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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두바퀴로 달리는 경북도 명품길] 영양 속살 까뒤집기 300Km

글·사진 김동영 여행스케치 대표

 

이제 허리끈을 동동 쟁여묶고 영양의 속살을 파헤치러 가볼 참이다. 사실, 두바퀴 자전거로 영양의 산과 계곡을 뒤지는것은 말처럼 그리 간단치가 않다. 진땀 꽤나 각오한다. 영양의 자전거 루트는 도합 넷이다. 갈래길로 선을 그으면 수십길이 나오지만 도드라진 테마 위주로 길을 짜집기 해본다.

 

 

◆ 길 하나, 가슴 쿵쾅뛰는 문학의 길 80Km

 

선바위-외씨버선길 5길(오일도 시인길)-영양 전통시장-외씨버선길 6길(조지훈 문학길)-본신계곡-검마산 휴양림-죽파리 자작나무숲

 

문학의 길은 선바위에서 시작한다. '선바위'를 검색하면 여럿이다. 울산 태화강 자락에도 선바위, 성주땅 무흘구곡 초입에도 선바위가 있다. 이곳, 영양땅의 선바위는 반변천을 따라서 외씨버선길 5길의 출발지이다. 수려한 바위병풍에 둘러싸인 숲길을 따라 달리다 보면 일제시대 항일 시인이었던 오일도 시인의 고향인 감천마을에 당도한다. 약50호의 자그마한 앙증맞은 옛스런 곳이다.

 

길은 영양전통시장으로 이어진다. 시가지는 작다. 이곳을 벗어나면 흔한 가게도 구경하기 어렵다. 그만큼 깡촌이다. 자전거는 외씨버선의 주인을 찾으러 주실마을로 간다. 조지훈의 고향이다. 이 아늑한 마을에서는 누구라도 시인이 되고 문학의 늪에 푹 빠져들듯 하다. 마을앞은 시리도록 청명하고 휑하니 열려있다. 조지훈의 싯구를 가슴에 가득 안은채 이제 본격적인 영양산하의 라이딩에 돌입한다.

 

해발 540m 의 한티재를 넘으면 '수비면'에 다다른다. "수비마을"은 오지마을의 대명사다. "수비"는 영양 오지의 시작과 끝이다. 수비면을 이음새로 계곡과 숲길들이 갈래를 친다. 수비초등학교를 끼고 수하계곡 방향으로 달린다. 시리도록 아름다운 길이다. 오른편에 수하계곡을 끼고서 길위로는 나무들이 짙은 그림자를 만든다.

 

 

이제, 자전거는 인적도 드문 질재골을 숨가쁘게 오른다. 경사도 17~18도의 가파른 골짜기를 약 3Km 남짓 오르면 본신계곡쪽으로 내려가는 길을 만난다. 본격적인 절정으로 향한다. 영양 라이딩의 꽃! '자작나무숲'을 만나러간다. 길은 크게 두 방향이다. 죽파리 마을회관 앞쪽에서의 평탄한 길이 가장 일반적이다. 자전거는 평범을 거부한다. 역으로 오른다.

 

본신계곡쪽을 종단하여 약 7Km 정도 산길을 오르면 죽파리로 이어지는 임도 갈림길에 도착한다. 또 여기서 자작나무숲까지는 산길 약10Km 이상이다. 검마산 해발 800m 위, 도합 산길을 약17Km를 달리는 장대한 도전이다. 발아래 길섶 사이로 낭뜨러지가 얼핏얼핏 보인다. 때마침 가랑비까지 내리고 운무는 잔뜩끼어 긴박감을 더해준다. 자칫 미끄러지면 큰 낭패다. 다들 흘러내리는 땀방울과 빗방울을 아랑곳 않고 발아래 산길에 잔뜩 신경을 곶추 세운다.

 

얼마나 달렸을까? 선두가 와~하고 소리친다. 자작나무숲을 맞이한 것이다.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안도의 한숨도 쉬어진다. 광활한 흰백색 자작나무 숲속 사이로 두바퀴는 삐뚤삐뚤 이야기를 써 나간다. 오일도 시인도 청파 조지훈도 또 그의 외씨버선도 이곳 하이얀 자작나무 잎파리에 아로 새겨진다. 우리들의 청춘예찬도 함께 새긴다. 다들 동심으로 돌아가고 시인이 된다. 영양 자전거 제1길, 문학의 길은 이곳 검마산 죽파리 자작나무숲속에서 완성된다.

