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소송 취하·고용보장 등
일부 이견 못 좁혀 줄다리기 협상
결렬 땐 공권력 투입 유력 검토
경찰, 시기·작전 등 조율 ‘긴장 고조’
민주노총, 현장 찾아 정부에 경고
원청‘금속노조 탈퇴’ 투표결과 관심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사가 줄다리기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민·형사상 면책과 고용 보장 등 일부 쟁점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면서 진통을 겪고 있다. 더욱이 협상 결렬 시 경찰이 공권력을 투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관련기사 4면
파업 50일째인 21일 노사 양측은 오전 10시부터 협상에 돌입했으나 손해배상 소송 취하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30분 만에 정회하는 등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대우조선 사내 협력사협의회와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는 지난 15일부터 파업 사태 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하청노조가 당초 임금 30% 인상에서 사측이 제시한 4.5% 인상안을 받아들이면서 임금 부분은 타협점을 찾았지만, 손해배상 소송 취하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파업 행위와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 제기 계획을 철회하라는 노조 측의 요구에 개별 협력사가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에 협상 내용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사측이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건 없지만 일부 협력사가 소송 의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폐업한 하청업체에서 근무한 조합원의 고용승계 문제도 견해차가 큰 상황이다. 노조는 업체 폐업으로 직장을 잃은 조합원 수십명에 대한 고용을 약속해달라고 제시했지만, 사측은 다른 업체에서 근무하던 직원의 고용을 보장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협상 결렬 시 경찰이 공권력을 투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는 세부적인 작전 계획과 투입 시기 등을 조율 중이며, 현장 안전 확보를 위해 대규모 인력 투입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경찰은 하청지회 노동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대우조선 1도크 안팎에 경찰병력을 추가 배치했으며 농성 현장 아래에 에어매트를 설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부분은 말해줄 수 없으나 언제라도 경찰력이 투입될 수 있는 상황은 맞다. 이를 대비해 현장 안전 확보 등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민주노총은 거제 조선소 현장을 찾아 공권력 투입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들은 이날 오후 2시30분 거제 대우조선해양 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할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산업은행과 정부가 책임 있게 나서는 것”이라며 “정부의 공권력 투입이 실현될 시 110만 조합원 전체가 거제로 집결하고, 민주노총은 모든 역량을 동원해 정권 퇴진 투쟁과 실천적 행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대우조선해양 원·하청 노동자들 간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원청노조인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이날 오전 6시부터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탈퇴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하청지회의 도크 점거 농성으로 대우조선 전체 노동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데도 금속노조는 하청지회 편만 들고 있다는 대우조선지회 조합원의 목소리가 찬반투표로 이어졌다. 22일 오후 1시까지 진행되는 투표에 조합원 4700여명 중 과반이 참여해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대우조선지회는 금속노조를 탈퇴하게 된다. 이날 오후까지 전체 조합원 중 약 70%가 투표를 마무리했다.
한편 대우조선해양 협력회사 모임인 글로벌탑협력회와 경남조선기자재조합은 이날 오전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조선해양의 조속한 정상화와 조선산업 장기 발전을 위한 공동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해 말부터 글로벌 시장에 불어온 친환경·스마트 선박 발주 훈풍으로 국내 빅3 조선소가 전 세계 LNG 운반선 발주량의 70% 이상을 점유하는 등 희망을 품었으나 하청지회의 점거 파업으로 조선소 누적 피해액이 7500억원에 이르는 등 다시 존폐를 걱정해야만 하는 억울한 지경에 처했다”며 “노·사·정이 적극 중재하고 협력해 하루빨리 조선산업이 정상화되기를 호소한다”고 말했다.
김성호·김재경 기자
김재경 기자 jkkim@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