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푸른 눈을 가진 그는 거듭 고민했다. 한국어 단어 하나도 신중히 골랐다. 영화평론가이자 번역가인 달시 파켓(50·Darcy Paquet)은 말도 최대한 적확하게 하려 했다.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시작한 한국 영화 번역. ‘기생충’에 ‘브로커’와 ‘헤어질 결심’까지 20년간 작업이 이어졌다. 박찬욱, 봉준호, 홍상수, 김지운 등 세계적 감독이 믿고 영어 자막을 맡겼다. ‘비상선언’ ‘모가디슈’ ‘택시운전사’ ‘곡성’ ‘암살’ 등 수많은 작품이 그의 손을 거쳤다. 한국 영화 세계화에 앞장선 그가 부산에서 번역 수업에 나섰다. 영화·영상 자막 번역 전문가 양성 교육을 20일까지 진행했다. 2017년부터 교수를 맡은 수영구 광안동 부산아시아영화학교에서 따로 수강생을 모집했다. 영화학교 도서관에서 지난 12일 그를 만나 이유를 물었다. 파켓 교수는 새로운 번역가가 많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콘텐츠가 많아진 데다 해외 합작은 미리 시나리오 번역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자막 번역 전문회사를 차렸는데 4명으로도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충분한 시간을 갖고 감독과 여러 번역가가 체크할 수 있어야 좋
한 시대가 저물었다. 올해 9월 타계한 전설적인 프랑스 영화감독 장 뤽 고다르 회고전이 부산과 서울, 대구에서 열린다. 프랑스 영화 ‘누벨 바그(Nouvelle Vague·새로운 물결)’ 시대를 이끈 그는 현대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거장이다. 영화문화협동조합 씨네포크와 이모션픽쳐스는 부산에서 ‘아듀 고다르(Adieu Godard) : 장 뤽 고다르 특별 회고전’을 연다고 3일 밝혔다. 이달 7일부터 18일까지 롯데시네마 광복 아르떼관에서 감독 대표작 13편을 상영한다. 영화평론가와 교수들이 고다르 영화와 작품 세계를 설명하는 시간도 준비됐다. 회고전은 장 뤽 고다르 감독을 추모하고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열린다. 1960년대 누벨 바그를 이끈 그는 장면을 급격히 전환하는 ‘점프 컷(jump cut)’, 카메라를 손에 들고 찍는 ‘핸드 헬드(handheld)’ 촬영 기법 등으로 기존 관습을 탈피했다. 파격을 선도한 그는 장편 데뷔작 ‘네 멋대로 해라’로 1960년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회고전에서는 ‘네 멋대로 해라’와 함께 ‘알파빌’, ‘경멸’, ‘국외자들’, ‘미치광이 피에로’, ‘남성, 여성’, ‘그녀에 대해 알고 있는 두세 가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정상화된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sian Contents & Film Market·이하 ACFM)’에 마지막 날까지 영화·콘텐츠 산업 관계자 발길이 이어졌다. 올해 처음 ‘부산스토리마켓’을 선보인 ACFM은 한국 콘텐츠 열풍과 오프라인 시장 효과에 힘입어 규모를 확대할 의지도 드러냈다. 11일 오전 10시 30분께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 ACFM 행사장 곳곳에서 영화·콘텐츠 산업관계자들이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영화 투자자와 공동 제작자를 찾는 ‘아시아프로젝트마켓(APM)’ 안내판에는 15개국에서 참여한 29편 프로젝트에 30분 단위로 나뉜 미팅 일정이 표시돼 있었다. ACFM이 열리는 마지막 날임에도 일부 프로젝트는 미팅 일정이 거의 마감된 상태였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기간에 개최된 ACFM은 예전만큼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었다. 지난 8일 시작된 올해 ACFM에는 ‘부산스토리마켓’과 ‘영화·영상 세일즈 마켓’이 열린 데다 ‘아시아프로젝트마켓(APM)’ ‘아시아영화펀드(ACF)’ ‘플랫폼부산’ 등 지원사업이 진행됐다. ACFM은 전 세계 영화, 영상 콘텐츠를 비롯해 도서, 웹툰, 웹소설,
