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에 '지방'은 없었다.
서울·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매년 수십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하는 계획을 내놨지만, 악성 미분양 고착화 등을 겪는 지방에 대한 구제 대책은 전무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내비쳤던 '지역균형발전'의 철학도 이번 대책엔 녹아들지 못했다. 수도권 쏠림 가속화에 대한 우려가 높다.
정부는 7일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공급 확대 방안은 수도권의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2030년까지 연평균 27만 가구, 5년간 총 135만 가구를 공급하는 게 골자다.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용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직접 시행해 공급 속도를 높이고,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도심 공급 확대를 위해 유휴부지 등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부동산 시장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시장 감독기능을 강화하고 불법·이상거래나 편법 자금 조달을 차단할 기반도 마련한다.
이번 대책을 바라보는 지역 부동산 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수도권 공급 확대 계획으로 수도권과 지방 간 부동산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기 때문. 지방 부양책도 전무했다. 지방 부동산은 수요 회복이 필요하다고 진단하면서도, 이를 위해 지난달 '지방중심 건설투자 보강방안'을 발표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현재 충청권 등 지방 부동산 시장은 낮은 수요로 인해 극심한 침체기를 겪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01.15였던 대전의 매매가격지수는 올 7월 98.99로 2.1% 하락했으며, 충남 지역의 매맷값도 해당 기간 100.65에서 99.61로 1.03% 떨어졌다. 서울의 아파트 매맷값이 96.19에서 103.45로 7.6%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거래량도 하락세다. 올 7월 충청권 아파트 매매 거래는 8552건으로, 1년 전 같은 달(1만 83건) 대비 15.2% 감소했다.
여기에 준공 후 미분양 물량마저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지난해 7월 1453가구였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이듬해 1월 2177가구까지 뛰었고, 올 7월엔 2545가구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부동산 업계에선 정부의 소극적인 대책이 양극화를 더욱 부추길 수 있는 만큼, 지방 시장 회복을 위한 파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존 정부의 미분양 매입 방침 등도 건설사들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그칠 뿐, 지방에 수요를 움직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정부가 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해제와 대출 금리 차등화 등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한다.
박유석 대전과학기술대학교 부동산재테크과 교수는 "정부가 과거 핀셋 정책으로 인한 풍선 효과를 우려하는 것 같은데,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고 생각한다"라며 "지금 긴급하게 쓸 수 있는 대책은 DSR을 완화 또는 배제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사람들이 지방 부동산 시장으로 들어오게 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