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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광주에서 육교가 사라지고 있다

‘보행자 중심’ 교통정책 변화로 ‘제거 대상’ 신세…5년새 5개 철거 67개 남아

 

 

차량 통행을 우선하던 교통 정책이 ‘보행자 중심’으로 바뀌고, 장애인·노인 등 교통약자를 위한 정책이 시행되면서 전국적으로 ‘육교 없애기’ 바람이 불고 있다.

13일 광주시 서구 농성동 상록회관 앞에서는 ‘늘푸른 구름다리’(상록육교) 철거 공사가 시작됐다. 상록육교는 높이 5m, 폭 3m, 길이 89m의 육교로, 지난 1998년 준공한 이후 24년 만에 철거된다.

광주에서는 최근 육교 철거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광주 최초의 육교인 광주시 동구 궁동 ‘중앙육교’가 철거됐다. 또 48년 된 광주시 북구 북동 수창초교 앞 육교를 비롯해 ‘쌍촌1육교’, ‘무량육교’, ‘신창2육교’ 등 5년 새 5개 육교가 철거됐다. 상록육교 철거가 끝나면 광주에는 67개 육교만 남게 된다.
 

1990년대까지 전국 곳곳에 우후죽순 생겨났던 육교는 2000년대 이후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있다. 낡은 육교가 아니더라도 정책적 판단 때문에 ‘철거 운명’을 맞이하기도 한다. 안전진단을 거쳐 더 사용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오더라도 승강기 미설치, 휠체어 이동로 미확보 등의 이유로 철거되는 것이다.

육교는 ‘차량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시설이다. 보행자는 계단을 오르내리며 힘들게 길을 건너야 하지만, 대신 차량은 보행자나 신호에 방해받지 않고 빠르게 주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이 교통사고 걱정 없이 길을 건널 수 있게 돕는 ‘안전 다리’ 역할도 맡는다.
 

광주일보도 지난 1969년 중앙초교 앞에서 뺑소니 교통사고로 초등학교 여학생이 숨진 것을 계기로 ‘학교 앞 육교를 세워주자’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진행했다. 당시 광주시민들이 81만 3785원 성금을 모아 광주 최초의 육교인 중앙육교를 세웠다. 이후 수창초, 계림초 등 학교 앞 육교가 잇따라 세워졌다.

하지만 ‘보행자 중심’ 교통 정책이 자리잡은 이후 육교는 ‘제거 대상’이 됐다.

2000년 당시 서울에는 248개 육교가 있었으나, 20여년이 지난 지금은 153개로 38.31% 감소했다. 부산에서도 2005년부터 ‘걷는 사람 위주의 거리 만들기’ 정책을 시행해 2000년 146개에 달했던 육교를 2019년 110개까지 줄였다.

‘배리어 프리’(사회적 약자들의 생활에 지장이 되는 장애물을 없애는 운동) 분위기도 육교 철거에 명분을 보탰다. 1990년대 이전에 지어진 육교는 장애인·노약자 등 교통약자를 위한 승강기나 경사로가 없어 불편이 컸다.

광주시 서구는 인근 학교 유무, 통행량, 무단횡단 빈도 등을 고려해 육교 철거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내년까지 쌍촌동 한국농어촌공사 앞 ‘쌍촌2육교’, 내방동 잿등 앞 ‘화정육교’ 2개 육교를 철거할 계획이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