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정점에 선 이즈음, 대전의 문화예술 무대는 더위에 지친 일상에 신선한 숨을 불어넣는다. 국악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개량 피리의 무대부터, 시대의 흔적을 오롯이 담아낸 첼로의 멜로디, 차이콥스키가 전하는 숙명의 선율. 실험과 형식의 경계를 허문 연극 축제까지, 도심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네 개의 공연은 관객의 오감과 사고를 동시에 자극한다. 다채로운 무대들은 시민들의 감성을 일깨우고, 예술이 일상에 스며드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여름, 감각과 사유를 자극할 네 개의 예술 무대를 소개한다. ◇ 국악의 변주, 피리로 엮어낸 여름 아침의 선율 이달 30일 오전 11시, 대전시립연정국악원 작은마당에선 기획시리즈 K-브런치콘서트 '우·아·한(우리의 아침을 여는 한국음악)'의 전반기 마지막 공연이 열린다.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음악 여행의 주인공은 피리 연주자 이영훈이다. 장새납과 대피리 등 개량 악기 연주에 독보적 존재감을 가진 이영훈은 전통 피리 음악에 현대적 감각을 더해 국내외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번 무대에선 재즈피아니스트 송지훈, 타악 수석인 이승호, 더블베이스의 최규원이 함께해 이색적인 앙상블을 구성한다. 프로그램은 민족적 서정이 담긴 '임
은은한 묵향(墨香)을 통해 서예술(書藝術)의 멋과 감동을 전하는 ‘2025 제주서예문화축제’가 오는 26일부터 31일까지 제주문예회관 1·2·3전시실에서 열린다. ㈔한국서예협회 제주도지회(지회장 오장순)가 마련한 이 축제는 ‘제32회 제주도서예대전 입상작품 전시회’(1전시실), ‘제주도서예대전 초대작가 강시호 초청전’(2전시실), ‘2025 제주서협전’(3전시실)로 나눠 진행된다. 제주도서예대전 입상작품 전시에는 지난 5월 1일부터 6월 5일까지 공모를 거쳐 6월 17일 발표한 일반부 입상작 87점과 학생부 특선 이상 작품 24점 등 총 111점이 내걸린다. 제주도서예대전 초대작가 초청전에서는 서귀포시 법환동 출신으로 대한민국서예대전 초대작가, 전국서화예술인협회 초대작가,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초대작가를 지낸 강시호 작가의 작품 30점이 선보인다. 강시호 작가는 30년 넘는 세월 동안 필묵을 벗하며 한결하게 걸어 온 내공을 펼쳐보인다. 3전시실에서 열리는 ‘2025 제주서협전’은 한국서예협회 제주도지회 회원 44명이 출품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다. 행사 기간 27일 ‘제주서예문화 탐방’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탐방은 오전 9시 제주문예회관을 출발해 추사기념
다음 달 13~17일 열리는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전통의 원형을 만날 공연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이하 소리축제)는 ‘본향의 메아리(echoes from the homeland)’를 주제로 축제 기간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전주 일대에서 닷새간 다채로운 공연을 선보인다. 판소리를 비롯한 전통음악, 월드뮤직, 클래식, 대중음악, 어린이 프로그램 등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대가 펼쳐진다. 이 가운데 전통음악의 원형과 깊이를 오롯이 느껴볼 수 있는 무대들이 주목받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무대는 ‘판소리 다섯바탕’이다. 소리축제의 대표 브랜딩 공연으로, 개막일부터 마지막날까지 매일 오후 3시 소리전당 연지홀에서 열린다. 개막일인 13일에는 남상일 명창이 ‘수궁가’를, 14일에는 이난초 명창의 ‘흥보가’, 15일 윤진철 명창의 ‘적벽가’, 16일 염경애 명창의 ‘춘향가’, 17일 김주리 명창의 ‘심청가’가 무대에 오른다. 각 명창의 유파와 소리의 깊이를 비교하며 판소리의 정수를 음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즉흥과 질서가 공존하는 산조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는 ‘산조의 밤’도 준비됐다. 다음 달 15일 오후 4시 30분 소리전
