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가 광주시∙전남도와 공동 추진하는 ‘전라도 천년사’ 발간을 잠정 연기한 가운데 이같은 결정이 전문가의 의견수렴 없이 진행되면서 ‘독단 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전라도 천년사 발간 연기 배경이 된 일부 시민단체의 역사 왜곡 주장이 주류 학계의 의견이 아닌 것으로 전해져 전북도의 미숙한 행정이 오히려 역사 왜곡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26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1일 전라도 천년사 편찬위원회는 긴급 임시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는 '전라도 천년사' 발간이 역사 왜곡 논란으로 연기된데 따른 향후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앞서 시민단체는 ‘일본서기’와 ‘임나일본부설’에서 남원을 ‘기문국’으로, 장수는 ‘반파국’으로 표기한 것을 근거로 '전라도 천년사'의 역사 왜곡을 주장했다.
그러나 회의에서 편찬위원 등은 이들의 주장이 항시 있었던 만큼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실제 시민단체가 내세운 일본 야마토왜가 4세기 후반 한반도 남부지역을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의 경우 학자들 사이에서 사실상 폐기된 학설로 알려져 있다.
또한 ‘기문’이라는 표현은 일본의 최초 사서인 ‘일본서기’ 외에도 6세기 중국 양나라 때 제작된 사신도 ‘양직공도’ 등에도 명시되어 있어 단순히 식민사관에 기초한 표현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더욱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앞둔 가야고분군과 관련해 학계와 남원시가 ‘기문가야’ 표기의 정당성을 인정한 만큼 시민단체의 주장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회의에서 편찬위원 측은 구체적이고 논리적인 근거로 학술적 문제를 제기할 경우 천년사 편찬위원회에서 대응할 것이며 도 차원의 대응은 절대 하지 않도록 강하게 요청했다.
그러면서 도와 편찬위원회가 일부 단체 주장 등에 대해 각기 대응할 경우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전북도 등 행정이 시민단체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받아들여 '전라도 천년사'의 발간을 연기했는데 집필을 주도한 전문가의 의견 수렴 없이 진행해 논란을 키웠다는 점을 비판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전문가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전북도 행정의 일방적인 선택이 또 다른 논란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당 시민단체는 26일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라도 천년사가 ‘일제 식민사관’에 기초해 서술됐다”며 검증위원의 교체와 집필진 등의 공식 사과 등을 요구했다.
만약 이 같은 내용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향후 출판금지 가처분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24억 원을 들여 추진해온 전라도 천년사 발간이 행정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논란을 키운 오점을 남겼다.
한편 전북도는 관련 회의에서 진행된 내용을 토대로 1월 중 토론 등을 거쳐 해결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