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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바다와 강을 품은 광양 문학과 맛·멋이 흐른다

<19> 광양 섬진강 망덕포구·배알도·백운산 자연휴양림
윤동주 유고 보존한 망덕리 정병욱 가옥
아름드리 수목 융단처럼 백운산 휴양림
배알도 수변공원, 해상보도교로 한달음

 

광양(光陽)은 강과 바다, 육지가 공존하는 지역이다. 광양땅 구석구석을 밟아보지 않은 여행자라면 광양제철소와 산단도시를 떠올리기 마련. 그러나 남도땅이 대개 그러하듯 광양 역시 자연과 문화, 역사, 맛과 멋이 한데 어우러진 고장이다. 망덕포구를 가보았는가. 섬진강이 남쪽 바다와 만나는 포구다. 휘황찬란하지도 초라하지도 않은 적당한 크기의 포구는 여행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그 포구로 돌아오는 어선에 실린 전어는 가을이 깊어지고 있음을 알린다. 산은 또 어떠한가. 장성 사람들에게 축령산이 자랑이라면 광양사람들에게 백운산은 자존심이다. 11월 남도 여행지이자 코로나 19 시대 전남도가 추천하는 안심여행지 50선의 마지막 탐방지는 광양이다. 시인 윤동주(1917-1945)를 좋아하는 이라면 가을 여행지로 더욱 제격이다.
 

◇섬진강과 바다가 만나는 망덕포구와 배알도 = 망덕포구는 광양시 진월면 망덕리에 자리 잡고 있다. 전북 진안군과 장수군의 경계인 팔공산에서 발원한 섬진강이 광양만과 만나는 기수역이다. 지난 26일 찾아간 망덕포구는 마냥 평화로워 보였다. 언뜻 구별이 쉽지 않아 낚시꾼에게 바다 방향을 물으니 “강 이편은 전라도 광양, 강 건너 마을은 경상도 하동땅”이라며 “포구에서 배알도를 보고 섰을 때 왼쪽이 강 상류, 오른쪽 나머지 두 개의 강처럼 보이는 큰 물줄기가 바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섬진강 종점에 와보니 첫째로 든 느낌은 강 하류가 굉장히 넓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포구다운 멋을 간직하고 있구나였다. 20척 안팎의 어선과 도로 주변에만 적절하게 늘어선 횟집과 카페. 복잡하지 않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 어항. 여기에 관광객 등 방문객이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수변데크 등 인공을 가미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망덕포구는 전어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가을이 무르익으면 망덕포구 무적섬 광장에서는 해마다 전어축제가 열렸다. 코로나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축제는 열리지 않지만 전어는 어김없이 찾아온다. 포구를 따라 즐비하게 늘어선 횟집 간판에는 하나같이 ‘전어회’를 홍보하고 있어 전어의 본고장임을 알린다.
 

광양시는 망덕포구를 소개할 때, 배알도와 윤동주 유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를 보존한 정병욱가옥을 빼놓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배알도(拜謁島)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포구에서 약 500m 정도 떨어진 해상에 자리잡은 섬이다. 해상보도교로 연결된다. 섬 크기는 웬만한 학교 부지만 하다. 섬은 중심부가 동산처럼 나무가 자란 숲이고 주변부는 암벽과 평지다. 평지는 잔디밭과 꽃밭이 가꿔져 있고 벤치가 여럿 놓여있다. 배알도에서 포구 반대 바다 방향으로는 수변공원이 있다. 섬과는 또 다른 해상보도교로 연결된다. 수변공원 한편에는 자연 그대로의 백사장이 있고 내부에는 캠핑장, 화장실, 매점 등 편의시설이 있다.

 

 

포구 인근에는 정병욱가옥이 있다. 시인 윤동주의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를 세상에 나오게 해준 집이다. 시인은 1941년 연희전문학교 졸업 기념으로 육필 시고 세부를 직접 만들어 후배인 정병욱(전 서울대학교 국문학과 교수)과 은사인 이양하 교수에게 한 부씩 맡겼다. 일제의 검열 문제로 출간하지 못한 채 일본 유학길에 오른 시인은 독립운동 협의로 검거되고, 반년 뒤 정병욱은 학도병으로 끌려가게 됐다. 그는 윤동주 시고를 어머니께 맡기면서 “살아 돌아올 때까지 간직해 주시고, 두 사람이 다 죽어 돌아오지 않더라도 독립이 되거든 모교로 보내 세상에 알려지게 해달라”는 유언 같은 부탁을 남겼다. 정 교수의 모친은 유고집을 명주 보자기로 겹겹이 싼 뒤 항아리에 넣고는 마루 밑에 파묻었다가 돌아온 아들에게 건넸다. 시인은 광복을 불과 반년 앞두고 일본 후쿠오카형무소에서 숨을 거뒀고 시집은 1948년 간행돼 빛을 볼 수 있었다. 정병욱 교수가 없었다면 별 헤는 밤도, 윤동주 시인도 우리 기억 속에 없을지 모른다. 정병욱 가옥은 그의 부친이 양조장과 주택을 겸한 건축물로 지난 2007년 등록문화재 제341호로 지정됐다.