대한민국 대표 사진예술축제 ‘2025 동강국제사진제(DIPF 2025)’가 80일간의 일정으로 ‘사진마을’ 영월 일원에서 펼쳐진다. 동강사진마을운영위원회와 영월문화관광재단이 주관하고 영월군이 후원하는 이번 동강국제사진제는 지난 11일 전시의 막을 올렸으며, 공식 개막식은 18일 오후 7시 동강사진박물관 야외광장에서 마련된다. 전시는 오는 9월 28일까지 이어지며, 10여개의 기획 전시와 국제공모전은 물론 교육 프로그램, 워크숍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함께 펼쳐질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동강사진박물관이 개관 20주년을 맞이하는 해로, 동강국제사진제의 출발점이자 주 전시장인 박물관의 가치와 역사를 기리는 ‘아카이브 특별전’이 준비돼 있어 의미를 더한다. 2005년 개관 이래 동시대 사진의 플랫폼으로 성장한 동강사진박물관의 발자취를 기록한 이 전시는 ‘Museum Project(뮤지엄 프로젝트)’를 주제로, 국내외 사진문화사적 흐름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장(場)으로 마련된다. ‘동강사진상 수상자전’에서는 2025년 동강사진상 수상자인 사진가 원성원의 초기작부터 최신작까지 아우르는 대규모 회고전 형식으로 구성돼, 사진의 지표성과 허구적 서사를 결합한 독창적 미학을
수원화성 방화수류정의 원본 현판 탁본이 발견됐다. 보물로 지정된 방화수류정 원본 현판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면서 사라진 상태였다. 15일 수원 화성박물관 등에 따르면 김세영 학예연구사는 지난달 서울 밀알미술관 특별전 ‘필경재가 간직한 600년: 광평대군과 그 후손들’ 전시장을 찾아 실견 조사한 뒤 사라진 방화수류정 원본 현판 탁본이 조선 왕실 후손 집안에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원본 현판은 명필로 이름을 알린 조윤형(曺允亨, 1725~1799)의 글씨로 제작됐다. 그러나 18세기에 자취를 감췄고, 현재 방화수류정에는 1956년 김기승 서예가가 쓴 글씨로 다시 만든 현판이 걸려있다. 김 학예사는 “이번에 발견된 탁본은 사라진 원본 현판의 유일한 현존 탁본으로, 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높다”며 “소장자와 협의해 유물 복제를 허락받았고 내년에 원본 현판 탁본을 복제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대전 현대미술의 시작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대전시립미술관은 올해 하반기 첫 기획전으로 '비상 飛上;'을 통해 지역 원로작가 4인의 예술세계를 집중 조명한다. '지역미술 조명사업'의 두 번째 장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단순한 회고전이 아니라, 수집과 연구, 전시와 교육을 아우르는 '시립미술관 의의'를 재확인하는 실천이기도 하다. 영원한 깨달음과 진정한 미술관의 존재 이유를 묻는 이번 전시를 소개한다. ◇ 발전적 해체: 한국화의 뿌리를 다시 짚다 1-2전시실에서의 첫 번째 섹션 '발전적 해체'는 대전 한국화의 기틀을 닦은 세 명의 원로 화가 박승무, 조평휘, 민경갑의 예술세계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전통 수묵화의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시대 변화에 맞춰 새로운 표현을 시도한 화가들이다. 박승무는 충북 옥천 출신으로, 근대 동양화단의 중심에서 활동하다 1957년 대전에 정착했다. 은둔적이고 탈속적인 삶을 살며 오롯이 작품에 몰두한 그는 부드럽고 섬세한 필치로 설경과 산수의 고요한 정취를 표현했다. 남종화풍의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안개 낀 산과 점묘식의 표현을 통해 자신만의 정서를 담아낸 작업은, 대전 한국화의 정신적 원류로 평가된다. 조평휘는 1932년 태어나
초중고 여름방학이 눈앞에 다가왔다. 연일 35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에 시달리는 어린이,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학업에 앞서 시원한 휴식이다. 방학을 앞두고 부산에서 가까운 경북 경주시에 여행을 다녀왔다. 물론 폭염 속에서 야외 여행은 생각하기조차 싫다. 다행히 이번 여행의 포인트는 실내 민간박물관이다. ■세계자동차박물관 뜨거운 햇빛을 피하려고 주차장 나무 그늘 아래에 차를 세우고 불과 30여m를 걸었는데도 온몸은 불덩이처럼 화끈거린다. 얼른 세계자동차박물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함께 관람객을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은 뜻밖에 전두환 전 대통령이 실제로 타고 다녔다는 검은색 벤츠 자동차다. 종류만 똑같은 게 아닌지 고개를 갸웃거렸는데 설명문을 읽어보니 그가 직접 이용한 1987년산 ‘벤츠 560’이 맞는다고 한다. 전 전 대통령 일가 재산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이 자동차도 매물로 나왔는데 경주 출신 기업가가 사들여 세계자동차박물관에 기증했다고 한다. 바로 옆에는 귀여운 빨간색 자동차가 나란히 서 있다. 그리스어로 ‘작고 예쁘다’는 뜻인 ‘칼리스타’다. 영국 팬더가 생산하던 차였는데 팬더가 1987년 쌍용자동차에 넘어가면서 이 자동차도
