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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 [新팔도명물]찬바람이 불어 오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포동포동한 그 녀석

겨울철 1등 간식 '횡성 안흥손찐빵'

모락모락 김이 나는 찐빵을 한 입 베어 물면 촉촉하고 부드러운 빵의 온기와 팥소의 달콤함이 온몸으로 퍼지는 추억을 누구나 한번쯤은 가지고 있다. 쌀쌀한 날씨, 출출한 시장기를 달래는데 찐빵만 한 것이 없다. 횡성 안흥손찐빵은 유래가 깊다. 횡성은 지리적으로 사통팔달 교통 요지에 자리 잡아 예로부터 상권이 발달했다. 특히 안흥(安興)은 태백산맥을 거쳐 동해안과 수도권을 오가는 길목이다. 대관령을 넘나들며 바닷가와 한양을 잇는 머나먼 길을 며칠, 몇 달씩 걸어 이동해야 했던 나그네들에게는 식사만큼이나 배고픔을 달래 줄 요긴한 간식이 절실했다. 먹거리가 부족했던 시절, 안흥에서는 막걸리와 밀가루 반죽을 숙성시켜 만든 찐빵이 한 끼 식사를 대신했다. 보관과 이동의 편리성 때문에 인기가 높았다. 안흥은 물 좋기로 유명하다. 둔내에서 시작된 하천이 주천(酒泉)강으로 접어든다. 영월 주천은 순우리말로 술샘이다. 국내 최대 전통주 제조 기업인 국순당이 모든 생산시설을 안흥 인근인 둔내에 집결한 이유도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옛날 술 하면 막걸리였고, 좋은 물이 필수였다.

 

 

농협 계약 재배 100% 국내산 팥 사용

수십년 빵 만들어 온 장인들 손수 빚어

3번의 숙성 거쳐 식어도 쫄깃함 유지

 

연간 밀가루 7,000포대·팥 72톤 사용

낱개로 600만개 전국 곳곳으로 팔려

안흥찐빵 테마 체험문화 공간도 개장

 

 

■안흥손찐빵 유래=안흥손찐빵에는 선조들의 지혜로 막걸리가 이용됐다. 밀가루를 반죽해 숙성, 발효시킬 때 막걸리를 넣으면 부풀어 올라 말랑한 찐빵이 탄생했다. 안흥은 영동고속도로 개통 이전에 서울과 영동지역을 오가는 길손들이 반드시 거치는 중간 기착지였다. 점심 식사를 하고 또 먼 길을 가야 하는 그들은 허리춤에 찐빵 몇 개를 차고 허기 걱정을 덜며 장도에 올랐다.

 

안흥손찐빵에는 설화가 전해진다. 본래 안흥의 지명은 실미(實美)였다. 실미에서 치악산쪽인 강림으로 넘어가는 길목에는 장난꾸러기 도깨비 형제가 살았는데, 길 가는 행인들을 상대로 먹을 것을 빼앗고 밤이면 도깨비불로 정신을 혼미하게 해 길을 잃게 만들기 일쑤였다. 어느 날 이 고을 현감이 몸이 아픈 아들을 위해 치악산에 기거하는 명의로부터 병을 고칠 약을 구해 오는 길에 도깨비 삼 형제를 만나 약을 빼앗기는 일이 벌어졌다. 현감은 도깨비 삼 형제를 가만두면 안 되겠다고 결심하고 매화산 신선봉을 찾아가 신선에게 도깨비들을 혼내줄 방도를 물었다. 바둑을 두고 있던 신선은 “본래 붉은 팥은 사람의 몸에는 이롭고 귀신에게는 해로운 것이니, 도깨비에게 팥을 먹이면 다시는 사람을 괴롭히지 못할 것이네”라고 알려줬다. 신선의 말대로 현감은 팥이 든 찐빵을 도깨비에게 먹였고, 도깨비 삼 형제는 심술궂은 악행을 멈췄다고 전한다.

 

 

 

■안흥손찐빵은 무엇이 다른가=안흥손찐빵에 들어가는 모든 팥은 국내산이다. 횡성에서 생산된 팥을 우선으로 사용한다. 농협과 계약 재배를 통해 연간 필요량을 수급한다. 농협은 농가들과 약속된 면적을 사전에 주문 재배하기 때문에 100% 국내산이 확보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만 안흥손찐빵으로 인정된다. 지역에서 생산된 양질의 팥을 솥에 넣고 장시간 푹 삶고 졸여서 소(앙금)를 만든다. 돌을 고르는 과정부터 졸이는 순서까지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안흥손찐빵은 3번 숙성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식어도 빵의 질감이 변함없이 쫄깃하다. 한번 쪄서 냉동·냉장·상온 보관을 하다 다시 쪄도 원래 맛과 차이가 없다. 안흥손찐빵가게는 여럿이지만 제조 방식은 한결같이 똑같다.

