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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현장르포] 전동휠체어 이용 장애인 '저상버스' 동행기

2시간 동안 3대 경사판 못 내려… "오늘도 저상버스에 못 탔다"

 

 

한낮 기온이 33도까지 치솟은 이달 6일 오후 1시55분께 인천 미추홀구 주안역 주변. 인천시 저상버스 운영 실태를 몸소 보여주겠다는 인천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장 신영로(46·중증뇌병변장애인)씨를 따라나섰다.

찌는 듯한 불볕더위에 마스크까지 착용한 탓에 숨이 턱턱 막혔다. 그 와중에 신씨는 인천시청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걸어서 25분이나 걸리는 '시민공원역' 정류장까지 가야 했다. 협회 사무실 근처에는 인천시청을 지나는 저상버스 노선이 없기 때문이다. 전동 휠체어를 타는 신씨는 경사판이 있는 저상버스만 이용할 수 있다.

가는 길은 그야말로 험난했다. 교차로 사거리 횡단보도를 3차례나 건너야 했고, 휠체어를 타고 인파를 비집으며 지나가야 했다. 경사로를 오르던 신씨는 더위에 목이 타는지 연신 물을 마셔댔다. 그렇게 사무실을 나온 지 25분 만인 오후 2시30분께 시민공원역 인근 버스 정류장에 도달할 수 있었다.

숨 돌릴 겨를도 없이 시청으로 가는 '첫 번째' 저상버스가 도착했다. 정류장에 멈춰 선 버스 운전기사는 신씨를 보고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도로 상황상 경사판을 내릴 수 없을 것 같다. 미안하다"던 버스 기사는 "다음 버스가 곧 오니까 그 버스를 타라"며 양해를 구했다.

수십분 걸려 정류장 도착 했지만
첫 버스부터 "도로 상황상 어려워
다음 버스 타라" 양해 구하고 떠나

 


그렇게 10분 뒤 '두 번째' 저상버스가 도착했다. 경사판을 내리던 버스가 덜커덩거리기 시작했다. 몇 번을 더 시도해도 경사판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거 미안해서 어쩌죠. 경사판이 고장이 났나 봐요." 버스 기사의 말에 신씨 얼굴이 굳어졌다.

'세 번째' 버스를 맞이하기까진 그 후로 30분이 걸렸다. 시계는 오후 3시15분을 가리켰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신씨가 저상버스를 이용하면서 겪었던 경험담을 들려주며 "이렇게 관리도 안 되고 차량도 많지 않은데 인천시청 공무원들은 장애인들이 버스를 잘 이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안 타는 것이 아니라 못 타는 것이다"라고 토로했다.

정류장에 도착한 '세 번째' 버스가 경사판을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두 번째 버스처럼 요란한 소리만 낼 뿐 경사판은 내려오지 않았다. "경사판이 고장 났나 보다. 미안하다"는 기사의 말에 신씨는 풀이 죽은 채 "저희가 버스 두 대를 보냈어요…."라며 말끝을 흐렸다.

2·3번째 기계 고장인듯 작동 안돼
무더위속 땀범벅 된 채 발길 돌려


결국 이날 신씨는 버스를 타지 못하고 나온 지 2시간 만에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다. 무더위에 땀범벅이 됐다.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화가 난 기자와 달리 신씨는 별일이 아니라는 듯 무덤덤했다. 이런 일이 일상화돼있기 때문인 듯했다.

기자는 앞서 지난달 29일에도 신씨와 동행 취재를 했었다. 그날도 1시간가량 기다리다 끝내 돌아와야 했었다.
 

인천시, 전체버스중 24%만 '저상'
특·광역시중 두번째로 낮은 비율


인천시가 현재 운영 중인 저상버스는 전체 버스 2천204대 중 530대로 24%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는 서울을 포함한 특별·광역시 중 울산 다음으로 낮은 수치다. 지난해 12월 기준 저상버스 비율이 57%인 서울에 비하면 23%p 이상 낮다.

올해는 저상버스 관련 국토부 추가경정예산을 배정받지 못해 인천시가 목표했던 저상버스 도입 비율 45%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인천시는 저상버스 비율이 낮은 이유로 예산문제와 노선불편, 잦은 고장 등을 꼽았다. 인천에 노후화한 도로가 많아 저상버스 운영이 불편하고, 잔고장도 많은 데다 예산도 부족해 버스회사가 도입을 꺼린다는 것이다.

정부 예산 못받아 목표 45% 난망
市 "업체에 고장관리 철저히 요청"


이에 대해 인천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임수철 소장은 "도로 사정이 인천보다 좋지 않은 다른 시·도도 인천보다 저상버스 비율이 높다"며 "내구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대·폐차를 100% 저상버스로 도입하는 것이 저상버스 부족을 해결할 유일한 방안"이라고 꼬집었다. 

 

인천시 교통건설국 관계자는 "최근 장애인 단체와의 간담회를 통해 교통 약자들의 고충을 충분히 공감했다"면서 "버스업체에 저상버스 고장 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요청하고, 내년 예산안에 저상버스 관련 비용을 큰 폭으로 늘려 저상버스 대수를 늘리겠다"고 말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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