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45초에 4번씩
35km 떨어진 바다까지 불빛 비춰
건립 당시 '등명기' 현재까지 사용
렌즈 직경만 무려 1m '웅장'
전망대 경관 '속초 8경' 중 제1경 꼽혀
인생의 망망대해 바라보는 듯…마음이 '출렁'
뒤돌아서면 설악산이 흘러 들어와 황홀
“섬과 섬 사이에도
등대가 있고
등대 없는 섬은 사람보다 외롭다.”
-김춘추의 시 '등대' 중에서.
코로나19라는 괴물(?)로 인해 섬과 섬 사이에서 외로움을 달래줄 등대 같은 존재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없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방에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나는 봄을 맞이하고도 편하게 마스크를 벗고 꽃향기를 제대로 맡아 보기 힘든 요즘, 등대에 올라 망망대해(茫茫大海)를 바라보며 등대를,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1957년 처음 불을 밝힌 '속초등대'는 매일 밤 45초에 4번씩 35㎞ 떨어진 바다까지 불빛을 비추며 뱃길을 안내해 주고 있다. 또 안개가 끼거나 폭우가 쏟아질 때에는 45초에 한 번씩 소리를 울려 동해안을 항해하는 선박의 안전을 지켜주고 있다.
등대 불을 밝히는 등명기는 속초등대 건립 당시부터 설치돼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는데, 렌즈 직경만 무려 1m에 달할 정도로 웅장한 크기를 자랑한다. 특히 이 등명기는 도르래로 감아올린 추의 무게를 이용해 회전하는 전통방식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어 역사적, 기술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속초등대는 올 2월 해양수산부의 '이달의 등대'로 선정되기도 했다. 속초등대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일출과 주변 경관은 '속초 8경' 중 제1경으로 손꼽힐 정도로 매우 아름답다.
속초등대로 가는 길은 영랑해변의 등대전망대주차장에서 철재계단을 이용하는 방법과 동명항 인근에 있는 영금정로 공영주차장에서 등대옛길을 통해 가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영랑해변 쪽 철재계단은 경사가 무척 심하고, 옛길은 마을 안길로 이어져 있는 데다 경사가 완만해 산책하듯 걸을 수 있어 나름의 운치가 있다.
공영주차장에서 1분 정도 큰 도로를 따라 걸으면 오른쪽에 건어물 할인마트~복권판매점 사이로 난 길이 있다. 이 길로 접어들어 좀 더 올라가면 '속초등대'라는 한자 명패가 새겨진 콘크리트 기둥과 함께 계단이 나타난다. 계단 오른쪽으로는 대숲이 우거져 있어 바람 부는 날에는 '바람이 전하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
옛길을 좀 걷다 보면 새롭게 붉은 보도블록으로 단장한 길을 만날 수 있다. 90여m에 이르는 구간은 젊은층이 선호하는 마을 골목투어 등 트렌드를 최대한 반영해 진행한 벽화사업의 결과물들이 포토존이 되고 있다.
속초등대 전망대에 서면 바로 앞은 동해 바다이고 뒤로 돌아서면 태백산맥에서 갈라진 설악산이 등대를 향해 흘러 들어온다. 등대 전망대는 포토존 역할을 하면서 설악동 비선대, 울산바위, 미시령과 속초시내 전경, 동해를 한눈에 바라다볼 수 있는 명소다. 전망대에서 떠오르는 동해 햇무리와 함께 그물 털러 오가는 어선들의 생동감 넘치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등탑 전망대까지 올라가면 더 좋은 풍경을 감상할 수 있으나 코로나19 관계로 요즘엔 개방하지 않아 아쉽다.
“속초 바다를 한눈에 담고 싶다면 속초등대에 올라보세요.”
속초=정익기기자 igjung@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