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에 가면 옛날옛적 삼국시대부터 불렸던 '그리운 임이 사는 곳 임실(任實)'이 있다. 조상 대대로 척박한 농토를 일궈 풀칠로 연명하던 곳인데, 요즘 이곳에서 생산되는 '치즈'라는 서양 음식 하나가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59년 전인 1964년, 파란 눈동자의 서양인 신부가 임실지역 주민들의 '구세주'로 나타나면서 '부촌'으로 변모했다. 산양 2마리로 시작됐던 '임실 치즈'의 파란만장한 60년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됐고 '치즈'하면 임실이라는 브랜드 명사가 창출된 것이다. 벨기에 출신 지정환 신부, 한국 농촌지역에 희망 심어 이탈리아·프랑스 등 지인에게 기술 배우고 산업 발전 전국 27개 가맹·판매점 운영… 최근엔 해외수출 쾌거 유럽풍 경관 '테마파크'… 매년 10월 흥겨운 페스티벌 ■천사로 다가온 지정환 신부 우리나라가 낙농업을 시작한 해는 1962년 홀스타인 젖소를 도입하면서다. 이듬해에는 초지법과 낙농진흥법이 제정되면서 낙농가들이 구성, 원유생산에 그치는 1차산업 양상을 보였다. 임실에서는 벨기에 출신 지정환(디디에 세스 밴테스) 주임신부가 임실성당에 부임하면서 치즈산업의 시초를 열었다. 지 신부는 처음엔 값비싼 젖소를 구입할 수 없어 자신이 직접 산양
흙바닥 파닥대던 녀석 귀한 대접 '가문의 영광' 다시 태어나다 태생은 '흙'… 맛을 알면 재벌집 막내아들급 대우 토하(土蝦)는 말그대로 흙새우다. 1급수의 청정 민물에서 다 자라봐야 3㎝ 정도인 갈색의 이 새우는 주로 젓을 담가 먹는다. 우선 토하를 잘게 다진 후 천일염으로 염장한다. 숙성과정을 거친 뒤 고춧가루·마늘·생강 등 갖은 양념에 찹쌀죽을 넣으면 비로소 토하젓이 완성된다. 토하젓은 예로부터 고급 식재료였다. 남도한정식에도 종지그릇에 작은 티스푼 한 숟가락 정도가 놓인다. 밥 위에 올려 쓱 비벼 입에 넣으면 오돌토돌 씹히는 민물새우의 달콤·고소함과 양념의 짭짜름한 맛이 입안에서 섞이며 탄식이 나올 정도다. 농약 단 한방울만 들어가도 살아남지 못해 첩첩산중 산골 서식지 필수 요건중의 하나 숙성 거쳐 양념으로 무친 '젓' 고급 식재료 남도 한정식도 종지에 티스푼 정도만 놓여 은은하게 올라오는 특유의 흙냄새 '포인트' 전남에서는 특히 강진 토하의 명성이 자자하다. 강진은 동·서·북 삼면이 소백산맥과 노령산맥의 지맥으로 둘러싸여 비교적 높고, 남서쪽에는 강진만이 있다. 탐진강과 그 지류인 금강, 이외에도 동남류하는 강진천과 도암천, 서남류하는 칠량천과 대구천
예산 황토사과는 1923년 고덕면 대천리에 일본인이 첫 사과원을 개원한 이래 뛰어난 맛과 명성으로 중부권 최대 주산지로 도약하면서 내년에 재배 100주년을 맞는다. 기후 조건이 좋아 사과의 당도가 높다. 맛이 좋아 '사과의 황제'로 전국에서 인정받은 지 오래다. 오랜 경험에 의한 재배기술과 청정 황토밭에서 충분한 햇빛, 알맞은 밤낮의 일교차, 천혜의 자연조건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과육이 치밀하고 과즙이 많다. 청정 황토밭·충분한 햇빛·알맞은 밤낮의 일교차 천혜 자연조건 생산… 과육 치밀하고 과즙 풍부 ■내년 재배 100주년 맞는 사과의 황제 '예산사과' 독특한 품질을 인정받은 예산황토사과는 농산물우수관리인증(GAP)과 지난해 도입한 최신 선별시스템으로 세척 선별라인을 거쳐 껍질째 먹을 수 있다. 온라인 쇼핑몰과 TV홈쇼핑에서도 전국 최고의 품질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사과 속 풍부한 비타민C와 유기산은 피로와 스트레스로 지친 현대인에게 활력을 주는 것은 물론 펙틴과 칼륨 등이 함유돼 고혈압, 심장병과 같은 혈관질환 예방에도 탁월하다. 또 다양한 항산화 성분이 들어 있어 피부 미용에도 좋고, 항암 효과가 높아 현대인들이 즐겨 찾는 대표 과일 중 하나다. 비타
모락모락 김이 나는 찐빵을 한 입 베어 물면 촉촉하고 부드러운 빵의 온기와 팥소의 달콤함이 온몸으로 퍼지는 추억을 누구나 한번쯤은 가지고 있다. 쌀쌀한 날씨, 출출한 시장기를 달래는데 찐빵만 한 것이 없다. 횡성 안흥손찐빵은 유래가 깊다. 횡성은 지리적으로 사통팔달 교통 요지에 자리 잡아 예로부터 상권이 발달했다. 특히 안흥(安興)은 태백산맥을 거쳐 동해안과 수도권을 오가는 길목이다. 대관령을 넘나들며 바닷가와 한양을 잇는 머나먼 길을 며칠, 몇 달씩 걸어 이동해야 했던 나그네들에게는 식사만큼이나 배고픔을 달래 줄 요긴한 간식이 절실했다. 먹거리가 부족했던 시절, 안흥에서는 막걸리와 밀가루 반죽을 숙성시켜 만든 찐빵이 한 끼 식사를 대신했다. 보관과 이동의 편리성 때문에 인기가 높았다. 안흥은 물 좋기로 유명하다. 둔내에서 시작된 하천이 주천(酒泉)강으로 접어든다. 영월 주천은 순우리말로 술샘이다. 국내 최대 전통주 제조 기업인 국순당이 모든 생산시설을 안흥 인근인 둔내에 집결한 이유도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옛날 술 하면 막걸리였고, 좋은 물이 필수였다. 농협 계약 재배 100% 국내산 팥 사용 수십년 빵 만들어 온 장인들 손수 빚어 3번의 숙성 거쳐 식어
