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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 창원 경찰, 술 마신 시민에 “지구대 주차장서 차 빼라”

경찰 유도로 음주운전 적발된 40대… 2심서 '무죄'
1심 “음주 의심돼 측정한 것 인정”
2심 “음주사실 알았다… 증거수집 위법”

경찰 지구대 주차장에서 경찰의 요구로 차를 빼다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재판을 받게 된 40대 남성이 1심 벌금형을 뒤집고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창원지방법원 3-1형사부(장재용 윤성열 김기풍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은 A(45)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경찰관 요구로 차 빼고 기소돼 1심 벌금형= A씨는 지난 2019년 11월 2일 오전 8시 30분께 창원시 의창구 명곡지구대 주차장에서 도로까지 약 10m 거리를 혈중알코올농도 0.059%의 주취 상태에서 운전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약식기소됐으나 이에 불복, 정식 재판을 청구해 지난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사건 발생 전날 저녁 지구대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은 뒤 맞은편 인근 식당에서 술을 마시고 인근 숙박업소에서 머물렀다. 다음 날 오전 7시께부터 지구대 소속 야간 당직 경찰관은 A씨에게 차량을 이동해 달라는 연락을 수차례 했고, A씨는 술을 마셔 당장 운전할 수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다른 지구대 경찰관들로부터도 계속 연락을 받은 A씨는 직접 차를 빨리 뺄 것을 요구받고선 지구대로 와 차량을 약 10m 정도 움직였고, 이때 다른 경찰관이 지구대에서 나와 소지하고 있던 음주감지기로 A씨 음주여부를 확인했다.

 

A씨는 음주운전을 할 의도가 없었는데다 경찰관이 자신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 차량을 운전하게 한 점, 단속 경찰관이 A씨가 차량을 운전하자마자 미리 소지하고 있던 음주측정기를 가지고 음주측정을 한 점 등을 근거로 자신에 대한 음주단속은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A씨의 운전이 유죄라고 판단하고 경찰의 손을 들어줬다. A씨가 차량을 운전한 이후에 음주사실이 의심돼 음주측정을 한 것이 인정된다는 게 1심의 판단이었다.

 

1심 재판부는 “경찰관의 음주단속을 위법한 함정수사로 보기 어렵고, 피고인의 음주운전이 긴급피난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경찰관이 A씨에게 대리운전 등의 대안을 제시하면서 차량 이동을 안내했으나 A씨가 경찰관의 거듭된 재촉을 받고 운전을 한 점과 운전 거리가 아주 짧은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2심 “경찰이 음주상태 알았다… 증거수집 ‘위법’”= 2심 법원은 음주단속이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한다고 보지는 않으면서도, 지구대 경찰관이 A씨의 음주상태를 운전대를 잡기 전 알고 있었으면서도 방치한 점을 인정해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또 경찰이 음주측정에서부터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까지 수집한 증거가 증거능력이 없다고 본 것도 무죄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A씨는 일관되게 경찰관들이 자신의 음주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자신에게 운전을 요구했고, 운전을 시작한 후 곧바로 음주단속이 됐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며 “음주 단속하던 모습이 담긴 지구대 CCTV 영상을 보면, A씨가 차량을 후진한 지 불과 몇 초 지나지 않아 경찰관이 지구대 건물에서 나와 A씨의 차량으로 다가가 A씨와 대화한 후 음주감지를 하는 모습과 그 직후 다른 경찰관은 순찰차에서 내려 지구대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모습은 음주단속 이전에 이미 경찰관들이 A씨의 음주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A씨의 진술에 부합하는 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경찰관들은 적어도 A씨가 운전을 하기 전에는 A씨가 음주상태였다는 점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며 “충분히 사전에 범죄행위를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그대로 이를 방치해 범죄행위에 나아가도록 한 직후 수사를 개시하는 것은 적법절차 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12조, 수사의 상당성과 비례성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제199조나 경찰관직무집행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서 적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검찰은 항소심 결과에 불복해 지난 31일 상고하면서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