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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안용모 신비의 북극을 가다] 세상 가장 아름다운 마을 레이네

디즈니 영화 '겨울왕국' 모티브 된 곳…저마다의 아름다움 뽐내는 산과 바다
두 계절 모두 찾아볼 만한 가치 충분…전통식 가옥 로르부서 체험 강추

 

◆ 여름에서 겨울옷을 갈아입은 신비스런 레이네 마을

 

여름 풍광에 반해 눈 속을 뚫고 찾아간 레이네(Reine)마을을 여행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 아름다운 겨울 레이네를 조금이라도 빨리 마주하고 싶어 레크네스에서 첫 버스를 타고 로포텐제도의 가장 서쪽에 있는 모스케네스섬으로 들어왔다. 레이네로 들어가는 길목에 서니 하얗게 옷을 갈아입은 레이네의 풍경이 드디어 눈앞에 나타났다.

 

동화처럼 자리한 레이네 마을을 보는 순간 마음속으로 소리쳤다. 내 여행 이야기의 메인화면이다. 다시 만나니 너무 감격스러워 눈물이 핑 돈다. 피오르 정면의 레이네브링겐 바위산을 배경으로 한 풍경과 빨간 목조 가옥인 로르부가 그림처럼 드리워진다. 거대한 빙산과 그를 비추는 물결 그리고 노르웨이만의 예쁜 집들이 하나의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레이네는 300여명의 주민이 살아가는 아주 작은 어촌이지만 깍아지른 절벽과 뾰족뾰족한 산봉우리가 일품이다. 눈이 산봉우리에 쌓여있는 풍광이 어디를 둘러보아도 그림같이 아름답다. 그렇게 눈 속에서 마을을 감싼 대자연을 마주한 레이네 풍경 속으로 한참동안을 서성이며 빠져들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알록달록한 색깔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을 만든다.

 

피오르로 인해 형성된 깍아지른 봉우리들은 따사로운 햇살을 받아 영롱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디즈니랜드의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떠올려지는 풍경이다. 겨울왕국의 엘사 공주가 마법을 부린 것 같다. 로포텐의 별과 백미라는 놀라운 별명을 가지고 있는 레이네는 실제로 겨울왕국의 모티브가 된 곳이다.

 

지난여름의 감동이 밀려온다. 여행자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될 곳으로서 1번에 올려야 할 아름답고 신비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상상이 존재하는 마을 레이네! 청량함이 가슴가득 밀려온다. 영롱한 빛깔의 바다와 산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새 모든 것을 잊고 무아지경에 빠져 신선이 된 듯하다. 기묘한 산들이 함박웃음을 띄며 달려와서 우아함을 뽐내려 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들과 바다가 모여 환상적인 마을 콘테스트를 하는지 볼 때마다 새롭고, 보는 시간마다 다르며, 보는 방향마다 감동적이다.

 

 

 

◆ 그림보다 더 아름다운 레이네브링겐

 

레이네브링겐(Reinebringen) 등정을 문의하니 폭설과 강풍으로 출입이 금지되었단다. 특히 겨울철에는 거의 폐쇄 된다는 것을 알았다. 지난 여름 다녀온 레이네브링겐은 레이네 작은 어촌마을의 뒷산일 뿐이지만 오르는 길이 가파르고 위험해 여름에도 날씨가 궂을 때는 위험하단다. 그러나 다행히도 여행자가 레이네 마을을 찾은 지난 여름날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아서 등산하기에 좋았다.

 

로포텐여행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그 유명한 산인데도 안내 표지판 하나가 없다. 그저 앞서 다녀간 수많은 여행자들의 발자취가 만들어 놓은 어께 한 폭 넓이의 길이 있을 뿐이다.제대로 된 등산로도 없이 얼마정도를 오르면 돌계단 구간이 나온다. 이 구간이 전체 등정 길에서 가장 편안한 코스다.

 

계단을 따라 1km 정도 올라가면 드디어 제일 가파른 구간을 만나게 된다. 150m 정도 고도를 오르는 이 구간은 자갈과 바위가 섞여서 미끄럽고 위험하다. 날씨가 좋은 날에도 가파르고 위험했는데 만일 비나 강풍이 분다면 등정을 포기해야 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올라가다가 뒤를 돌아다보니 가파른 경사가 아찔하다. 실제로 이곳을 등산하다가 사고가 많이 발생하여 사망자도 여럿 나왔다고 한다.