“성산일출 바려두곡/소완도로 가는구나~(중략)~ 다대끗을 넘어가민/부산영도 이로구나.” 제주도 해녀가 돛배를 타고 부산으로 올 때 불렀다는 노래 중 일부다. 19세기 후반 제주 해녀가 부산 다대포(다대끗)를 거쳐 영도에 정착했다. 제주도 밖 ‘육지’에 해녀가 처음 자리 잡은 도시. 부산 앞바다에 쓸 만한 ‘물건’이 많았기 때문일까. 전복이나 미역처럼 입 안에 바다향을 퍼뜨리는 해산물을 떠올리기 쉬울 테다. 1930년대 미역의 1066배 ‘금값’ 영도 바다 생산 해조류 품질 좋아 바닷길 통해 일본 수출도 용이 출향 물질하다 아예 정착한 듯 부산에 해녀가 늘어나던 시기에 가장 매력적인 해산물은 정작 먹는 게 아니었다. 당시 식용보다 산업 원료로 쓰인 ‘우뭇가사리’ 같은 해조류가 대표적이다. 일제강점기를 포함한 20세기까지 감태 등과 함께 귀한 대접을 받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산은 바닷길로 수출까지 용이한 지리적 이점이 있었다. 부산은 제주 해녀들을 부를 독특한 매력이 있었던 셈이다. “영도 바다에 우뭇가사리나 곰피 등 해조류가 엄청 많았어. 제주도 해녀들이 여기서 우뭇가사리를 캐면 일본에 수출도 많이 했지.” 올해 1월 영도구 동삼어촌계 해녀 이정옥(67) 부
내년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역 여론과 달리 정치권에서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려는 움직임이 꿈틀댄다. 사용후핵연료 등 실질적인 원전 폐기물 처리 방안조차 제시하지 않은 채 현 정부 정책 뒤집기에만 주력하는 모양새다. 특히 고리 원전 등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의 일부 저장시설 용량이 90% 넘게 찼지만 여전히 반출 방법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 머물러 있다. 대선 앞두고 일부 후보 ‘폐기’ 주장 박형준 시장도 ‘전면 재검토’ 입장 사용후핵연료 처리엔 대안 없어 고리 등 원전 폐기물 저장 ‘한계’ 처리장 신설 등 반출 대책 시급 16일 한국수력원자력 ‘2021년 3분기 사용후핵연료 저장현황’에 따르면 고리원전 1~4호기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 5124다발이 수조에 습식 저장된 상태다. 총 저장가능용량 5492다발의 93.3%에 이르는 수치다. 특히 고리 4호기는 저장용량 2105다발 중 1978다발, 고리 3호기는 2103다발 중 1949다발로 각각 94%와 92.7%가 찼다. 고리 2호기는 799다발 중 712다발로 89.1%, 2017년 가동을 중단한 고리 1호기는 485다발을 100% 채운 상태다. 다른 지역 원전도 사용후핵연료 등 폐기물 저장이
부산 해운대구청 신청사 건립 사업이 정부 중앙투자심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 건립 비용 마련과 현 청사 활용 방안 등을 보완해야 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해운대구청은 사업이 몇 달 늦어지겠지만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기 때문에 재심사에서의 통과를 자신한다. 재원 조달·현 청사 활용안 등 4가지 부분 보완점으로 지적 구청 “재심사서 통과할 것” 자신 해운대구청은 재송동 신청사 건립 사업이 행정안전부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에서 ‘재검토’ 결과가 나왔다고 8일 밝혔다. 8월 심사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했지만, 지난달 28일 사업 계획을 보완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현재 해운대구청은 재송동 1192-1번지에 연면적 2만 8384㎡, 8층 규모 신청사 건립을 추진 중이다. 예산 950억 원을 투입해 2024년까지 공사를 마치는 게 목표다. 1981년 문을 연 중동 청사는 공간이 좁고, 2016년 안전진단 B등급을 받을 정도로 낡았다. 시·군·구에서 200억 원 이상 신규투자사업을 하려면 예산 편성 전 필요성과 타당성 등을 점검하는 중앙투자심사를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는 4가지 부분을 문제 삼아 재검토 결정을 내렸다. 중기지방재정계획 수정
