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가 전남쌀 홍보 판촉 예산을 특정 대형유통업체들에게만 지원하면서 업체들 배만 불려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역설적으로 이러한 지원이 쌀 도매상들의 가격 인하 경쟁을 초래하고, 쌀값 하락까지 부채질하면서 지역농민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추가 생산 31만t 쌀 시장격리’를 정부에 건의해온 전남도가 이른바 이익보전금 형태의 지원금을 특정 대형유통업체에 지원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19일 전남도에 따르면 12월 한 달간 대형유통업체 3곳과 함께 전남쌀 온오프라인 판촉 지원 행사를 진행 중이다. 10억원 예산을 들여 대형유통업체 3곳이 10~20㎏짜리 전남지역 농협쌀 1포대를 팔면 전남도가 3000~5000원씩 지원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전남쌀 홍보와 판매 촉진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남도의 설명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오히려 이 같은 지원이 전남 쌀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고급 쌀이라는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잘못된 정책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남도는 앞서 생산 과잉으로 쌀값 하락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정부에 초과생산물량 31만t을 조속히 시장격리할 것을 요구한 바 있는데, 오히려 이 지원 정책에 따른 판촉행사가 쌀값 하락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쌀 유통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양곡도매업자가 남기는 이익이 포대당 500~1000원 안팎”이라며 “수십만 포의 쌀이 3000~5000원 할인된 가격에 시장에 풀리고 있어 도매업자들이 울며겨자먹기로 가격인하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혈세로 전남쌀 가격 인하 운동을 전남도가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원 대상인 특정 대형유통업체들을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원금 덕분에 매입가 그대로 판매해도 이익을 남길 수 있는데도 공모 과정 없이 임의로 롯데상사, GS리테일, 와이마트(옛 영암마트) 등 3곳을 선정했기 때문이다. 전남도는 “따로 공모 절차는 없었으며, 과거 전남도와 업무협약을 채결한 업체 3곳을 선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일부 지역곡물업자는 “매입 가격 그대로만 팔아도 지원금 10억원이 남는 ‘땅집고 헤엄치기’ 사업을 정상적인 공모 없이 선정한 것은 특혜”라는 입장이다.
전남쌀 판촉·지원행사가 전남쌀 소비를 오히려 가로 막을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원사업 물량 20만포(20㎏ 기준) 가운데 절반 이상이 타지역이 아닌 광주·전남에 풀리는 기이한 구조로 사업이 설계된 탓이다. 대형업체 3곳에 배정된 물량 가운데 절반이 넘는 10만여포가 광주에만 매장 60여개를 운영하는 영암마트에 배정됐기 때문이다. 시중보다 3000~5000원씩 저렴한 전남쌀이 풀리면서 지역 곡물유통업자들이 전남쌀 대신 충청권 등 타지역 쌀을 들여와 중소형마트, 식당 등에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형 마트와 농협 하나로마트 등에선 20㎏들이 햅쌀이 5만원대 중후반에서 7만원대로 판매되는 반면 영암마트에서는 ‘행사쌀’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4만원대 후반에 팔리고 있는 것이다. 전남도는 이와 관련 “전남쌀이 타지역보다 비싸기 때문에 홍보도 하고 판매 촉진을 위해 사업을 추진한 것”이라고 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