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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누리호’ 우주 비행 모든 준비 끝났다

[고흥 나로우주센터 가보니]
우리 기술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10월 21일 오후 4시 발사 ‘초읽기’
세계 7대 우주강국 향한 부푼 꿈…사업비 2조 투입 10년의 결실

 

 

“저희가 할 수 있는 준비는 모두 끝났습니다. 한국형 우주발사체 발사를 위해 꼬박 10년을 달려왔습니다. 10월 21일 오후 4시 정각, ‘누리호’가 우주를 향한 힘찬 비행에 나섭니다.”

국내 유일의 우주발사체 발사기지인 고흥 나로우주센터는 지난 29일 곳곳에서 긴장감이 흘렀다. 지난 2010년 3월부터 약 2조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꼬박 10년 이상 달려온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의 1차 성패가 갈리는 발사가 초읽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10시 발사통제동(棟)에서 만난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옥호남 나로우주센터장은 “누리호는 설계부터 제작까지 모두 우리 기술로 만든 한국형 우주발사체”라며 “발사가 성공하면 한국은 독자 기술로 인공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릴 역량을 갖춘 세계 7번째 국가가 된다”고 이번 발사의 의미를 설명했다.
 

같은 시각 167만평(약 552만 ㎡) 부지에 자리잡은 주요 시설의 움직임도 긴박하게 돌아갔다. 여의도 면적의 갑절에 육박하는 광활한 면적의 나로우주센터 부지 곳곳에는 바다를 코앞에 두고 각종 시설이 들어서 있다. 조립시험시설, 제1·2발사대, 추진기관 시험시설, 추적레이더동 등 우주발사체 조립과 시험 그리고 발사와 추적에 필요한 핵심시설들이다. 누리호 발사를 주관하는 항우연 소속 엔지니어 60여명과 사업에 참여한 수십 곳의 민간기업 인력 200여명은 막바지 작업과 점검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발사통제동에서 차량으로 약 3분 거리에 있는 조립동에 들어서자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거대한 흰색 비행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최근 발사를 앞두고 최종 시험을 통과한 누리호였다. 3단으로 분리돼 바닥에 눕혀진 누리호는 길이 47.2m, 최대 지름 3.5m, 무게 20t(연료 주입 시 202t)의 육중한 몸체를 자랑한다. 외양은 온통 흰색이어서 단조로운 느낌마저 들었지만, 내부에는 최첨단 기술이 농축된 3만여 개의 부품이 한 치 오차 없이 담겨있다. 무게는 최소화하면서 발사부터 위성 궤도 진입까지의 일련의 극한 상황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 제작됐다.

우주발사체의 경우 발사 각도를 수직으로 하느냐 기울이느냐, 본체 맨 위쪽에 위성(누리호는 모형 위성)을 탑재하느냐, 핵탄두를 올리느냐에 따라 첨단 살상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요 국가들은 기술이전을 엄격히 통제한다.

오로지 한국 연구기술진 힘으로 지난 30여년 간 한 땀 한 땀 쌓아 올린 우주 발사체 연구·개발 기술과 역량이 빚어낸 작품이 누리호인 것이다.

30년 가량 발사체 연구와 개발을 담당했던 오승협 항우연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본부 발사체추진기관 개발부장은 “부품에 따라 최고 3300도에서 낮게는 영하 200도 이하의 극한 기온과 60기압에 이르는 극한 상황을 견디도록 설계 제작됐다”며 “현재 누리호는 반도체 공장 내부와 마찬가지로 먼지 한 톨이 스며들지 않도록 완벽하게 외부와 격리된 공간에서 3단으로 분리돼 최종 점검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누리호가 힘찬 도약을 펼칠 제2 발사대 역시 막바지 점검 중이었다. 이곳은 발사 전날 지네처럼 기다란 이동장치에 실려 조립동을 나서는 누리호를 하늘을 향해 똑바로 세우고 고정하는 장치다. 아파트 20층과 맞먹는 높이 48m 규모로, 멀리서 보면 단순히 거대한 녹색 철골구조물로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발사대와 관련시설 구축에만 135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정도로 첨단 기술이 적용됐다. 발사체의 사양과 완벽하게 호환돼야 하므로 지난 2009년, 2013년 나로호 발사에 쓰였던 제1 발사대를 재사용하지 않고 2번째 발사대를 지었다.

강선일 항우연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본부 발사대팀장은 “이정도 크기의 토목건축물은 통상 10㎝ 이내의 오차도 허용하지만, 발사대는 오차 1㎜ 이내로 정밀하게 구축됐다”며 “발사대는 단순히 발사체 기립장치에 그치는 게 아니라 발사 당일 약 2시간에 걸쳐 102t의 액체연료를 누리호에 주입하고, 발사 전 최종 점검이 이뤄지는 핵심 시설”이라고 말했다.

낙뢰 등 기상 여건에 이상이 없다면 나로호는 발사 예정일 하루 전인 10월 20일 오후 조립동을 나서는 것을 시작으로 우주를 향한 여정에 돌입한다. 기립장치에 의지해 발사대에 고정된 나로호에 연료가 주입되고 기술진들의 최종 점검이 끝나는 예정시각은 다음날인 21일 오후 3시 50분. 이때까지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누리호는 10분짜리 자동 프로그래밍에 의한 발사 전 과정을 거쳐 오후 4시 정각 자동 발사된다.

/나로우주센터=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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