 

 

◇백운산자연휴양림과 치유의 숲…광양의 볼거리들 = 백운산은 광양시 다압면, 진상면, 옥룡면 등 3개 면과 구례군 간전면 경계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한반도 남단 중앙부에 우뚝 솟은 해발 1222m 명산이다. 전남에서는 지리산 노고단(1507m) 다음으로 높다. 섬진강 하류를 사이에 두고 지리산과 남북으로 마주 보고 있다. 백운산 정상에서는 장쾌한 지리산의 주능선과 남해안 한려수도 그리고 광양만의 환상적인 조망을 볼 수 있다. 봄에는 철쭉과 신록, 여름에는 계곡과 녹음, 가을엔 단풍, 겨울에는 설경으로 사랑받는 산이다.

백운산 기슭에 ‘백운산자연휴양림’이 자리 잡고 있다. 구역면적은 154.3㏊, 일 최대 수용 인원은 1500여명이다. 삼나무, 편백, 소나무 등 잘 조성된 인공림과 천연림이 조화된 아름드리 수목이 융단처럼 펼쳐져 있어 보는 이들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숲속 사이로 산막, 황토방, 종합숙박동, 삼림욕장, 야생화단지, 오토캠핑장, 황톳길, 숲속의 쉼터 등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백운산치유의 숲은 광양백운산자연휴양림에 있다. 예로부터 전해지는 삼정기(봉황, 돼지, 여우) 이야기를 담은 숲길이 조성됐고 아름드리 삼나무, 편백나무, 리기다, 테에다, 참나무 등이 조화롭게 숲을 이루고 있다. 연령대별, 직업군별 산림치유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광양시는 섬진강 망덕포구, 백운산 자연휴양림을 포함해 ‘광양 9경’을 관광 명소로 추천하고 있다.

백운산 4대 계곡, 광양 매화마을, 광양 이순신대교, 광양만 야경, 옥룡사지 동백나무숲, 구봉산 전망대, 광양읍수와 이팝나무이다. 백운산 4대 계곡은 성불·동곡·어치·금천 계곡으로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울창한 원시림을 끼고 흐르는 맑은 물로 유명하다. 광양 매화마을은 매년 3월이면 새하얀 매화로 눈부신 마을이다. 이순신대교는 광양시 금호동과 여수시 묘도동을 연결하는 왕복 4차로 해상 교량으로 멋지고 튼튼하게 지어진 다리는 인간과 물건의 이동 편의 제공을 넘어서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광양만은 광양시와 여수시 사이에 있는 내해를 가리킨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이순신대교, 광양항, 여수국가산업단지가 위치해 야간에 아름다운 불빛이 파노라마로 펼쳐져 희망과 감동을 선사한다. 구봉산 전망대가 야경 포인트다.

◇가을 전어와 재첩, 숯불구이…광양의 먹을거리 = 광양은 사시사철 먹을거리가 풍부한 고장이다. 광양숯불고기, 백운산 고로쇠, 섬진강 재첩, 망덕포구 가을 전어, 기정떡, 매실차, 닭숯불구이, 곶감, 숯불장어구이 등 9가지 음식을 ‘광양 9미’로 선정, 방문자들에게 추천하고 있다.

 

 

우선 광양하면 떠오르는 광양숯불구이. 청동화로에 참숯을 피워 구리 석쇠에 구어 낸 광양불고기는 ‘천하일미 마로화적’으로 일컬어 질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비결은 얇게 다진 쇠고기와 집집마다 특색있는 양념을 살짝 버무린 것. 매년 10월 광양 서천변을 배경으로 전통숯불구이 축제가 열린다. 백운산 고로쇠도 일품이다. 백운산 토종 고로쇠나무에서 추출하는 약수는 칼슘과 마그네슘, 칼륨, 망간 등 미네랄이 풍부해 몸 안에 쌓인 나쁜 물질을 배출시키는데 효과가 있다. 변비와 위장병, 관절염, 신경통, 산후통 예방과 산후조리, 원기회복 등에 효능이 있다.

 

 

섬진강 재첩의 본고장 역시 광양이다. 한국 대표 청정지역인 섬진강 하류에 서식하는 민물조개로 황달, 간질환, 숙취 해소에 으뜸인 건강식품이다. 국과 회로 섬진강변과 인근 망덕포구에서 맛볼 수 있다. ‘집 나간 며느리 전어 굽는 냄새에 돌아온다’라는 말이 있듯이 전어는 가을철에 살이 오르고 맛이 최고다. 전어는 구이, 회, 무침으로 흔히 즐긴다.

 

 

망덕포구가 가을전어 본고장이다. 닭숯불구이는 손질된 닭을 참숯불에 구워 먹는 요리다. 백운산 4대 계곡 인근에 맛집들이 저마다의 솜씨를 뽐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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