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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 시와 함께 보는 경남의 명소 (27) 가덕도

갯벌 사라진 그 자리엔
시·글= 이기영 시인, 사진= 김관수 사진작가

 

사라지는 것들

 

언제부턴가 점점

 

그토록 오래 맑고 깊게

출렁거릴 거라 믿었던 것들은

해독하기 어려운 적막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기슭에 가까운 것들은

흙냄새와 물 냄새를 반반씩 걸친 채

오고 가는 것들을 내버려두고 있다

 

관심이 없는 것인지 속수무책인 건지

쌓인 것은 썩고 새로운 것은 없이

바닥은 처음부터 맨 처음을 가장 낮은 곳에 새긴다

 

모든 것을 다 비우고 나서야 알 수 있도록

계속해서 사라지는 것들의 눈빛마저 선명하도록

 

사라지고 없을 자리에 다시,

어떤 것들은 새로운 것을 등록하기도 한다

 

☞ 가덕도 갯벌이 사라졌다. 바다의 길을 막고 제방을 쌓아 갯벌은 이미 말라버렸다. 한때 그토록 푸르게 출렁이던 곳이었는데 인간의 이기심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나 보다. 갯벌에 의지하며 살던 뭇 생명들의 자취는 찾아볼 수 없다. 그 자리에는 다시 들꽃이 오고 개미가 오고 사람이 오고 빌딩의 그림자가 드리울 것이지만 수만 년의 시간이 단 몇 년 만에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가덕도는 창원시 의창군에 속해 있다 지난 1989년 부산으로 편입됐다. 부산과 진해 바다에 걸친 큰 섬이었으나 1997년 부산 신항의 개발로 인해 육지와 연결되고 바다를 막아 육지화하면서 이제 더 이상 갯벌을 볼 수 없게 되었다.

 

시·글= 이기영 시인, 사진= 김관수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