인천 강화군 앞바다에서는 전국에 유통되는 젓새우의 70%가량이 잡힌다. 풍부한 영양염류 유입으로 새우의 살이 많고 껍질이 얇아 감칠맛과 영양이 풍부하다. 이 새우는 과거 임금에게 진상될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매년 가을이 되면 강화도 포구는 새우잡이 배로 가득 차고, 김장철이 시작되는 11월 무렵부터는 강화 젓새우로 만든 새우젓을 사기 위해 전국에서 손님들이 몰린다. 강화도 새우젓은 이제 지자체로부터 수출 물류비와 포장비 등을 지원받으며 각종 국제식품박람회에도 출품하는 명품 새우젓으로 거듭나고 있다. ■ '황금어장' 강화도 앞바다 강화도 앞바다는 매년 2천400t가량의 젓새우가 잡히는 황금어장이다. 강화 연안의 새우잡이는 불음도, 주문도, 서도, 석모도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다. 석모도에 염전이 있던 시절에는 품질 좋은 소금이 생산되면서 뛰어난 새우젓이 생산됐다. 한강과 임진강·예성강이 만나는 강화도 앞바다는 조석 간만의 차이가 심하고 물살의 변동이 심해 갯벌도 발달해 있다. 민물과 짠물이 만나는 합류지역이라 어종도 풍부해 새우 어장이 크게 형성될 수 있었다. 민물·짠물 만나는 합류 지역, 어종도 풍부 매년 2400t 젓새우 잡혀… 전국 70% 유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의 방어잡이 어선들은 새벽에 자리돔을 우선 잡는다. 어창 물간에 자리돔을 풀어놓고, 외줄낚시로 해저 60m 아래 거센 물살을 헤치고 다니는 방어를 잡아 올린다. 밤사이 채낚이로 잡아 올리는 방어는 1m에 달하는 것도 부지기수다. 무게만도 7㎏에 달한다. 새벽 모슬포항으로 들어온 어선마다 잡아 올린 방어를 가두리에 풀어 놓는다. 오전 10시 경매에 들어간다. 국토 최남단 서귀포시 마라도의 거센 물살을 헤치며 '방어'가 돌아왔다. ■ 마라도 방어가 돌아왔다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러시아 연안지방 극동에 있는 캄차카반도에서 남하하던 방어가 1년 만에 서귀포시 마라도 해역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라도 부근 해역은 먹이 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이곳에서 잡히는 자리돔과 고등어는 지역의 특산품이기도 하지만, 방어의 먹이가 된다. 특히 겨울 초입 마라도 부근의 거센 물살은 모든 어류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 모슬포 방어는 청정 바다 환경과 거센 물살에서 자라 육질과 맛에서 다른 지방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방어는 해저의 급경사와 강한 조류가 있는 곳에서 서식하는데, 제주 연안 해저에 이런 지형이 많기 때문이다. 자리돔·고등어 먹고 자라
포항의 겨울은 과메기다. 또 과메기냐고 타박을 줘도 어쩔 수 없다. 포항 어디를 가더라도 해안가마다 장대 가득 널려있는 과메기가 겨울바다처럼 반짝인다. 양껏 기름을 머금은 비릿한 향기는 해가 지기 전부터 술을 부르는 복병이다. 옛날 포항지역민들 만의 애장품이었던 과메기는 이제 백화점이며 대형마트 어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충 20여년 전부터 오히려 타지역 사람들이 겨울철이면 먼저 과메기의 안부(?)를 묻는 듯하다. 그래서 포항 사는 사람들은 요맘때쯤이면 오랜만에 연락 끊긴 친구들의 전화를 받게 된다. 덕분에 전국 각지 선물을 보내려 한동안 돈과 시간이 솔찬히 깨지게 되니 참 고맙고도 얄미운 과메기이다. ■ 청어에서 꽁치로… 과메기 변천사 과메기란 이름은 '관목(貫目)'에서 나왔다. 눈을 꾀어 걸어 말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포항 구룡포지방 사투리로 '목'을 '메기'로 불렀고, 세월이 지나다 지금의 이름으로 굳혀졌다. 수온이 더 차가웠던 옛날 경북 동해안에는 청어가 많이 잡혔다. 이 청어의 눈을 꾀어 냉훈법이란 독특한 방식으로 얼렸다 녹였다 하면서 건조시킨 것이 과메기의 시초이다. 냉훈법은 식품을 낮은 온도에서 연기에 그을려 저장하는 방법이다. 그
