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안성기가 영화마을 나들이에 나선다. 다음 달 12일 개봉하는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를 들고서다. 5·18 민주화운동을 그린 이 작품에서 그는 깊고 굵은 감정 연기를 선보인다. 안성기는 28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시나리오에서 진정성을 느껴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안성기가 연기한 ‘오채근’은 1980년 5월의 광주를 잊지 못해 괴로움 속에 살아가는 인물이다. 채근은 ‘그날’의 잘못을 잊고 반성 없이 살아가는 가해자들에게 복수를 결심한다. 지난해 10월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했던 안성기가 회복 후 처음 대중 앞에 선보인 작품이다.
영화는 과거의 아픔을 잊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들과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자들의 모습을 비추며 극장 문을 나서는 관객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안성기는 “작품에서 진정성이 느껴지면 출연한다”면서 “이번 영화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캐릭터에 복수를 하기 위한 감정을 쌓지 않으면 설득력이 없을 것 같았다”며 “한 장면씩 찍으면서 인물의 감정을 쌓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안성기는 “40년 전 부끄러운 비극이 있었다”며 “(5·18 민주화운동을) 그저 하나의 역사적 사건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지금까지도 그 아픔과 고통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해결해 나가야 할 일이 많다”면서 “이건 비단 기성세대만의 몫이 아니라 젊은 세대도 함께 해줘야 할 것 같다. 이 영화를 통해 당시 있었던 민주화운동에 관심을 갖고 그 아픔과 고통을 함께 이겨내고 싶다”고 했다.
작품 속 안성기의 액션 연기도 눈에 띈다. 안성기는 “액션이 힘들진 않았다”며 “그동안 체력 관리를 잘했다”고 웃었다. 그는 “액션 장면이 짧지만 이 영화에서 상당히 중요하다”면서 “강렬한 느낌을 줘야 해서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다. 관객이 괜찮게 봐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배우 윤유선은 이 작품에서 광주의 아픔을 다시 일깨우는 ‘진희’를 연기했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윤유선은 “사실 작품을 촬영하기 전에 5·18 민주화운동을 잘 몰랐다”며 “내가 너무 어렸을 때의 일이기도 하고 자라면서도 (운동에 대한) 오해를 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금 미얀마 사태가 있지 않나. 우리도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점에 마음이 아프고 미안했다”며 “연기자로서 그런 미안한 마음을 작품에 표현할 수 있어 주저 없이 선택했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메가폰을 잡은 이정국 감독은 데뷔작인 ‘부활의 노래’(1990) 이후 약 30년 만에 다시 한번 광주 민주화운동을 스크린에 펼쳤다. 이 감독은 “데뷔작이 오랫동안 부끄러웠다. 형식이나 내용 면에서 모두 그랬다”며 “원래 다른 작품을 차기작으로 준비했다가 트라우마를 다룬 광주 이야기를 다시 한번 풀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분들의 증언록을 읽고 준비했다”며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가해자가 스스로 반성한 경우는 드물다. 가해자가 스스로 반성하는 모습을 영화로나마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반성하지 않는 사람은 살 가치가 없다’는 소크라테스의 명언을 영화에 새겼다”고 덧붙였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