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에 추진 중인 우주항공청 관련 특별법 입법예고가 지난 17일 종료된 가운데 일부 국회의원들이 특별법을 두고 대체법안을 추진하면서 다시 ‘지역전’ 발발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20일 국회에서는 국민의힘 하영제(사천·남해·하동)·민주당 김정호(김해을) 의원이 사천 우주항공청의 조속한 출범을 위한 ‘성공적 우주항공청 설립을 위한 우주항공청 특별법 세미나’를 열었고,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오는 22일 우주항공청특별법 대체법안 추진을 위한 토론회를 예고했다.
우주항공청의 조속한 출범을 요구하는 경남지역민의 목소리가 큰 상황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이 주축이 된 대체법안 추진 움직임이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한 사천 우주항공청 출범을 흔들려는 정치적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기류를 의식하듯 20일 국회서 열린 ‘성공적 우주항공청 설립을 위한 우주항공청 특별법 세미나’는 경남지역의 여야 의원이 공동으로 주관했다.
하영제 의원은 “지난 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사천에 우주항공청을 설치해 우주·항공 산업의 요람으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발표했으며,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선정됐다”면서 항공우주청 입지 당위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기도 했다.
김정호 의원도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추진하고 있는 대체법안에 대해 민주당 당론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경남은 국내 최고, 최대 우주항공 생산 거점이며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항공우주 분야에서 국내를 대표하는 대기업들이 자리하고 있다”며 “지난 대선 당시 양당 후보 모두 우주항공청 설립을 공약으로 했고, 이후 윤석열 정부가 우주항공청을 경남 사천에 설립하겠다고 공언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한 뒤 사천 우주항공청 출범에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22일 예정된 민주당 소속 변재일·이인영·조승래·윤영찬·이정문·장경태 의원 공동 주최 ‘우주항공청특별법의 문제 분석과 대안 입법을 위한 토론회’는 우주항공청특별법 관련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대체 입법 방향을 모색하고 정부 입법안 심의에도 대비하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이들은 정부가 예고한 우주항공청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 청에 불과해 위상과 독립성 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며, 과방위 간사인 조승래(대전 유성구갑) 의원이 현재 구상 중인 대체 입법 방향을 설명할 예정이다.
이번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7명의 의원 중 6명은 과방위 소속이고 지역별로는 충청권이 4명, 수도권이 3명이다. 국회 과방위는 민주당 11명, 국민의힘 8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돼 우주항공청 특별법을 심의할 과방위에서 적극적인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부의 목표인 우주항공청 연내 개청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그간 우주항공청 대전 유치에 목소리를 높여 온 조승래 의원을 포함한 공동 주최 의원들이 모두 충청권과 수도권임을 고려할 때 윤 대통령이 공약한 우주항공청 입지를 원점서 재논의하도록 의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노동조합은 이날 우주항공청 사천 설립 및 특별법 원안 조기 의결을 요구했다.
노조는 보도자료에서 “정치 논리와 지역 이기주의로 우주항공청 대전 설립을 주장하는 것은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처사”라며 “우주개발 진흥법 개정안은 철회돼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사천시민참여연대도 지난 16일 사천시청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주항공청 사천 설립 반대 대안으로 일부 국회의원이 추진하는 ‘우주개발 진흥법 개정안’을 철회해야 한다”며 “여야는 지역 이기주의와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특별법을 정부 원안대로 의결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