광복 80주년을 맞아 제주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조명하는 뜻깊은 전시회가 열린다. 제주문화예술진흥원(원장 이희진)은 오는 19일부터 24일까지 제주문예회관 제3전시실에서 제주 여성 독립운동가 초상전 ‘그녀들의 얼굴, 역사가 되다’를 개최한다. 윤석남 작가 초청전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에서는 일제강점기 항일의 뜻을 품고 저항에 나섰던 여성 독립운동가 6인(고수선, 강평국, 최정숙, 김시숙, 김옥련, 부춘화)의 삶과 정신을 시각예술로 되살린다. 전시는 ‘기억, 얼굴, 공감, 참여’를 핵심 키워드로 다섯 개의 공간으로 나눠 항일운동의 흐름과 여성 독립운동가의 생애를 조명하는 서사형 콘텐츠, 인물 중심의 초상 회화, 실제 사료와 유품, 관람객 참여형 코너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특히 강평국 지사에게 추서된 건국훈장 애족장 실물, 최정숙 지사가 수감 중 사용한 손수건과 부채 등 유품이 전시돼 각 인물의 서사와 상징을 시각적으로 체감할 수 있다. 제주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초상화와 함께 기억과 저항을 상징하는 설치 작품 ‘붉은 방’도 만나볼 수 있다. 초상화는 한국 여성주의 미술을 대표하는 윤석남 작가의 작품이다. 윤 작가는 1939년 만주에서 태어나 40대 이후 본
리아트(Re:Art) 프로젝트 2부 전시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보았을 때'가 오는 9일부터 수창청춘맨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대구에서 7차례 일어난 독립만세운동과 대구 감옥(형무소)'라는 주제로, 과거 독립을 갈망했던 이들이 바라던 광복을 오늘날 청년 예술인들의 시각으로 다시 바라보고 재해석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프로젝트 참여예술인은 구지은, 김민제, 김영규, 김유경, 김재익, 김지우, 남정근, 노비스르프, 모유진, 박미진, 배태열, 손민효, 원예찬, 이승희, 이혜진 등 15명이다. 이들은 회화,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그날의 감정과 기억 등을 현재의 언어로 풀어냈다. 전시 공간은 대구감옥(형무소)과 3·1운동이 전개된 현장으로 나눠 구성됐다. 또한 과거의 공간성과 현대적 작품을 조화롭게 배치함으로써, 관람객이 예술 속에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연출했다. 전시 기간에는 전시 작품을 활용한 '기억 퍼즐 완성하기' 체험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한다. 전시는 8월 29일까지. 매주 월요일 휴관. 053-430-5681.
“내 모든 고민을 안아주는 곳이 있다. 대학에 떨어졌을 때, 자퇴를 고민할 때, 쥐뿔도 없는 나는 왜 이리 멍청하기까지 한지에 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 집을 나와 근처 골목을 따라 걷는다. (중략) 어디에서 시작했더라도 나에게도 떠나는 여행, 그 끝에는 고려인마을이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뭐가 되더라도 상관없다. 내가 비로소 이해받는 곳, 가장 다른 사람들이 모여, 가장 공존하는 곳”(박지원,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중 일부) 광주 동구 동명동 ‘여행자의 집(ZIP)’에서 지난 5일 오후 4시, 이색적인 신춘문예가 열렸다. 이름하여 ‘여행자의 ZIP단ZI성’. 동명동을 찾은 여행자와 지역 주민이 한 자리에 모여 감정을 기록하고 나누는 이 행사에서는 주제 제시부터 글쓰기·심사·낭독까지 모든 과정이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이루어졌다. 주제는 ‘나만 알고 싶은 광주의 여행지’. 찜통더위 속에서도 책과 글을 사랑하는 3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광주는 물론 서울과 인천, 경남 진주, 화순 등에서 온 참가자들은 작은 캠핑 의자에 앉아, 클립보드를 무릎에 두고 사색에 잠겼다. 엄마 손을 잡고 온 아이부터 흰 머리 희끗한 노인까지, 다채로운 얼굴들이 하나둘 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