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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역사의 길목, 가덕도’ 민속문화를 집대성하다

 

 

 

〈가덕도 민속조사 보고서〉는 7권 총 2450여 쪽에 이르는 방대한 규모의 ‘가덕도 타임캡슐’이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종대)이 사라지고 있는 가덕도 민속문화를 기록한 것이다. 1억 6000만 원의 예산을 들였다고 한다. 지난해 발간한 5권의 〈영도 민속조사 보고서〉에 이어 부산의 큰 섬에 대한 두 번째 보고서다.

 

가덕도는 1990년대 이후 부산항 신항 개발로 섬에서 육지로 변하기 시작했으며, 2010년 거가대교 완공, 2020년 가덕도 신공항 건설 구체화로 점점 커져가는 개발 압력을 받고 있다. 섬의 육지 변신과 신항·신공항 건설, 이 같은 ‘상전벽해’도 없을 것이다.

 

국립민속박물관 ‘가덕도 보고서’ 펴내

총 7권, 연구자 12명 주제별 분석

5개 법정동 민속 분야 6개월 현장 조사

시대 변화상 담은 방대한 ‘타임캡슐’

 

하지만 그 상전벽해는 부산 근현대사를 우회한 것이었을 게다. 일본이 식민지 조선의 발판을 부산에 놓으면서 초량왜관을 중심으로 대단위 매축을 통해 부산항을 구축했다. 그러나 그것이 100년의 유효성을 다하면서 최적 대안지로 가덕도 일대가 택해진 것인데, 식민도시가 아니었더라면 애초 낙동강과 바다가 만나는 더 넓은 이 일대에 물류 대거점이 형성됐을 거라는 말이다. 그렇게 먼 길을 우회했다는 것이다.

 

‘가덕도 보고서’ 7권은 부산 강서구 가덕도동 5개 법정동(17개 마을)에 대한 민속지 〈가덕도의 민속문화 눌차동〉 〈대항동〉 〈동선동〉 〈성북동〉 〈천성동〉 등 5권, 그리고 주제별 통합 보고서 〈부산의 큰 섬, 가덕도〉(이현아 백민영)와 해양민속지 〈물고기의 길목, 가덕도의 해양문화〉(김창일) 등 2권으로 이뤄져 있다.

 

모두 12명이 연구자로 참여했는데 5개 법정동에 대한 민속지 5권의 경우, 마을개관(문혜진) 생업(김창일 김효경) 사회조직(김승유) 세시풍속(오세길) 민간신앙과종교(오선영) 구비문학(황경숙) 일생의례(마소연) 식생활(백민영) 주생활(윤일이)이라는 9개 주제를 전문 연구자 10명이 집필했다. 16개월 현장조사를 통한 성과물이다.

 

먼저 가덕도는 거센 변화의 물살에 깎여나가고 있는 게 분명하다. 가덕도 북쪽 성북동은 부산항 신항 개발의 급물살에 휩쓸렸는데 43가구 율리마을은 19가구로, 100가구 장항마을은 18가구로 크게 줄어들었다. “그 분들 고향에서 다 쫓겨나 거지가 돼서 죽고 형편없다”는 게 주민들 얘기다.

 

그래서 가덕도 신공항이 들어설 가덕도 남쪽 대항동 주민들은 벌써부터 걱정이다. “여기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어업 하는 거밖에 배운 게 더 있습니까. 지금 신공항 건설이다, 국책사업이라고 해서 시끄러운데 그걸 여기 사람들이 왜 반대를 하느냐면 그런 것들이 들어오면 우리 생계를 빼앗아 가는 거예요. 어장을 잃으니까. 보상금으로 어디 갈 데도 없고.”(〈성북동〉 65쪽) 물론 부산항 신항이 들어선 뒤 성북동 선창마을처럼 28가구에서 193가구로 늘어난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 속내를 보면 외지인이 별장처럼 이용하는 주택이 3분의 2 이상이란다.

 

가덕도는 자연적으로, 역사적으로 풍성하고 험난한 ‘길목’이었다. 깊은 수심에 해수와 담수가 만나는 길목으로 물고기(숭어 대구 고랑치)와 해산물(미역 굴)이 풍부한 수산물의 보고다. 또한 가덕도는 태풍의 길목이기도 하다. 천혜의 자연은 신석기 시대부터 대항패총 외항패총 장항유적을 남겼다. 이중 장항유적에서는 신석기 시대 한국 최대 규모 무덤이 발굴됐다. ‘가덕도 두문 고인돌’은 청동기 시대에, 성북 고분군은 5~6세기 가야 시대에 가덕도 풍성한 해상을 호령한 인물과 집단의 무덤으로 추정된다. 또 검증이 좀 더 필요하지만 가덕도는 통일신라 때 당나라와의 중요한 무역 항구였다고 한다.

 

요컨대 길목이라는 가덕도의 운명이 현재 변화를 치러내고 있는 셈이다. 지금의 변화는 과거와 미래의 길목에서 일어나는 격렬한 진동 같은 거다. 이전 것들이 없어지거나 피폐해지고 새로운 것들이 생경하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골리앗’이 우뚝 서 있는 부산항 신항은 도선들이 오가던 푸른 바다의 모습과는 분명히 다르다. 변화의 빛과 그림자가 짙게 교차하는 속에서 또한 가덕도는 녹산국가산업단지 명지산업단지와 세계적 규모의 신항과 거제도 조선산업을 연결하면서 동남광역권 항만 물류의 동맥으로 부상했으며 바야흐로 신공항의 날개를 펼치려 한다는 것이다. 가덕도는 육로 해로 하늘길을 잇는, 동남권 메가시티의 꼭짓점으로 현재와 미래의 길목에서 큰 용틀임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보고서 내용은 국립민속박물관 홈페이지에서 PDF 화일로 다운 받을 수 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