단계적 일상 회복을 위한 ‘위드 코로나’ 정책이 시행되면서 부산에서도 주요 관광지를 중심으로 대형 행사가 이어질 전망이다. 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하지 않는 이상 올 연말부터는 주요 축제 등이 예정대로 개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운대구청은 ‘2022년 해운대 카운트다운·해맞이축제 행사’를 추진한다고 4일 밝혔다. 올해 12월 31일과 내년 1월 1일 해운대해수욕장 일대에서 새해맞이와 일출 감상을 위해 각종 행사를 준비한다. 해운대구청 관광문화과 관계자는 “지역 경제 활성화와 함께 코로나19로 힘들었던 시간을 위로하는 행사”라며 “철저한 방역 시스템을 갖춘 뒤 축하 공연 등 각종 행사 개최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운대해수욕장 해맞이·빛축제 광복로 트리축제·부산불꽃축제 영도 커피페스티벌 등 재개 추진 코로나 고통 상인들, 큰 기대감 ‘해운대 빛축제’도 이달 27일부터 내년 2월 2일까지 열린다. 해운대해수욕장과 구남로, 해운대시장 일대에서 스토리텔링을 접목한 축제가 개최된다. 백사장에 설치되는 미디어아트 구간도 80m 폭에서 120m로 확대한다. 안심콜 확인과 마스크 착용 계도 등을 위해 방역 안내 요원 50명도 배치할 계획이다. 원도심에서도 연말 주요 행
부산 해운대구 옛 해운대역사가 문화공간 ‘해운대 아틀리에(가칭)’로 재탄생한다. 팔각정을 전시 공간으로 꾸미고 양쪽 부속 건물은 청년 창업 공간과 복합 세미나실로 새단장한다. 폐쇄된 역사가 다시 문을 열면 해리단길과 구남로를 잇는 관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해운대구청은 지난 25일 한국철도공사 부산경남본부와 옛 해운대역사 문화공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6일 밝혔다. 한국철도공사가 옛 해운대역사 건물과 광장 등을 빌려주고, 해운대구청이 문화공간을 조성해 운영하는 내용이다. 해운대역사는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 사업에 따라 2013년 마지막 운행 이후 폐쇄된 상태다. 옛 해운대역사는 내년 1월 문화공간 ‘해운대 아틀리에’로 탈바꿈해 개방될 예정이다. 이달 말 실시설계용역이 마무리되면 다음 달부터 공사가 시작된다. 팔각정과 양쪽 부속 건물 468.5㎡가 전시홀, 청년 예술가 창작 공간, 복합세미나홀 등으로 바뀐다. 기존 대합실, 매표실, 역무실 등이 있던 공간을 리모델링하는 비용과 공간 임차료 등으로 구비 7억 3200만 원이 투입된다. 정윤주 해운대구청 문화예술팀장은 “팔각정 등 외부 모습은 그대로 유지한 채 내부만 새롭게 단장할 예정
부산 해운대구청이 오토바이와 자동차 소음 허용 기준을 낮춰 달라고 요구한 청와대 국민청원에 1만 명 넘게 동의했다. 전국적인 관광지인 해운대구에는 오토바이, 스포츠카가 많이 몰려 소음 고통이 심하다. 해운대구청은 비슷한 피해를 겪는 지자체와 연대해 관련 법 개정을 지속적으로 요청할 계획이다.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굉음 유발 자동차·이륜차 소음 허용 기준치 하향 건의’ 청원에 지난 15일 마감일까지 총 1만 257명이 동의했다. 홍순헌 해운대구청장이 지난달 15일 올린 청원글은 ‘오토바이와 자동차 굉음 피해가 끊이질 않는다’며 법적 소음 허용 기준을 낮춰 달라는 내용이다. 여름철 야간 굉음 민원 폭주 해운대구청장, 청와대 국민청원 15일 마감 1만 명 넘게 동의 “105db서 80db로 낮춰야 지자체 연대 법 개정 노력 계속” 국민청원에는 이륜차 105dB, 승용차 100dB인 소음 허용 기준치를 80dB로 낮춰 달라며 구체적인 수치가 제시됐다. 소음·진동관리법에 규정된 현행 기준으로 웬만한 굉음 유발 차량은 단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차가 옆에서 지나갈 때 105dB로 추산된다며 차량 출고부터 소음 허용 기준치를 낮춰야 굉음 피해를 근절
“안 부셔도 되고요. 가만히 계셔도 됩니다.” 7일 오후 9시께 부산 해운대구 중동 해운대해수욕장 삼거리. 한 경찰관이 장산역 방향으로 가는 차량을 세우더니 ‘음주운전 단속 복합감지기’를 운전석에 들이밀며 말했다. 운전자 입에서 5~10cm가량 떨어진 복합감지기에 ‘파란 불빛’이 나타나자 경찰관은 이 차량을 그대로 보냈다. 한글날 대체공휴일 연휴를 앞두고 해운대경찰서는 이날 대대적인 음주 단속에 나섰다. 경찰차 4대와 경찰관 14명을 현장에 투입했고, 지난달부터 도입한 신형 복합감지기를 활용했다. 신형 복합감지기는 내장된 공기 흡입 모터가 주변 공기를 빨아들이고, 센서가 알코올 성분을 감지하면 ‘빨간 불빛’이 나타난다. 부산에는 총 94대가 배치된 상태로 보통 운전자 입가 주변에서 측정한다. 현장을 지휘한 해운대경찰서 이승현 교통과장은 “신형 복합감지기는 운전자가 숨을 불어넣을 필요가 없어 측정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며 “기존 장비보다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적다는 장점도 있다”고 밝혔다. 단속 1시간이 지났을 때 한 경찰관 복합감지기에 빨간 불빛이 들어왔다. 이날 오후 10시께 30대 남성이 운전하던 차 안에서 복합감지기가 반응했다. 경찰은 차량 밖으로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