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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코로나·폭염에 지친 여름 여수 갯장어로 원기 ‘Get’

‘여수10미(味)’ 중 하나 갯장어
회·샤부샤부·소금·된장구이 ‘무한 변신’
장어에 비해 부드럽고 가시 많아
기름기 적고 포만감 가득

 

‘1000만 관광도시’ 여수는 갈 곳이 참 많다.

일출이 일품인 향일암과 금오도 비렁길, 해상케이블카, 오동도, 하화도 꽃섬길, 백리섬섬길 등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느덧 해지는 줄도 모른다. 뙤약볕에 지친 몸과 마음을 충전할 때, 여수 대표 보양식 갯장어의 진가가 드러난다. 여수 여행자들이 마무리 일정으로 갯장어집을 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름 원기회복에는 갯장어 요리만한 게 없다.

갯장어는 게장백반, 돌산갓김치, 갈치조림, 굴구이, 새조개 샤부샤부, 서대회, 장어탕, 전어회·구이, 군평선이(딱돔) 등과 함께 ‘여수10미(味)’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입에서 살살 녹는 부드러운 갯장어회와 끓는 물에 살짝 데쳐먹는 갯장어 샤부샤부로 먹을 수 있다.


샤부샤부 외에도 물회, 소금구이, 된장 통구이, 고추장 양념구이 등으로 다양하게 변신한다. 민물장어에 비해 기름기가 적고 포만감이 있어 다이어트 식품으로 손색이 없다.

속살이 뽀얀 갯장어는 단백질이 많이 함유돼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건강식으로 꼽힌다.

단백질 성분인 글루탐산이 풍부해 독특한 향이 나고 기력회복에 으뜸이다. 고도불포화지방산(DHA)과 콘드로이틴 성분은 혈전과 관절염 예방에 효험이 있다.

갯장어는 참장어와 붕장어가 있는데 샤부샤부를 해서 먹는 갯장어, 이른바 ‘하모’ 는 참장어이다. 남해안 청정해역에서 4월 중순부터 10월 하순까지 영양분을 충분히 축적해 가장 맛이 좋다. 주낙을 놓아 5월부터 11월에 많이 잡는다.

 

 

 

 

갯장어는 ‘동의보감’에 ‘해만’, ‘자산어보’에는 ‘견아려’라고 기록됐다. 전라도에서는 참장어, 경남지방에서는 바닷장어, 뱀장어라는 이름을 지녔다. 무엇이든 잘 무는 습성 때문에 일본에서는 하모(Hamo)라 부른다. 생김새는 장어와 비슷하지만 장어에 비해 부드러우면서 잔가시가 많다.

남쪽 해역 특성 덕분에 여수 갯장어는 전국 팔도에서 찾는 명물이 됐다.

남해안은 서해안에 비해 수심이 깊고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갯장어 특유의 육질을 만들어낸다.

거센 조류 속에서 헤엄치다 보니 갯장어가 도마 위에 올라도 팔딱팔딱 뛰며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여수토박이’ 한남일(57) 여수수협 경제상무는 갯장어가 대중화된 지는 10년 안팎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1990년대까지는 갯장어 어획량의 대부분을 일본에 수출했지만 이후 국내 수요가 급증하면서 내수가 수출을 역전한 것이다.

여수수협의 갯장어 위판액은 지난해 38억9400만원에 달했다. 6월(10억원)을 시작으로 7월(13억원), 8월(9억6000만원) 등 여름철 물량이 전체의 85%를 차지한다. 여수수협에 위탁 판매하는 어선은 50척 안팎이다.

 

 

 

올해 갯장어는 1㎏당 7000원 가량에 위판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시중 ㎏당 1만원에 갯장어를 접하고 있다.

예년 위판가(㎏당 4만~5만원)에 비해서는 많이 내려간 상태다. 해마다 수온이 올라가고 어족자원은 고갈되면서 갯장어 생산량은 예전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여수 갯장어는 ‘식도락가의 천국’ 봉산동과 ‘하모의 섬’ 경도에서 오감으로 즐길 수 있다.