 

 

산등성 정상에 도착하니 앞에 천 길 낭떠러지 절벽이다. 물론 안전휀스도 설치되어 있지 않아 대단히 위험하다. 그러나 시야에 꿈꿔왔던 레이네의 환상적인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공룡의 등허리를 닮은 뾰족뾰족한 바위산과 띄엄띄엄 자리를 잡고 있는 작은 섬들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뤄 많은 여행자들이 노르웨이 뿐만아니라 세계최고의 풍경으로 꼽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세상 최고의 전망 좋은 포인트에 앉아 넋을 놓고 피오르 해안을 바라보는 여행자들, 공기가 맑아서 마을의 모습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이곳에 올라 바라보는 경치는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마치 한 마리 새가 되어 하늘을 나는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물위에 떠 있는 알프스라는 비유를 여기에 오름으로 그 온전한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

 

고작 448m의 레이네브링겐이 열배가 넘는 알프스 고봉들보다 더 웅장 할 수 있는 이유는 지구 태초의 설계도 그대로를 재현한 신비함과 경이로움으로 가득찬 거대한 장관이 비밀스럽게 펼쳐진 때문은 아닐까. 바다위의 섬들과 하늘아래 산들이 다리와 구름으로 한데 이어진 레이네. 깊은 바다와 높은 하늘마저 로포텐이란 세상으로 이어 놓았다.

 

이곳에서 레이네브링겐을 독대하며 가진 치유의 시간을 작은 돌멩이 하나 얹어 기억하고 기념한다. 발아래 펼쳐진 별천지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여행자는 새로운 세상으로의 여행에 지독히 빠져들었다. 명산이 되는 조건이 단지 높음만은 아님을 일깨운다.

 

 

 

◆ 로르부에서의 낭만적인 하룻밤

 

로르부(rorbu)는 전통적인 어부의 오두막으로 어부가 고기잡이를 위해 어구를 넣어두는 창고 겸 숙소로 머물 수 있도록 바닷가에 지은 집이다. 육지 쪽에 입구가 있고, 바다 쪽에는 일부 기둥이 바닷물에 잠겨있어 배를 갖다 대기 편하도록 되어 있다. 집은 육지에 있지만 바다 쪽으로 사다리나 계단을 통해 바로 어선에 올라탈 수 있는 형태다.

 

처음 들어가 보는 바닷가의 그림 같은 북유럽의 통나무집 로르부는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현재는 여행객을 위한 숙박 시설로 개조되어 문을 열고 발코니로 나가면 낮에는 멋진 바다를, 밤에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별을 볼 수 있다. 고즈넉한 레이네 마을의 아침이 여행자를 반겨주는 액자 속 그림 같은 전경이 창문에 담겨있다.

 

 

오래된 외관과 달리 내부는 깨끗하고 예쁘며 여행자의 기대치를 만족시켜 주었다. 실내는 난방이 완벽하며, 2개의 침실과 소파가 있는 거실, 모든 조리용품이 갖추어진 주방과 화장실에 샤워실이 있고, 야외를 전망하는 발코니도 있다. 마트에서 마늘과 무우를 사고, 덕장에서 얻어온 생 대구를 끓여서 오랜만에 시원한 진국에 저녁을 해먹으며 와인까지 곁들였다.

 

레이네의 풍경을 바라보며 먹는 서툰 대구탕의 시원한 맛이 더욱 행복한 순간이다. 나무로 지은 집만이 전해줄 수 있는 특유의 오래된 냄새, 흔한 목조 전원주택과는 분명 다른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클래식함이 마음마저 따뜻하게 녹인다. 이곳에서 머무르며 잠시 바이킹이 되어보는 체험을 하는 것도 색다른 여행의 즐거움이다. 머무르는 내내 환상적인 바다 전경이 보이는 소박하고 아늑한 어부의 오두막 로르부.

 

 

 

안용모 대구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 · 전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장

ymahn110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