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이 전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강원도에서도 매년 평균 1,327명의 아동이 학대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강원도 시·군 중 절반에 가까운 8개 시·군은 아직 '아동학대전담공무원'조차 배치하지 않았다. 여전히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강원일보는 최근 10년간의 데이터를 통해 강원도 내 아동학대의 실상을 분석했다.
본보 10년간 도내 데이터 분석
2016년부터 학대건수 4배 껑충
춘천 등 전담자 '0명' 사각지대
■3년간 3,982명 학대, 의심신고 86%가 실제 학대=강원도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강원도에서 아동학대로 판정된 사례는 3,982건에 달한다. 같은 기간 의심신고는 4,591건으로 의심사례의 86%에서 실제 학대가 확인됐다.
지난해 의심신고 1,333건 중 지속적인 학대 의심으로 재신고가 접수된 경우도 171건에 달했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연간 아동학대 신고는 300여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6년 이후로 접수된 신고는 7,109건, 연평균 1,421건에 달하는 등 4배 이상의 급격한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실제 학대 피해아동과 가해보호자를 분리하는 등의 단호한 조치가 내려진 경우는 드물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보호자 분리조치를 취한 경우는 479건으로 12%에 불과하다.
■무늬만 '아동학대 전담', 그나마도 절반은 없다=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을 각 자치단체에 두도록 했다. 그동안 민간위탁기관인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맡겨 온 아동학대 현장 조사와 학대 여부 판단 등의 업무를 공공의 영역으로 끌고 온 것이다. 강제 조사를 비롯해 신속하고 효율적인 조사와 보호조치를 위해서다.
문제는 현장에서 반영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강원도 18개 시·군 중 현재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배치된 시·군은 강릉, 동해, 태백, 삼척, 홍천, 횡성, 영월, 평창, 인제, 양양 등 10곳이다. 강원지역 아동학대 사건의 40%를 차지하는 춘천, 원주를 비롯해 8개 시·군은 여전히 사각지대다.
■전문성 결여도 문제로 꼽혀=아동학대전담공무원을 배치한 시·군 역시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다. 강원도에서 가장 많은 3명의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을 배치한 동해시의 경우 아동학대 교육은 1명만이 이수했다. 2명을 배치한 태백도 교육이수자는 1명뿐이다. 인제의 전담공무원은 아직 교육을 받지 못했다. 홍천, 영월, 평창의 전담공무원은 사회복지사 자격이 아예 없다.
더욱이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전담공무원 교육은 이론교육 1주일, 실습교육 1주, 2주 과정에 불과하다. 강원도 관계자는 “연내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모두 배치될 수 있도록 독려하겠다”면서 “다만 아동학대전담공무원 24시간 대기 등 격무와 큰 책임 부담이 있어 기피 보직이라는 점에서 정부 차원의 처우개선이나 유인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기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