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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백신 맞고 인기폭발 광안리 펭수, 일등공신은 열혈 공무원

 

 

"펭수 반창고 누구 생각이야? 진짜 귀엽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광안리 해수욕장에 EBS 크리에이터 ‘펭수’ 조형물이 설치된다는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지난해와 같은 모습의 펭수 조형물이지만, 올해는 특히 팔에 붙어있는 반창고가 눈에 띄었다. 올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펭수'도 백신을 맞았다는 의미이다. 게다가 지난해까지 쓰고 있었던 마스크도 벗었다. 전 국민이 코로나 예방 접종을 마친 후 마스크를 벗고 마음껏 일상을 즐기는 날을 기대하는 의미로 백신을 맞은 펭수가 팔에 반창고를 붙인 모습으로 환하게 방문객을 반기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었던 '펭수' 조형물에 '반창고'는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놀랍게도 '반창고'라는 화룡점정은 저작권자인 EBS가 아닌 부산 수영구청 백영미 주무관의 아이디어다. 백 주무관은 제작부터 설치까지 2억 원가량이 들어간 '펭수' 조형물을 올해 최대한 재활용하면서도 적은 예산으로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했다. 바른말을 거침없이 내뱉는 펭수의 캐릭터를 고려했을 때 올해 가장 펭수가 사람들에게 하고싶은 말은 무엇일까. 백 주무관은 바로 '백신접종에 따른 일상으로의 복귀'를 떠올렸다. 아이를 키우는 백 주무관은 소아과에서 예방접종을 마치면 아이들 팔에 반창고를 붙여준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백 주무관이 가장 신경 썼던 건 '공무원들이 하는 일이 그렇지 뭐'라는 고정관념이었다. 백 주무관은 "동그란 모양의 반창고, '접종완료'라고 쓰인 반창고 등등 많은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엑스 자(X) 모양의 반창고가 가장 직관적인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기존의 조형물에 반창고만 붙이면 되니 예산도 매우 적게 들었다.

 

공무원이 한 일 답지 않은 '참신한' 아이디어라는 호평이 쏟아졌다. 관련 온라인 기사 댓글에는 '반창고라니 정말 참신하다', '펭수가 시킨 대로 백신 꼭 맞아야겠다', '이 아이디어 낸 사람한테 상 줘라' 등의 반응이 나왔다. 백 주무관은 "반창고 아이디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뿐만 아니라 팀원 모두가 함께 생각한 것"이라며 "같이 고생해서 만들어 낸 결과"라고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백 주무관을 비롯해 펭수 프로젝트를 담당한 수영구청 문화관광과 직원들에게 펭수는 그야말로 자식 같은 존재다. 직원들은 올해 처음 바다 위에 띄운 ‘SUP 타는 펭수' 공기조형물에 반창고를 붙이기 위해 직접 바지선을 타고 울렁이는 바다 위에서 직접 바느질을 하기도 했다. 백 주무관은 "업체한테 문의하니 워낙 일이 많아서 부산까지 내려오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하더라"며 "직접 계장님이랑 같이 배를 타고 가서 공업용 바늘로 반창고를 붙였는데 울렁울렁 거려서 힘들었다"고 웃으며 일화를 전했다.

 

'백신 맞고 마스크를 벗은 펭수'에게 쏟아지는 관심을 방증하듯, 다소 엉뚱하거나 진지한 질문들이 나오기도 했다. '펭수는 화이자 맞았냐, 아스트라제네카(AZ) 맞았나', '백신 접종을 장려하다니 정치적으로 편향된 것 아니냐', '어떻게 사람도 아닌 펭귄이 백신을 맞냐' 등의 반응이다. 백 주무관은 이러한 반응들 때문에 한 동안 기사 댓글을 보지 않았다고 전했다. 백 주무관은 "워낙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다 보니 이런 질문들도 관심의 한 표현이라고 생각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절대로 정치적인 의도나 방역 질서를 교란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씁쓸하게 웃기도 했다.

 

다만, 백 주무관은 방문객들이 귀여운 펭수를 보면서도 펭수가 전하는 메시지에 집중해 주길 바랬다. 백 주무관은 "펭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우려됐던 부분이 펭수 때문에 오히려 사람이 몰려 거리두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며 "그렇기 때문에 펭수를 통해 오히려 백신 접종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독려해 전 국민이 한시라도 빨리 일상으로 복귀하고자 하는 희망을 담았다는 점을 알아주시면 정말 감사드리겠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