 

안흥손찐빵은 4가지 비결이 있다. 우선, 엄마의 손으로 빚어 베어 물기 편안한 부드러운 맛을 간직하고 있다. 수십년을 한결같은 정성으로 빵을 만들어 온 장인들에 의해 빚어지고 있다. 두 번째, 횡성을 비롯한 국내산 팥의 풍미다. 팥이 찐빵의 맛을 결정한다. 전국적으로 팥 음식들이 국내산을 고집하는 이유다. 안흥손찐빵에는 횡성에서 생산된 팥이 들어 있다. 예로부터 전해져 온 맛이 살아 있다. 셋째, 3번 숙성한 색다른 식감이다. 안흥손찐빵은 밀가루를 반죽해 1차 숙성과 빵모양으로 빚은 후 2차 숙성을 한다. 그리고 이를 햇볕에서 15분 정도 다시 한번 숙성한다. 모두 3차례 숙성을 한다. 발효 횟수와 숙성 과정을 늘릴수록 수분함량이 증가해 전분의 가수분해율이 높아져 안흥손찐빵 특유의 식감과 맛의 비법이 된다. 숙성 과정이 늘어나면서 체내 흡수율을 높여 이침 식사 대용, 수험생 웰빙간식으로 최적이다.

 

넷째, 안흥손찐빵은 달지 않아 질리지 않는다. 담백한 단맛인 안흥손찐빵은 달기만 한 여타 찐빵과 차별화된다. 많이 먹어도 거부감이 없다. 식약처 식품영양성분 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안흥손찐빵보다 호빵이 1.6배, 단팥빵이 1.7배 칼로리 섭취가 많다. 안흥손찐빵은 웰빙간식이다.

 

 

 

■안흥손찐빵의 어제, 오늘, 내일=예로부터 지역 특산품으로 각광을 받아 온 안흥손찐빵은 1960년대부터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어려움은 계속됐다. 기계화된 식료품 대량 공급으로 전통 간식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졌다. 한때 수백명에 달하던 안흥손찐빵 장인 어머니들도 요즘은 50여명이 됐다. 고령화까지 겹쳐 가파른 감소세다. 안흥지역 손찐빵업체는 모두 9곳이다. 하지만 위기를 극복하고 제2, 제3 중흥기를 만들기 위한 안흥손찐빵 종사자들의 노력이 한창이다. 연간 밀가루 7,000포대와 팥 72톤가량이 안흥손찐빵을 만드는 데 소요된다. 25개들이 한 상자를 기준으로 24만 상자가 전국으로 팔려 나간다. 낱개로 600만개를 넘는다. 시골동네에서 엄청난 규모의 경제 활동이다. 택배와 소매(매장 직접 판매) 물량이 6대4 정도다. 전화나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곧바로 택배가 된다. 계절에 따라 주문량의 편차가 있지만 성수기에도 큰 불편없이 주문물품을 제때 받을 수 있다. 젊은층을 아우르는 고객 다양화를 위해 선호 상품도 개발했다.

 

원조 안흥손찐빵을 비롯해 흑미 안흥손찐빵, 건강식 곤드레 안흥손찐빵, 단호박 안흥손찐빵, 슈크림 안흥손찐빵, 옥수수 안흥손찐빵, 우리밀 안흥손찐빵, 쌀 안흥손찐빵 등 10종류로 라인업을 형성했다. 이들 제품에 들어가는 흑미, 곤드레, 단호박, 옥수수, 우리밀, 쌀 등 모든 재료는 지역산을 우선하고 국내산만 사용한다.

 

안흥에는 찐빵을 주제로 한 전시 체험 문화 복합 공간인 ‘안흥찐빵 모락모락 마을’이 개장했다. 후손들에게 조상들의 건강 먹거리를 전수하는 뜻깊은 장소다.

 

 

 

 

■안흥찐빵축제=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명물로 각광받던 안흥손찐빵은 1999년 처음으로 안흥찐빵축제를 시작했다. 관광자원화를 시도하며 전 국민의 간식으로 부상했다. 해마다 색다른 축제 주제를 내세워 지역 우수성을 알리고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코로나19 등으로 간간이 축제를 못 여는 경우도 있었지만 올해 열네 번째 축제도 성황을 이뤘다.

 

‘자연과 인간이 하나 되는 감동’ ‘전통을 이어 가는 찐빵, 자연과 함께하는 안흥’ ‘느껴봐요 추억의 맛! 함께해요 안흥찐빵축제’ ‘엄마의 손맛이 그리울 땐, 맛있는 휴식! 안흥찐빵축제’ ‘엄마와 떠나는 그 열 번째 이야기’ ‘찐한 추억! 빵 터지는 재미!’ ‘팥군 빵양을 만나는 가을 여행~’ ‘빵! 빵! 터지는 신바람 나는 안흥찐빵축제’ 같은 축제 슬로건만으로도 안흥손찐빵의 매력이 전해진다.

 

해마다 10월에 열리는 안흥찐빵축제는 3,000여명의 면민이 하나로 뭉치는 화합의 장이다. 면 소재지 전체가 축제장으로 탈바꿈해 사흘간 깊어 가는 가을 정취를 만끽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근영 안흥손찐빵협회 사무국장은 “전통방식 그대로, 어머니들의 손맛으로, 지역산 재료만으로 빚어낸 안흥손찐빵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자라나는 세대들에게는 ‘건강’을 선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수요 맞추는 대량 생산 시스템 공존=안흥에는 수작업이 아닌 기계를 활용해 찐빵을 만드는 업체도 7곳이 있다. 생산량은 손찐빵 업소들보다 30%가량 많은 편이다. 2,000년대 초 안흥손찐빵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으면서 주문이 폭주하자 대량 생산을 위해 기계화된 업소들이 생겨났다. 손찐빵과 기계찐빵은 한때 시장 주도권을 놓고 갈등이 컸지만 전통 지키기와 현실적 대안이라는 타협점을 찾아 공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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