 

 

◆ 길 둘, 언덕위 바람의 길 60Km

 

외씨버선길 4길(장계향 디미방길, 두들마을)-삼의계곡-맹동산 풍력단지-송하계곡-낙동강 정맥로-죽파리 자작나무숲

 

'언덕위의 마을'이라는 의미의 두들마을은 참 오밀하게 맛깔스럽다. 1640년 병자호란을 피해 석계 이시명 선생이 개척한 숨겨진 마을이다. 우리나라 최초 음식조리서 장계향 디미방도 이곳에서 탄생했다. 마을은 초연하고 점쟎다. 30여 고택들이 각기 위세를 자랑하고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이문열의 소설도 석보면 두들마을의 가치를 부추긴다. 외씨버선길 4길의 출발지이다.

 

영양 자전거 두번째 길은 두들문화마을에서 출발한다. 석보중학교를 거쳐 화매천 물길을 따라 삼의계곡쪽으로 향한다. 삼의계곡은 길다. 약6키로다. 골바람도 세다. 포도산(748m), 맹동산(808m)의 산허리 사이로 계곡은 연결된다. 자전거는 맹동산 숲길 속으로 들어선다. 서서히 발아래 펼쳐지는 파노라마는 이내 땀을 멎게 해준다. 발 아래만 보고 얼마나 페달질을 했을까? 난데없이 짠하고 눈이 휘둥그레지는 경관이 펼쳐진다.

 

바로, 맹동산 풍력발전단지다. 어마어마하다. 무려 86개의 바람개비가 세차게 몸짓을 한다. 국내 최대의 풍력단지다. 끝이 안보인다. 거대한 몸체위로 휘이익 휘이익하고 웅장하다 못해 공포스런 프로펠러들이 맹동산 위로 흐르는 바람따라 굉음을 내고있다. 자전거는 끝간데없이 펼쳐진 광활한 풍력단지 바람개비 사이를 신나게 달린다. 달려도 끝이없다. 계속되는 업다운이다.

 

 

하지만, 좋은 경치도 시원한 바람도 이젠 노땡큐다. 물도 똑 떨어졌다. 눈앞도 아른댄다. 그만 바람개비 숲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방향과 거리가 가늠이 안된다. 바람속의 미아가 된다. 용케 빠져나와 가파른 내리막을 질주하여 송하계곡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송하계곡은 낙동강 정맥로와 맞닿아있다.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첩첩 계곡이다. 맹동산 끄트머리에서 송하마을을 찾아가는 낙동강 정맥로는 말 그대로 원시림이다. 대낮에도 어둑한 숲속이다. 얕은 공포감마져 엄습한다. 두메산골의 진수를 말해준다.

 

이윽고, 시원스런 내리막을 달려 땀이 마를 즈음이면 죽파리 마을회관에 당도한다. 마을 초입의 거대한 정자에서 자작나무숲까지는 약4.2Km, 족히 1시간 가까이는 걸어야 하지만 자전거는 호강한다. 흥얼대며 숲길을 달리노라면 어느새 흰백색의 나라에 도착한다. 두들마을에서 시작된 바람은 삼의계곡의 골바람을 거쳐 맹동산에서 거칠어졌다. 송하계곡에서 잠시 숨고르기를 한 후 이곳 죽파리에서 잠잠해진다. 영양의 바람길은 평화다.

 

 

◆길 셋, 끝장 계곡의 길 90Km

 

수비면-영양 반딧불이 천문대-수하계곡-왕피천계곡-울진 불영계곡-통고산 임도-성류굴-매화천

숨이 턱턱 막히는 한여름에도 '수비'의 아침녘은 스산하다. 우리나라에서 밤하늘이 가장 아름다운 동네다. 수비에서 계곡과 산은 여러 갈래로 뻗어져 있다. 영양 계곡 라이딩은 마을앞 지주목에서 시작한다. 울진까지 4개의 계곡을 거친다. 수비중학교를 막 지나 수하계곡쪽을 향해서 시원스레 달린다.

