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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 코로나·한파 겹쳐 ‘잔뜩 움츠린 경남’

연일 추위에 도내 번화가 한산
소방서, 긴급출동 속출에 긴장
창원·김해 아침기온 -14℃ 기록

“예전엔 ‘삼한사온’이라 했는데 요즘은 ‘칠한’ 같네요. 일주일 내내 이렇게 춥기만 해서야 원….”

 

창원지역의 수은주가 영하 14도까지 떨어져 1973년 기상관측 이래 최저기온을 기록한 지난 9일 오전 9시. 영업을 시작하기 위해 문을 열던 창원시 의창구의 한 세탁소 주인 권모(68)씨는 꽁꽁 언 몸을 녹이려 난로를 틀며 “이런 추위는 처음이다”고 연신 말했다.

 

연일 매섭게 몰아친 북극발 한파 영향으로 창원을 비롯한 도내 전역 관광지와 번화가는 한산했다. 코로나19로 잔뜩 위축된 상황에서 추위까지 겹쳐 몸과 마음을 더욱 얼어붙게 만든 모습이다. 소방당국도 강추위에 따른 대형 사고 등을 우려해 긴장을 풀지 못했다.

 

◇극강 한파에도 출동태세 ‘이상무’= “화재 출동! 화재 출동! 화재 출동!”

 

지난 8일 오후 1시 53분께 창원시 의창구 북면 119안전센터. 한 차례 출동을 마치고 센터로 돌아온 뒤 현장 상황을 기자에게 설명하던 정삼훈 북면119안전센터장과 대원들이 사이렌 소리에 프린터에서 출력된 출동지령서를 낚아채고 부리나케 뛰쳐나갔다. 정 센터장과 대원들이 차에 올라타 출동태세를 갖추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20초, 5㎞가량 떨어진 신고장소까지 가는데 걸린 시간은 단 3분이었다.

 

 

이날 출동은 의창구의 한 병원에서 화재감지기가 작동한 데 따른 것이다.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병원과 학교 등 밀집시설은 화재 경보를 알리는 비상벨이 울릴 경우 화재 경보가 자동으로 소방서 상황실로 접수되고, 같은 시각 상황실 신고접수 시스템에는 주소가 자동으로 고지되는 자동화재속보설비가 설치돼 있다.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혹시 모를 화재 요인이 있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20여분 뒤 철수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맹추위가 본격 시작된 올 초부터 북면119안전센터를 비롯한 각 센터에는 각종 한파 출동이 잇따랐다.

 

김승기 북면119안전센터 1팀장은 “갑자기 추워진 날씨와 눈 탓에 빙판길 교통사고와 낙상사고 출동이 많아 대원들이 엉덩이 붙일 시간이 없는 날도 많다”며 “한파 속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방호복까지 갖춰 입고 출동하는 것은 물론 환자가 열이 날 경우 병원에서 받지 않는 경우가 허다해 병원 곳곳을 돌며 많은 고생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10일 경남도에 따르면 이번 한파로 경남지역에는 지난 7일 이후 67건의 계량기 동파가 발생했으며, 밀양에서는 깻잎 수막시설하우스 1동(900㎡)이 동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또 배출가스 등급이 높은 노후 경유차의 부동액 동파 등 고장 신고도 잇따라 긴급출동도 속출했다.

 

 

 

◇번화가 한산= 한파 영향으로 8~10일 둘러본 창원 상남동, 중앙동, 용호동, 대방동 등 번화가는 대체로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두꺼운 외투와 목도리 등 방한용품을 단단히 착용하고 거리로 나온 시민들도 추위를 피해 종종걸음으로 귀가를 재촉했다.

 

 

평소 많은 시민이 나와 산책을 즐기던 창원시 의창구 용지호수와 용지문화공원, 창원대 안 청운지(기숙사 앞 호수) 등에서도 지난 8일과 9일 양일간 영하권 강추위에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반면 꽁꽁 얼어붙은 동네 하천과 도랑은 스케이트장으로 변신해 어린이들의 놀이터가 됐다. 8일과 9일 낮 창원천과 토월천, 산호천, 함안 광려천 등에는 아빠와 엄마 손을 잡고 나온 어린이들이 잠시나마 집을 벗어나 함박웃음을 지으며 뛰어노는 등 즐거운 시간을 만끽하는 모습도 관찰됐다.

 

하나로마트 남창원점에서 만난 장모(31·여·창원시 성산구 남양동)씨는 “창원에 코로나19 확진자도 지속적으로 나오는데다 날씨도 너무 추워서 집이 최고라고 생각한다”며 “꼭 필요한 생필품 구매 때문에 잠깐 외출하고 줄곧 집에만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기상 관측 이래 최저기온… 기온 변동폭 커= 부산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8일 아침 최저기온은 창원 영하 14도, 김해 영하 13.9도, 산청 영하 14.4도, 의령 영하 16.3도, 함양 영하15.9도까지 곤두박질쳤다. 특히 창원과 김해는 관측 기준시점인 1973년 이후 가장 낮은 기온을 기록했으며, 산청, 의령, 함양은 기상 관측 아래 두 번째로 낮은 기온을 보였다.

 

 

기상청은 당분간 강추위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기상청의 지난 9일 중기예보와 1개월 전망에 따르면 경남은 오는12일까지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기온이 낮겠다. 또 대륙고기압과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이달 말까지 기온의 변동폭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지방기상청은 “선별진료소 등 야외업무 종사자, 노약자 등은 면역력 저하와 한랭질환 등 건강관리에 각별히 주의하기 바란다”며 “수도관 동파, 비닐하우스와 양식장 냉해 등 시설물과 농작물 피해가 우려되니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