 높아졌다. 용인에선 학원에서의 결제 비중이 일반음식점을 뛰어넘을 정도다.
비교적 최근 신도시 개발 등이 이뤄진 지자체일수록 학원에서의 사용도가 높은 편이었다. 31개 시·군별 지난 한 해 지역화폐가 많이 쓰인 업종을 살펴보니 학원이 1위를 차지한 지역은 화성, 성남, 남양주, 시흥, 김포, 의정부, 광명, 양주, 오산, 구리, 과천이다.
안성 등 도농복합 지역에서는 대체로 일반음식점이 압도적인 결제액 1위 업종이다. 지난해 사용도를 살펴봤을 때 양평, 가평, 연천에선 학원에서 사용한 비율이 3위권에도 속하지 못한다.
이 같은 지역별 차이는 각 지역 주민들의 연령대 구성과도 맞물린 것으로 추정된다. 수원·용인의 경우 경기지역화폐로 자녀의 학원비를 결제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40~50대 비율이 높고, 안성은 해당 시군보다는 60대와 70대 이상 주민이 차지하는 비율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포천, 양평 등 고령층 수요가 높은 일부 시·군에선 지류형 지역화폐를 추가 발행해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