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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급전 필요해 ‘즉시 대출’ 광고 클릭… 불법사금융에 쫓기는 서민경제

소액 시작했지만 수천만원 눈덩이
소상공인 34.7% ‘고금리 피해’ 호소
‘채권추심 고통’ 사례 64.4% 달해


#수원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온라인으로 마이너스 통장 잔액 증액을 요청했다가 ‘거절’ 메시지를 받았다. 최근 승진하며 당연히 될 줄 알았던 증액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두 딸이 초등학교에 들어갈 시기가 가까워 오며 사교육비가 늘어 ‘마통’을 쓰려던 계획이 막혔다. 그는 “집 대출금 갚기도 벅찬데 생활비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평소 자주 사용하던 중고거래 플랫폼에 접속한 B씨는 “대출 쉽게 알아봐 드립니다”라는 광고를 클릭해 자신의 번호를 남겼다. 그에게 걸려 온 전화에 자신을 ‘팀장’이라고 소개한 사람은 당장 급전이 필요한 그에게 100만원까지 즉시 대출이 가능하다고 알려줬다. ‘빚의 악순환’에 빠진 시작이었다. 카페 운영에 보탬이 될까 싶어 빌렸던 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2천만원에 육박한다. 그는 최근 경기도서민금융지원센터 문을 두드리고 있다.

 

높은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소비가 위축되는 가계부채의 악영향이 나타나고 있고 금융취약계층인 소상공인의 빚 문제는 악화일로다. 이미 빚을 끌어 쓸대로 끌어 쓴 중산층조차 여유자금이 없어 신음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통계로도 나타나는데, 올해 들어 경매로 넘어간 집합건물이 40% 가까이 급증(12월 17일자 1면 보도)한 경기도의 현황이 그 방증이다. 이달 들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마통 잔액은 40조7천582억원으로 3년 만에 최고치에 달했다. 너도나도 ‘마통 뚫기’에 혈안이다.

 

게다가 지난달 한국은행은 최근 10년 동안 가계부채가 급증하며 한국의 소비가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아지면서 민간소비가 -5% 내외의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주택 빚에 눌린 현실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며 경제 활력을 갉아먹는 가운데 소상공인의 채무는 또 다른 문제로 남아있다. 소상공인 일부는 제도 금융권 대출이 막혀 불법 사금융으로 유입되며 경제적 회생이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경기복지재단에 따르면 지난 2023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불법사금융 피해지원사업을 받은 225명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중 고금리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가 34.7%(78명)에 채권추심으로 고통받는 사례가 64.4%(145명)에 달했다.

 

이들 사례를 보면 코로나19에 이어 의료파업, 계엄사태에 따라 종사 자영업의 업황이 악화했고 이미 대출이 있는 상황이거나 낮은 신용등급의 문제로 불법 사금융에 눈을 돌린 경우가 많았다. 제도권 금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온라인 대출 플랫폼이나 인스타그램 등의 SNS에 노출된 광고로 불법 사금융을 접한 뒤 50만~100만원의 소액대출을 받고 이를 다른 불법사금융으로 갚으며 늪에 빠진 사례가 다수였다.

 

특히 이들은 매일 같은 빚 독촉(채권추심)에 시달리며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빚 상환을 포기하거나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는 사례가 많았다.

 

경기복지재단이 이들 중 11명을 대상으로 벌인 심층조사에서 가장 적은 중복 채무가 4건, 가장 많은 건 무려 61건에 달했다. 빚이 빚을 낳는 악순환에 빠진 셈이다. 소상공인 B씨는 “경찰이 전화를 걸어 대부업체의 불법추심을 막아주기도 했지만, 빚을 갚을 방법이 마땅치 않고 현재로선 막막한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