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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붕괴 위험 건물 방치했다 ‘날벼락’ … 9명 사망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공사 현장 5층 건물 붕괴 9명 사망 8명 중상
버스 승강장 옮기지 않고 시민 차도 통행 등 불안 상존…안전관리 엉망
매몰 2시간만에 8명 구조…작업 중이던 2명은 위험 징후에 빠져나와
주민들 “안전 조치 없이 쌓아둔 건물 뒤 흙더미 무너지며 참변” 지적도

 

광주시 동구 학동 재개발 공사 현장에서 건물이 붕괴돼 승객을 승·하차시키던 버스를 덮쳤다. 현장 주변 주민들은 재개발·철거 공사로 사고 위험이 높은데도 건물 앞의 버스 승강장을 옮기지 않고 그대로 방치해놓는가 하면, 공사 현장을 피해 차도로 이동하는 시민들의 불편이 심각했는데도 적절한 안전 관리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내버스 덮쳐…9명 사망·8명 구조= 9일 오후 4시 20분께 광주시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지역 건설 현장에서 철거 중이던 5층짜리 건물(연면적 1592㎡)이 붕괴되면서 승·하차를 위해 정차중인 운림 54번 시내버스를 덮쳤다. 이날 사고로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중 이날 오후 8시 현재, 여성 7명과 남성 2명 등 9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펌프카·고가사다리·구조·구급차 등 55대의 장비와 141명의 구조 인력을 현장에 투입, 매몰 2시간여만에 A(여·76)씨 등 버스 탑승객 8명을 구조했다. 이들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며 현재 중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은 애초 12명 탑승했던 것으로 추정했지만 갈수록 탑승자가 늘면서 구조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출·퇴근 시간이었다면 끔찍”=사고 당시 건물 주변은 오후라 이동하는 시민들이 많지 않았다. 주민들은 이 때문에 만약 출·퇴근 시간이었다면 피해가 컸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주민 윤모(54)씨는 “평소에도 버스를 기다리면서 승강장 뒤에 세워진 공사 가림막으로 늘 불안했다”면서 “길 건너편에 고등학교가 있어 등·하교나 출·퇴근 시간이었다면 생각만해도 끔찍하다”고 말했다.

붕괴된 5층 규모의 건물(연면적 1592㎡)에는 당시 철거 공사를 위해 2명의 작업자가 포크레인을 동원, 건물 내부에 머무르고 있었으며 외부에도 공사장 접근을 제한할 인원 2명이 배치돼 있었다는 게 소방당국 설명이다. 이들은 철거 공사 중 건물에서 소리가 나는 등 위험 징후를 파악하고 밖으로 빠져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현장 인근 CCTV 등을 분석, 작업자들이 승강장으로 들어오는 버스의 접근을 통제하는 등 안전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했는지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경찰·소방당국, “붕괴 원인 파악 중”=인근에 있던 목격자 유필숙(여·57)씨는 “지진이 나는 것처럼 ‘우르르’하고 땅이 울리면서 건물이 폭삭 무너져 내렸다”고 말했다. 일단, 철거 과정에서 건물이 무너져 내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갑작스레 건물이 무너져 정확한 붕괴 원인은 아직 알 수 없다”면서 현장 수습이 이뤄지는대로 10일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함께 붕괴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합동 현장 감식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현장 인근 주민들은 재개발을 위해 3~4일 전부터 건물 뒤에 쌓아놓은 흙더미가 건물쪽으로 기울면서 무게를 견디지 못한 건물이 도로 쪽으로 쏠려 사고가 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인근 건물 상가에 입주한 주민은 “포크레인이 며칠 전부터 쌓아놓은 흙더미 위에 올라가 작업하는 장면을 봤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토사를 쌓아두는 과정에서 별다른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소극적인 안전 행정이 낳은 인재(人災)라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은 전담팀을 꾸리고 철거 현장 관계자 등 5명을 불러 사건 경위를 파악하는 한편, 현장 내 재개발 공사를 위해 쌓아놓은 토사 안전 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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