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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태종대 지하벙커’ 들어가 보니 일본군 탄약고·내무반 그대로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다가 올 1월 정확한 위치가 확인된 ‘태종대 지하벙커’(부산일보 2월 7일 자 1면 등 보도)의 내부가 발견 7개월 만에 공개됐다.

 

부산시설공단과 영도구청은 19일 오전 영도구 태종대 내 일제강점기 지하벙커로 추정되는 시설의 막힌 입구를 뚫고 내부를 확인했다. 앞서 관할기관은 문화재보호구역인 태종대 내에서 이번 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문화재청의 현상 변경 허가 절차를 밟아왔다.

 

부산일보 보도 6개월 만에 공개

1940년대 연합군 방어용 조성

한국인 인부 학살 등 조사 필요

 

수십 년 만에 확인된 태종대 지하벙커의 내부 공간은 높이 3.5m 길이 17m로, 약 30평 규모였다. 중앙 통로를 따라 5개의 독립된 공간으로 나눠져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좌우로 방 2개, 안쪽으로 방 3개가 있는 구조다.

 

가장 안쪽 공간의 벽에는 나무 선반을 고정했던 흔적과 환기시설로 보이는 구조가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이 공간을 일본군 내무반으로 추정했다. 동행한 부경근대사료연구소 김한근 소장은 “폭격에 대비해 굉장히 견고하게 만들었다”며 “2개 분대 20명 정도의 군인이 머물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무반과 맞붙은 작은 공간은 장교 숙소로 추정됐다.

 

전문가들은 태종대 지하벙커에 ‘고정식 포’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했다. 내무반 바깥 왼쪽 방엔 콘크리트로 만든 견고한 터가 확인됐다. 반면 ‘이동식 포’를 옮기는 용도인 바닥 레일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김 소장은 “이 공간에 고정식 포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고, 입구 가까이에 있는 방들은 탄약고로 썼을 것”이라며 “내부 보존 상태가 굉장히 좋기 때문에 제대로 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당초 이 지하벙커는 1940년대 일본군이 부산항으로 들어오는 연합군을 막기 위해 조성한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태종대 일대에 포진지 관련 여러 시설들을 조성할 당시 한국인이 강제 동원됐고, 공사가 끝난 뒤 인부들을 집단학살했다는 증언도 나와 태종대 전체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부산시설공단 태종대유원지사업소 방준호 소장은 “일제강점기 군사시설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관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시·구청과 협의해 많은 시민에게 ‘아픈 역사’가 알려질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현장 조사가 끝난 뒤 태종대 지하벙커 입구에는 별도의 개폐시설이 설치됐다.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