지리산 산청곶감은 우수한 품질로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2010년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산청곶감의 오랜 전통과 품질에 감탄했다는 내용의 서한문은 이미 유명한 일화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감명받은 산청곶감의 역사는 올해로 수령 639년을 자랑하는 국내 최고령 고종시나무에서 시작된다. 단성면 남사예담촌에 있는 이 나무는 조선 세종 때 영의정을 지낸 하연(1376~1453, 진주하씨 사직공파 문효공)이 7세(1383년) 때 심은 것으로 전해진다. 문효공이 어머니에게 홍시를 드리기 위해 심은 '효심목(孝心木)'으로 문효공이 영의정을 지낸 탓에 '영의정 나무'로도 불린다. 이 감나무는 높이 13m, 둘레 1.85m에 달한다. 전형적인 토종 반시감으로 산청곶감 고종시의 원종이며 현재까지 감이 열리고 있다. 역사적 가치와 전통을 지키기 위해 힘써온 농업인들의 땀방울, 지리산과 경호강이라는 천혜의 자연환경 덕에 그 품질을 인정받은 산청곶감은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산청군은 10여년 전부터 미국,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 등에 곶감을 수출해 왔다. 최근 10년간 해외 수출량은 약 20t, 42만1천달러(약 5억1천만원) 규
전라북도 김제 특미인 친환경 '지평선 쌀'이 전국에서 가장 우수한 쌀로 주목받고 있다. 김제시는 쌀재배단지 계약 농가들을 대상으로 '지평선 쌀'로 공동브랜드화했으며, 농가들은 과학 영농과 토양 개량으로 우수한 쌀 품질을 위해 노력해 왔다. 유통과정도 철저히 하고 있다. 금만과 공덕농협, 김제농협과 서김제농협 쌀 조합 공동사업법인, 이택 영농조합법인 등 생산 RPC 5곳에서 점검해 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 체계도 확고히 하고 있는데, 이같은 노력들이 맺은 결실이라는 평이 나온다. 그동안 김제시는 지평선 쌀 품질 개량과 제값 받기 운동을 위해 많은 노력을 벌여왔으나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김제 지평선 쌀의 품질이 나빠서가 아닌 유통이나 홍보 그리고 일반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꿔놓는 데 실패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김제는 쌀의 주산지다. 쌀을 가지고 살아가는 고장이 쌀의 우수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바로 농업이 죽는다. 김제 농민들은 자부심을 갖고 '지평선 쌀'이 한국 최고의 명품 쌀로 확인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한국식품연구소에서 실시한 식미 테스트 평가에서 김제 쌀은 단백질 함량이 6.7~7.07%, 아밀로스 함량 17.2~18.2%
화요일마다 열리는 함평우시장은 120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남 대표 가축시장이다. '함평 큰소장이 전남의 소값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함평 송아지는 일반 송아지보다 수십만원 높게 낙찰된다. 함평우시장은 1903년 함평 오일장(2일·7일)과 함께 문 열었다. 함평 소의 유명세 덕에 전국에서 좋은 소를 사기 위한 인파가 함평으로 몰려들면서 자연스럽게 우시장이 섰다. 함평 한우 산업이 경쟁력을 갖춘 덕에 함평우시장은 5년 전 현대식 최첨단 우시장으로 전면 재개장했다. 함평우시장은 지난 2017년 함평군 학교면 1만7천648㎡ 부지에 사업비 23억원을 들여 새로 단장했다. 자동화 거점소독시설과 전자경매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위생·안전과 편의를 모두 높였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기승을 부린 지난 2020년 함평우시장에서는 한우 1만114마리가 거래되며, 전남 가축시장 15곳 가운데 최다 거래를 기록했다. ■ 깨끗하고 건강한 사육 환경, 위생적이고 안전한 유통 체계 함평 한우는 지역 농산물 브랜드 '함평 천지(天地)'를 내걸고 함평우시장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함평 소는 바다를 접하며 게르마늄이 풍부하게 포함된 토양에서 무항생제 섬유질 사료로 길러진다. 고기 맛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