여수수협 공판장이 있는 봉산동에는 오랜 내공을 쌓은 갯장어 횟집들이 늘어서 있다. 국동항에서 배로 10분마다 오갈 수 있는 경도에서는 여수 밤바다와 함께 갯장어의 깊은 맛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남산공원 너머 돌산대교 가는 어귀에는 남산동 당머리참장어거리도 있다. 국동과 신월동에서도 진짜배기 갯장어 맛집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여수=김창화 기자 chkim@kwangju.co.kr



⋆샤부샤부 맛있게 먹는 법

5초만 데친 ‘새하얀 꽃’⋯갖은 채소와 한 입에 쏙

색깔이 검고 씨알 굵을수록 육질 좋아⋯회는 오래 씹을수록 고소한 맛 배어나

‘5초.’ 투명한 갯장어 살코기가 끓는 물에서 새하얀 꽃으로 피어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끓여서 우려낸 육수에 얇게 저민 갯장어를 데쳐 갖은 야채와 곁들여 먹는 샤부샤부는 여름철 최고 보양식이다.

갯장어의 ‘육질’과 ‘정교한 칼질’, ‘5초의 기다림’ 3박자가 어우러져야 갯장어의 값어치를 실감할 수 있다.

수산물 경매 25년 경력의 최삼현(54) 여수수협 경매팀장은 최고의 갯장어를 경험하려면 갯장어를 고르는 것부터 중요하다고 귀띔한다.

갯장어는 색깔이 검고 씨알이 굵을수록 육질이 좋다.

육안으로 감별하기 힘들다면 어항 속에서 가장 팔딱팔딱 뛰는 녀석을 고르면 된다.

시중에서 회나 샤부샤부로 즐기는 갯장어는 40~60㎝ 정도 길이다. 생태계 보호를 위해 여수 어민들은 40㎝ 미만 길이가 잡히면 곧바로 놓아주고 있다.

길이 1m가 넘는 갯장어는 대(大)자로 분리해 한약 재료로 쓴다. 1m 이상은 100마리 중 한 마리도 잡기 힘든 귀한 몸이다. 수심 200m 이상 여수 깊은 바다에서 잡히며, 한 마리당 20만원을 호가한다.

최 팀장은 10년 전까지만 해도 이 같은 대어를 수없이 봤다고 말했다.

“연안은 잘고 심해는 큰 갯장어가 잡힌다는 게 통설이죠. 25년 동안 수협 공판장 경매일을 하면서 1m50㎝ 넘는 갯장어를 보기도 했어요. 온 국민이 힘이 차고 넘치는 갯장어를 즐기면서 코로나19를 이겨내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살이 단단한 갯장어 회는 오래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배어난다. 잔가시가 많지만 전문가의 손길을 거치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갯장어로 거듭난다. 갯장어 큰 뼈를 바르고 잔가시 반대 방향으로 어슷 썰면 독특한 식감을 자아낸다. 갯장어 손질에 정통한 기술자로 거듭나려면 3~4년 동안 부단한 훈련을 거쳐야 한다.

갯장어 샤부샤부는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 장어를 좋아하지 않았더라도 한 번 맛을 보면 매력에 빠져들기 마련이다.

갯장어 샤부샤부는 각자 식성에 맞게 곁들여 먹는 재미가 있다. 장어 뼈로 맛을 낸 육수에 갯장어를 앞뒤로 살짝 데쳐 싱싱한 양파 위에 얹어 먹으면 저절로 힘이 난다. 데친 부추나 미나리, 팽이버섯도 갯장어의 좋은 친구가 된다. 요즘 여수 시민들은 갯장어를 품은 깻잎의 은은한 향에 매료돼 있다고 한다.

살에 촘촘히 칼집을 넣어 잔가시와 함께 된장이나 고추냉이에 찍어 먹어도 풍미가 일품이다.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