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발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코스피와 코스닥이 급락하고 유가와 환율이 급등하는 등 국내 경제가 크게 흔들렸다. 주유소는 차량이 붐볐고 대형마트에도 생필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등 생활 현장도 불안 기류가 역력했다.
4일 유가증권시장은 전날 ‘검은 화요일’에 이어 또 한 번 ‘검은 수요일’을 맞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장보다 698.37p(12.06%) 내린 5천93.54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 7.24% 급락에 이어 낙폭을 더 키운 것이다.
코스닥 역시 두 자릿수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코스닥은 전장보다 159.26p(14.00%) 내린 978.44에 거래를 마치며 한 달여 만에 다시 1천선 아래로 밀렸다. 지난 1월 26일 ‘천스닥’을 돌파하며 회복 흐름을 보였지만 중동발 리스크에 상승분을 상당 부분 반납했다.
금융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은 간신히 진정세를 찾던 외환시장까지 흔들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1원 오른 1천476.2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해 말 심리적 마지노선인 1천500원 선에 바짝 다가섰던 환율은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등 정부 개입으로 한차례 급한 불을 껐고 이후 지난달 말 1천420원대까지 내려왔지만 중동발 리스크가 확산되면서 다시 상승 압력을 받았다. 이날 0시22분께 야간거래에서 1천505.8원까지 치솟는 등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장중 최고가인 1천500.0원을 기록한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1천500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금융시장 충격은 생활물가로도 번지는 분위기다. 도내 주유소에서는 휘발유 가격이 ℓ당 1천700원 아래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제유가 상승과 환율 급등이 동시에 반영되면서 체감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는 모양새다. 일부 주유소에서는 가격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염두에 둔 소비자들이 미리 주유를 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도 그려졌다.
유통 현장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감지됐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에선 라면과 휴지 같은 생필품을 미리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이날 수원의 한 대형마트에서 휴지를 구매한 70대 여성 김영옥씨는 “전쟁 소식에 주식도 떨어지고 기름값도 오른다고 해서 장 보러 나온 김에 조금 더 사두게 됐다”며 “어차피 생필품은 두고 쓰는 거라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미리 사두는 게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장 급락이 단기 상승 국면에서 누적된 부담에 패닉성 변동이 겹친 결과라고 분석했다.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갑작스러운 충격이 발생하면 투자자들의 단기적 공포 심리가 금융시장 변동성으로 나타나지만 현재처럼 전쟁 상황이 안정되지 않으면 물가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결국 사태가 어느 수준에서 안정되느냐에 따라 환율과 자산 가격도 다시 균형을 찾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