 

자전거는 거칠게없다. 약 십여키로 달리면 반딧불이 천문대앞 넓은 야생공원을 만난다. 밤이 되면 다른 세계를 연출하는 곳이다. 수하계곡은 얕지만 맑고 길다. 이내 왕피천계곡 보호 검문소를 지난다. 약 40여명의 자전거 군단은 마치 검열받듯 한줄로 쭉 서서 검문소를 지난다. 보호해야 할 자연에 기꺼이 동참한다.

 

 

수하1,2다리를 지나고, 한참을 달리면 "길없음" 안내판이 나온다. 곧장가면 울진인데 길이 끊어진것이다. 바로 '오무마을'이다. 마을을 한바퀴 돈다. 동네 주민은 자전거 부대가 이렇게 많이 온것은 처음이라 한다. 이제는 울진방향의 표지판을 보고 달린다. 왕피천 계곡이다. 왕피천 계곡은 영양과 울진 사이에 넓게 흐르는 계곡이라 딱히 경계석은 없다.

 

우리나라 최고의 청정계곡이라 불린다. 현재,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자는 분위기가 물씬하다. 고불고불한 계곡길, 마을길을 약20여키로 달리면 울진 푯말이 선명하다. 여기서 자전거는 두팀으로 나뉜다. 한팀은 옛 불영계곡길로 또 한팀은 통고산 산길로 가기로 한다. "통고산 산길은 조금 빡세요!" 누군가 소리쳤지만 대부분의 무리는 "기왕 온거 땀 좀 더 흘리자"한다.

 

하지만, 얼마 못가서 연신 SOS가 빗발친다. 임도길로 향한 몇몇이 포기하고 내려온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추억이다. 본격적인 불영계곡 옛길 라이딩이 이어진다. 길은 봉화 분천역에서 울진항까지 향하는 약 30여Km의 장대하고 깊은 계곡길이다. 금강송길로 방향을 틀수도 있고 천축산 자락에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불영사도 만날수도 있다.

 

계곡길은 신바람 난다. 계속되는 내리막이다. 자전거 시속 50Km도 가능하다. 그동안 흘린 땀의 보상을 충분히 받는다. 이윽고, 울진 바다앞 왕피천 공원이 보이면 성류굴쪽으로 방향을 튼다. 구산리 방향으로 나아가면 잔잔한 왕피천 계곡의 하류를 만난다. 매화천변에서 자전거는 멈춘다. 계곡속에 담궈둔 시원한 수박을 베어무니 마침내 계곡 라이딩의 정점을 찍는듯 하다. 파노라마 처럼 각기 다른 색깔을 지닌 계곡은 무지개빛 추억을 가득 주었다.

 

 

◆ 길 넷, 백암온천 힐클라이밍 대회길 40Km

 

백암온천-백암산-금장산-구주령-백암온천

 

힐클라이밍 대회는, 울진 백암온천에서 영양 수비면 방향으로 구주령 왕복 약40키로 정도를 달린다. 4회째이다. 작년에는 코로나로 건너 뛰었다. 550m인 백두대간 구주령에는 두개의 스토리가 얽혀져 내려온다. 구주령에서 객사한 슬픈 옥녀의 이야기는 훗날 득남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왔다.

 

옛적 울진에서 잡은 고등어를 구주령이 위치한 금장산(849m)을 넘을쯤 이면 상해버려 부득이 소금으로 절여서 안동까지 전했는데 그 맛이 일품이라 훗날 안동 간고등어의 유래가 비롯되었다고 전해진다. 이래저래 아홉개의 구슬의 꿴 마냥 구불구불한 구주령을 왕복하는 힐 클라이밍 대회는 여러 라이더들에게 도전 해볼만 한 짧고 강한 인상을 줄수있는 대회 코스다.

 

영양을 찾아가는 길이 더디고 힘든것은 오히려 복이다. 느림의 행운이다. 청정의 자연을 머금은 산과 강, 나무와 반딧불! 영양은 진정한 대한민국 재발견의 일번지다.

 

글·사진 김동영 여행스케치 대표

 

특집부 weekl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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